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방 유인물 혐의 조사받던 남성, 경찰서 정문에 개 사료 뿌려
  • ▲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작한 자칭 시민활동가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조사를 거부하고 나간 뒤 해당 경찰서 정문에 미리 준비해 준 개 사료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작한 자칭 시민활동가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조사를 거부하고 나간 뒤 해당 경찰서 정문에 미리 준비해 준 개 사료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작한, 전북 군산 출신의 자칭 시민활동가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대구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조사를 거부하고 나간 뒤 해당 경찰서 정문에 미리 준비해 준 개 사료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남성은 “시국 비판 유인물에 대통령 이름 몇 번 썼다고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남성은 “경찰이 통장과 사무실 통화내역까지 수사하면서 과도하게 개인 신상을 털었다”고 덧붙였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1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비난하는 유인물을 제작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박모(42)씨를 불러 조사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던 중 “더는 조사를 못 받겟다”고 말 한 뒤 건물을 나와 경찰서 정문 앞에 개 사료 5㎏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개 사료를 뿌리기에 앞서 사료봉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면서, ‘정권에 꼬리 흔들기식 공무집행엔 개 사료’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어 보였다.

  • ▲ 21일 대구 수성경찰서 앞에서 박성수(42)씨가 개사료를 뿌리고 있다. 박씨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제작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50여 분간의 조사 도중 박씨는 "더는 조사를 못 받겠다"며 경찰서 밖으로 나와 정문 앞 팻말에 미리 준비한 5㎏짜리 개 사료 일부를 쏟아부었다. ⓒ 연합뉴스
    ▲ 21일 대구 수성경찰서 앞에서 박성수(42)씨가 개사료를 뿌리고 있다. 박씨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제작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50여 분간의 조사 도중 박씨는 "더는 조사를 못 받겠다"며 경찰서 밖으로 나와 정문 앞 팻말에 미리 준비한 5㎏짜리 개 사료 일부를 쏟아부었다. ⓒ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월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 및 경북도당 사무실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린 변모(46)씨 등에게 문제의 유인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박씨와 변모씨 등은 지난 2월 16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앞 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유인물 20여장을 부린 뒤 달아났다.

    이들이 뿌린 유인물을 쓰레기로 착각한 새누리당 당사 주치관리인 등이 이들에게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항의하자, 이들은 자신들이 뿌린 유인물을 일부 회수하는 등 어설픈 행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 지난 2월 대구에 거주하는 박모씨와 변모씨 등이 배포한 대통령 비난 유인물. ⓒ 연합뉴스
    ▲ 지난 2월 대구에 거주하는 박모씨와 변모씨 등이 배포한 대통령 비난 유인물. ⓒ 연합뉴스

    이들이 뿌린 유인물은 A4용지 크기로 앞면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다. 유인물 앞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담겨 있고, 사진 아래 “박근혜도 국가보안법 철저히 수사하라”,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반국가행위‘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종북콘서트’를 진행해 물의를 빚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구속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유인물 뒷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청와대를 비웠다는 일본 산케이 지국장의 주장에 빗대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조롱한 문구(‘정모씨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국정원 대선 개입·18대 대선 부정선거 무효(‘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개입 유죄, 강탈해간 대통령자리 돌려줘!’) 등, 좌파진영이 현 정부를 비난할 때 자주 쓰는 음모론과 괴담, 자극적인 문구 등이 들어차 있었다.

    유인물 마지막 부분에는 ‘박근혜 비판 전단지 공동 제작위원회’라는 명칭과 함께, ‘대구시민 신동재, 경북 청도 주민 변홍철’이라고 유인물 제작 및 배포자를 소개했다.

    경찰은 유인물 신고를 받은 뒤 이들의 신원 확인에 들어가, 지난달 12일 변모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서 정문 인근에 개 사료를 뿌린 박씨는 퍼포먼스 이후 주변을 청소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퍼포먼스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의 과잉수사가 원인이었다며 박씨의 주장을 지지하는 누리꾼도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든 개인이든 유인물을 통해 근거 없이 상대방을 비방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누리꾼은 ‘정부나 대통령 비난도 못하면 그게 민주주의냐?’며, 박씨의 행위를 두둔하면서, 경찰과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런 현실에 대해,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부 시민활동가와 누리꾼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개 사료 퍼포먼스’를 벌인 박씨에 대해서도 “정부나 대통령을 비난한 게 문제가 아니라, 출판물로 특정인을 비방한 행위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시국 비판 유인물에 대통령 이름 몇 자 썼다고 경찰이 과잉 수사를 한다”는 박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개 사료 퍼포먼스’ 이후 경찰의 소극적 태도를 문제 삼는 견해도 있다.

    박씨가 조사를 거부한 뒤, 경찰서 정문에 개 사료를 뿌리는 행위를 했는데도, 경찰이 이와 관련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박씨의 ‘개 사료 퍼포먼스’는 대통령 비방 유인물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모욕’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