재판부 향해 막말·폭언..뜬금없는 ‘박근혜 퇴진’ 구호도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사진 뉴데일리DB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사진 뉴데일리DB

    “너희들 내가 반드시 죽인다”
    “대통령도 불법으로 뽑아놓고, 박근혜 퇴진하라”

    23일 밤 10시 30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심규홍 부장판사가 피고석에 앉아 있는 조희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조희연 당시 후보가 경쟁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조희연 교육감이 의혹 제기에 앞서 사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고승덕 후보의 해명이 있은 뒤에도 계속해서 같은 의혹을 공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유죄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 되자 방청석이 동요했다. 방청석의 잡음은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고성으로 변했다. 방청석 곳곳에서 거친 막말과 비속어가 쏟아졌다.

    약 70명 정도 되는 방청객의 대부분은 조희연 교육감 지지자이거나, 조 교육감에게 우호적인 속칭 진보시민단체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재판부를 향해 거침없이 막말을 퍼부었다.

    “무슨 재판이 뭐 이래” 정도는 애교 수준이었고, “너희들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야”, “너희들 내가 반드시 죽인다”와 같이 재판부에 대한 살해 협박성 막말도 튀어나왔다.

    “너희들 목숨을 너희가 줄이고 있다”는 말은, 듣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만큼 섬뜩했다.

    방청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재판부를 ‘너희들’이라고 호칭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주’와 ‘인권’을 입에 달고 사는 진보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이날은 시정잡배만도 못한 저렴한 말과 행동을 보이면서, 추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날 재판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 방청객도 있었다. 한 방청객은 “대통령도 불법으로 뽑아 놓고, 박근혜 퇴진하라”고 외쳤다.

    그나마 “너희들이 서울교육 다 말아먹고 있어”라든가 “사법살인”이란 표현은, 살해 협박성 폭언에 비해 ‘격조’가 있는 축에 속했다.

    재판장이 “재판이 끝났습니다.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면 안 됩니다”라며 자체를 당부했지만, 조폭을 연상케하는 방청객들의 폭언은 이후에도 5분 가까이 이어졌다.

    법정 방호원들이 달려와 방청객들을 막아선 뒤에도 이들의 소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방청객들이 내뱉는 막말과 폭언을 지켜보던 조희연 교육감은 법정을 나서면서, “이제 1심이 끝났을 뿐이다. 2심, 3심이 남았으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며 이들을 다독였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지자들이 재판부를 향해 쏟아낸 막말과 폭언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린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으로서, 진보진영을 대표한 논객으로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권’을 강조한 그였지만, 재판부에 대한 지지자들의 폭언과 협박에 대해서는 끝내 침묵했다.

    이날 방청객들이 재판부를 향해 쏟아낸 폭언은, 심리에 참여한 국민배심원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법정소란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번 재판은 7명의 배심원이 유무죄 판단과 형량을 권고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심리에 참여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조희연 교육감의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선고형량에 있어서도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의견이 일치했다.

    7명의 배심원단 중 6명은 벌금 500만원을, 다른 한 명은 벌금 300만원을 양형의견으로 냈다. 조희연 교육감은 마지막까지 배심원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최후 변론에서 “개인의 운명이 아닌 미래 서울교육의 운명을 책임졌다고 생각해 달라”며 배심원단의 감정에 호소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운는 판단을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조희연 교육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평결을 내렸다.

    국민참여재판을 조희연 교육감이 먼저 신청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날 방청객들의 소란과 폭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조희연 교육감이 먼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를 두고, ‘사법살인’ 운운한 방청객들의 태도는, 속칭 진보의 비뚤어진 독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2월 재판부가 조희연 교육감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였을 때, 속칭 진보시민단체와 조 교육감 지지자들은 재판부의 결정을 ‘작은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랬던 이들이, 이날은 재판부와 배심원단을 향해 살벌한 폭언을 쏟아내면서 태도를 바꿨다.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서울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경쟁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조희연 교육감의 행위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희연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고 후보 측의 해명이 있은 뒤에도 같은 의혹을 수차례 공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선고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된다면 조 교육감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적용된 지방교육자치법은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고 있으며, 허위사실 유포죄의 법정형량은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현행법상 후보자 본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형이 확정되면 그 즉시 직을 잃는다.

    방청객들이 재판부와 국민배심원단을 향해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형법은 “법원의 재판을 방해하거나 위협할 목적으로 법정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적 행동을 하거나 소동을 피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8조).

    이날 벌어진 사건에 대해 서울의 한 로펌 변호사는 “형법이 정한 법정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정모욕죄가 적용된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12월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 당시, 헌재 대심판정 방청석에서 소란을 피운 권영국 변호사 사건을 들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인 권영국 변호사는 당시 방청석에서 “헌법이 정치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입니다.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라고 소리치면서 재판부를 비난했다.

    같은 달 일부 시민단체는 권영국 변호사를 법정모욕죄로 고발했고, 검찰은 권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