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서 맞붙은 정태호·정동영, 정부 비난과 퇴근 인사로 대결
  • ▲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21일 지원 유세를 통해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21일 지원 유세를 통해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재·보궐선거 최대 접전 지역인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아침 저녁으로 맞붙었다.

    21일 오전 현대HCN 관악방송에서 녹화된 후보자 토론 방송에서 불꽃튀는 설전을 벌인 이들 3명의 후보자는 같은 날 저녁 집중유세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면 승부를 벌였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지원을 받으며 삼성동 일대에서 유세를 진행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같은 장소에서 선거유세를 했다.

    서림동 현대아파트 앞에서 유세차에 오른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마음껏 일을 시킬 수 있는 젊은 일꾼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비판·공격·반대만 하는 사람을 뽑아놓으면 듣는 귀를 시원하게 하고 흥미를 돋울지는 모른다"며 "하지만 (그런 인물이) 여러분이 부려먹기에 알맞은 충직한 일꾼일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오신환 후보야말로 진정한 주인인 시민 여러분을 위해 모든 것을 불태워 일할 일꾼"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약속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위원을 나 이인제도 함께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21일 신경민 서울시당위원장과 박광온 의원의 지원을 받는 가운데 유세 차량에 올라 현 정권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21일 신경민 서울시당위원장과 박광온 의원의 지원을 받는 가운데 유세 차량에 올라 현 정권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오신환 후보를 당선시켜 경전철·강남순환고속도로·강남아파트 재개발 등 굵직한 지역 숙원 사업 해결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에 용이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위원으로 삼아달라고 유권자의 마음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오신환 후보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29 보궐선거는 관악이 10년 앞으로 가느냐 10년 뒤로 물러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변화와 희망을 위한 일꾼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5번 마을버스를 타고 유세 현장 앞을 지나가던 지역 주민들은 고개를 돌려 연설에 관심을 기울였다. 개중에는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흔들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야권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일전을 치르고 있는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이날 저녁 7시 신림역에서 맞부딪혔다. 한 장소에서 유세를 펼쳤지만 두 후보가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180도 달랐다.

    정동영 후보는 경쟁 후보들과 달리 유세 차량도 독특했다. 트럭에 단상과 모니터를 설치한 일반적인 유세 차량과 달리, 자신의 얼굴로 장식한 버스 뿐이었다. 무선 마이크를 잡은 정동영 후보는 단상 대신 인도로 내려와 가두연설을 했다. 그는 주민들과 악수할 때는 무릎을 굽히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 ▲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21일 신림역에서 이행자 서울시의원과 함께 퇴근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유세를 진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21일 신림역에서 이행자 서울시의원과 함께 퇴근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유세를 진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 자리에서는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한 "감사합니다, 애쓰셨습니다" "행복한 저녁되세요"라는 정동영 후보의 인사 소리가 내내 반복됐다. 그는 "4월 29일, 정치지진을 만들어달라" "힘 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정태호 후보의 유세는 정부를 비난하는 연설이 대부분이어서 정동영 후보와 대조를 이뤘다. 신경민 서울시당위원장, 박광온 의원의 지원 유세에 뒤이어 유세 차량에 오른 정태호 후보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지금 어디있느냐"며 "세월호 1주기에 대통령은 나라를 떠났다"고 부르짖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일관된 연설을 했다.

    정태호 후보는 "이번 선거의 승패는 관악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악을은 새정치의 마지막 보루이자 자존심"이라며 "그 중심에 나 정태호가 서 있다"고 자신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후보의 연설이 대조되는 만큼, 행인들의 표정도 달랐다. 정동영 후보와 악수한 행인들은 정 후보의 자세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지은 반면, 정태호 후보의 주변에는 후보를 곁눈질하며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행인들이 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