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유직무죄, 무직유죄

     신준식 /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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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지강현 사건을 모티브로 한 '홀리데이'란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이다.
    30여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씁쓸함을 느낀다.
    부패가 만연한 북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사회적으로 아무 꺼림낌 없이 작동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북한은 "무직유죄 유직무죄"라는 죄도 있다.
    직업이 없는 것만으로도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이다.
    '백수'라는 낙인이나 사회적 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없으면 실제로 단련대에 끌려간다. 
    북한 주민은 누구나 소속 되어있는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든 안 하든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는데, 무단 결근을 하거나 출근을 한 후 시장에 나가서 장사를 하면 직업이 없다는 죄목으로 단련대에 끌려가 교화를 받는다.
    물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출근 도장을 찍고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하는 주민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83 작업반'이라는 가짜 회사에 돈을 내고 나가지 않기도 한다. 만약 검열이 들어와 적발이 된다고 하면, 적발한 사람에게 뇌물을 쥐어주면 된다. 북한의 오래된 관습인 '유직무죄'가 시장의 발달로 점차 '유전무죄'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83'이란 한국에서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북한에서는 불륜관계인 가짜 부부도 '83 부부'라고 부른다. 따라서 '가짜 회사'를 의미하는 뜻에서 북한 주민들은 그런 사업소를 두고 '83 작업반'이라고 말한다.
    북한에서 직장이란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일감마저 없어 회사의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일거리도 없는 회사에 출근을 강요당하는 주민들은 차라리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일부를 뇌물로 떼어주는게 훨씬 이득이라고 말한다.
    탈북자 전미희(가명) 씨는 "장마당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도와야 하는데 직장을 빠질 수가 없고 그렇다고 돈도 없고 해서 일부러 병원에 가서 꾀병을 부렸다. 손가락으로 체온계 밑부분을 때리면 온도가 올라간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가짜 진단서를 떼기도 했다"며, "회사에 병가를 내고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렇듯 오늘 날 북한 주민들은 직장에 이름만 내건 채 장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