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공직선거법 위반 국민참여재판 첫날..검찰-변호인 기싸움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사진 연합뉴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6월4일 실시된 교육감 선거 당시 경쟁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첫날, 검찰과 조 교육감 변호인단 사이에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첫날 재판의 쟁점은 ▲조 교육감의 발언이 사실의 적시인지 아니면 의견의 표명인지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가 사실인지 ▲조희연 교육감이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사실이라고 믿은데 있어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조희연 교육감의 의혹제기가 고승덕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에 의한 것이었는지 등 4가지였다.

    먼저, 검찰은 "피고인(조 교육감)의 고승덕 후보에 대한 영주권 의혹 제기는 의견표명이 아닌, 사실을 적시한 공표로 이는 허위사실유포 혐의에 해당한다"며 공소 이유를 설명했다.이어 검찰은 "사회적 지위와 교육수준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과 관련돼 얼마든지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은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법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것"이라며, "조 교육감은 우회적으로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암시하는 등 고 후보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검찰은 "(교육감 선거 초반)지지율이 낮았던 조 교육감 측이 고승덕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모두진술을 통해 "만감이 교차한다. 저의 부족함으로 서울시민과 학부모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기왕 법정에 섰으니 의구심이 말끔히 됐으면 하고 사실이 충분히 확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모든 선거가 그렇듯 지난해 열린 교육감 선거도 정책검증과 정책공방, 인물검증과 인물공방으로 진행됐다. 현재 검사들이 제기하는 허위사실공표 혐의도 (이런) 다양한 선거 활동의 하나였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변호인단은 "교육자치 선거의 꽃인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승승장구하던 고승덕 후보에 대한 지지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 비전보다는 개인의 인지도와 호감도만으로 만들어진 허구일 수도 있었다"며, "교육적 사명감을 가진 후보였는지에 대한 검증은 서울시민들의 선택을 위한 기본적 과정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지난해 5월 20일 조OO 목사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을 때, 고승덕 후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 고승덕 후보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으나, 행사에 참가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를 인정한 바가 있다. 이에 피고인도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여부와 교육감 자격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허위사실공표는 단순히 사용된 용어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을 보장한다는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그러한 표현들을 둘러싼 모든 사정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재판에서는 미국 이민법 전문 미국 변호사 A씨가 검찰측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은 "고승덕 후보가 공개한 여권 기록만으로도 (미국)영주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피고인은 낙선의 목적으로 고승덕 후보를 악의적으로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미국)영주권이 없다고 자서전에 기재한 내용이나 조 교육감에게 보낸 편지는 고승덕 후보의 개인적인 주장일 뿐,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1991년과 1997년 여권 사본과 관련돼, "이것만으로는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답해,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교육감선거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후 조 교육감은 경쟁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적용된 지방교육자치법은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고 있으며, 허위사실죄 유포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현행법상 후보자 본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형이 확정되면 그 즉시 직을 잃는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선정절차가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1시간 30분 늦은 오후 3시30분에 시작됐다. 재판부는 7명의 배심원과 2명의 예비 배심원을 선정했다.

    이날 재판에는 출마 포기에 대한 대가로 경쟁후보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후보사후매수)로 징역 1년의 실형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잃었던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참석해, 기자들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