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짓 모르는 척, "관악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아냐..주택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
  • 관악을에서 5선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이 23일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뉴데일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관악을에서 5선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이 23일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뉴데일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관악을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6선·세종특별자치시)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악 낙후(落後)의 원흉'이라는 비난에 직접 답했다.

    이해찬 의원은 23일 신원시장에서 정태호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던 중 〈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이같은 지적에 정면 반박했다.

    "어떤 개발이 안 됐다는 건가"라고 운을 뗀 이해찬 의원은 재임 시절 자신의 공적을 부각시켰다. 그는 "여기(관악을)는 순환식 재개발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 곳"이라며 "한 번도 세입자와 가옥주들이 충돌하지 않고 8000가구를 순환식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지역들은 뉴타운을 하나도 못하고 있지 않나"라며 "여기는 (난향동) 휴먼시아를 만들었는데, 그게 얼마나 중요한 개발인가"라고 반문했다. "휴먼시아를 직접 개발하신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상대편(새누리당)의 지적이 옳지 않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여기는 주거지역이지 상업지역이 아니다"라며 "교육·주거지역인 만큼 주택 문제를 해결한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찬 의원은 6선의 국회의원 기간 중 5선을 관악을에서 지냈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관악을에 당선된 이래로 2008년까지 20년간, 특히 다섯 번째 임기 중인 2004년부터는 당시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국무총리까지 올랐다.

    이에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관악을(乙)을 낙후시킨 원흉으로 이해찬 의원을 스스럼 없이 꼽기도 한다. 이해찬 의원이 지역 개발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이를 비판하며 '지역 발전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같은 당의 김무성 대표최고위원도 지난 19일 "이해찬 의원은 왜 관악구를 서울의 25개 구 중에서 제일 못사는 동네로 만들었는지 답하라"고 공개 질의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정태호 후보가 이해찬 의원의 보좌진 출신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태호 후보의 가장 큰 흠결은 이해찬 의원의 관악을 재임 시절 성적표"라고 꼽았다.

    정태호 후보가 오신환 후보와 지역 발전 공약으로 정면으로 맞붙지 않고, '정권심판론'을 통해 우회 승부하는 것도 이러한 경력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이 낙후된 진짜 원인과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이해찬 의원에게 그 책임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태호 후보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운 이해찬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결국 입을 열었지만, 이날 〈뉴데일리〉와 문답에서 강남아파트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관악구 조원동에 소재한 강남아파트는 지난 1974년에 준공된 건물로 1996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6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재개발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지역의 숙원 사업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해찬 의원은 이날 저녁 신림역에서 열린 정태호 후보의 집중 유세에서 "정태호는 나와 25년간 함께한 사람"이라며 "정태호가 당선되면 내가 책임지고 이해찬보다 뛰어난 국회의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 현장을 지켜보다 자리를 뜬 지역 주민은 이 말에 대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 사람(이해찬 의원)보다 낫지 않을 수야 있겠느냐"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