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前서울지국장 사건으로 엿볼 수 있는 日정부와 언론 간의 밀월관계
  • ▲ 가토 다쓰야 前산케이 서울지국장. 지난 4월 14일 출국금지가 해제된 뒤 일본으로 귀국했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 가토 다쓰야 前산케이 서울지국장. 지난 4월 14일 출국금지가 해제된 뒤 일본으로 귀국했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 씨의 ‘밀회설’을 보도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前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의 재판이 4월 20일 오전 10시에서 6월 1일 오후 2시로 연기됐다.

    이유는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가 지난 15일 불출석 사유서 제출과 가토 다쓰야 前지국장 본인의 공판일 변경 요청 때문이라고.

    재판부는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의 요청에 따라 공판일을 5월 18일로 연기했다가 가토 다쓰야 前지국장이 이날 출석하기 어렵다며 공판일 재연기를 요청해 이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가토 다쓰야 前지국장은 2014년 8월 법무부에 의해 출국금지가 된 뒤 8개월 만인 지난 4월 14일 조치가 풀리자 즉시 귀국, 현재는 일본에 가 있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가토 다쓰야 前지국장은 14일 일본으로 귀국한 뒤 아베 신조 日총리의 초대를 받았다. 아베 총리는 4월 15일 가토 다쓰야 前지국장을 총리 관저에서 만나 “고생이 많았다”며 그를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도 그의 ‘활약’을 소개하며 영웅 대접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가토 다쓰야 前지국장의 귀국을 15일자 1면 톱기사로 내보내고, 6면을 할애해 “한국 정부가 그에 대한 기소를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산케이 신문 등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언론 간의 ‘밀월관계’에 대해서 알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지배를 받았던 일본에는 ‘공식적인 국가 정보기관’이 없다. 때문에 관방장관의 지휘를 받는 ‘내각조사실’과 통산성 산하의 ‘JETRO’, 방위성 산하의 ‘조사부 별실’ 등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외에도 민간 분야에서 정부를 대신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언론이다.

    일본에서 정부와 언론 간의 밀월관계는 한국과는 수준이 다르다. 특히 해외에 나가 있는 일본 언론 특파원과 정부 간의 관계는 매우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바탕에는 ‘일본 국민들과 국익 보호’라는 공통된 명분이 있었다. 물론 다른 국가와의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어 있었다.

  • ▲ 가토 다쓰야 前산케이 서울지국장은 지난 14일 일본으로 귀국한 뒤 15일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NHK 관련 보도화면 캡쳐
    ▲ 가토 다쓰야 前산케이 서울지국장은 지난 14일 일본으로 귀국한 뒤 15일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NHK 관련 보도화면 캡쳐

    하지만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이 같은 명분에 균열이 생기면서 언론들 사이에서도 ‘편가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3월 하순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TV아사히’와 ‘NHK’에 대한 아베 정권의 압력과 일부 언론의 정권 편들기다.

    지난 3월 27일 관료 출신 경제평론가인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는 TV아사히의 인기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에서 “TV아사히 회장 등의 뜻에 따라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가 시게아키는 이때 “내가 하차하게 된 것은 그동안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을 비롯해 총리관저로부터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논란이 일자 집권당인 자민당은 지난 4월 17일, TV아사히의 주요 간부를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해 ‘사정청취’를 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공영방송 NHK는 시사 프로그램 ‘클로즈업 겐다이(現代)’에서 인위적인 연출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도 아베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우파 성향인 요미우리 신문은 사설로 아베 정권과 집권당의 ‘경솔한 행동’을 비판했고, 중도 성향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또한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아베 정권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에서도 “언론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할 정도였다.

    일부 언론들은 자민당과 아베 정권이 평소 자신들에게 비판적이던 TV아사히만 ‘손보기’면 국민들의 눈치가 보이니 공영방송인 ‘NHK’까지 끼워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다른 언론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베 정권과 밀월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후지-산케이 그룹’이다.

    ‘후지-산케이 그룹’은 후지TV와 산케이 신문, 출판사인 후소샤을 운영하는 일본 최대의 미디어 그룹으로, ‘반공(反共)주의’로 포장된 군국주의지지 논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일본 공산당 등은 물론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내 좌파 매체로부터도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 씨 간의 ‘밀회설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前지국장도 이 ‘후지-산케이 그룹’ 소속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큰 그림’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