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서 사진도 안 찍히려 해"… 한 배 탔던 정태호에 섭섭?
  • 구 통진당 출신 무소속 이상규 후보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관악구민회관에서 열린 후보자 대담토론회에 참석한 이상규 후보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구 통진당 출신 무소속 이상규 후보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관악구민회관에서 열린 후보자 대담토론회에 참석한 이상규 후보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나섰던 구 통진당 소속의 무소속 이상규 후보가 20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상규 후보의 사퇴를 놓고 초접전 양상인 관악을 보선의 각 후보 진영에서는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무소속 변희재 후보는 '또 한 번의 먹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상규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의 '종북몰이' 정치 공세에 주눅 들어 스스로 야권연대를 부정하는 정치 세력은 야당 자격이 없다"며, 난데없이 새정치민주연합에 화살을 돌렸다.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어떤 후보들은 내 옆에서 사진 찍히는 것도 두려워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규 후보의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들은 관악을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과거 한 배를 탔던 정태호 후보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자신을 철저히 외면하는데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직전 19대 총선에서 이른바 '야권연대'를 통해 이상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바 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이상규 후보가 가리킨 '사진 찍히는 것도 두려워하는 후보'도 정태호 후보가 아니냐"고 추측했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 14일 자신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방문한 이상규 후보와 손을 맞잡은 사진을 찍고 이를 본인의 공식 사이트에 게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그 사진이 공개됐을 때 지역에서는 '두 후보의 연대가 이뤄질 조짐'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따라 지역 정가에서는 이상규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데 중론이 모인다.

    물론 이상규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밝히지는 않았다.

    이상규 후보는 "정태호 후보나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힐 생각이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것은 아니고, 나의 호소에 누가 답을 하느냐에 따라 나를 지지하는 분들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지난 14일 열린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방문한 무소속 이상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이 사진을 자신의 공식 사이트에 게재했다. ⓒ정동영 후보 공식 사이트
    ▲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지난 14일 열린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방문한 무소속 이상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이 사진을 자신의 공식 사이트에 게재했다. ⓒ정동영 후보 공식 사이트


    하지만 이 역시 은연 중에 이상규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이상규 후보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정당 해산'이라는 민주주의 파괴로 치러지는 선거"라고 강변했다. 이상규 후보의 궤변에 흔쾌히 동조할 수 있는 후보는 정동영 후보 한 명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동영 후보는 줄곧 "통진당 강제 해산은 헌재 역사의 최대 오점"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이날 이행자 서울시의원의 탈당에 즉각 환영 논평을 발표한 것과는 달리, 이상규 후보의 사퇴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논란을 의식해 '모나리자 미소'를 지으며 침묵 속에서 약 2%대인 이상규 후보 지지세의 흡수를 기대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게다가 이상규 후보는 "지역에서 나를 계속 지지해 준 분들은 비중은 많지 않지만, 종북 공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절절한 분들"이라고 지지층의 견고함을 자랑(?)까지 해놓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정동영 후보로서는 더욱 흐뭇함을 감출 길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이상규 후보의 사퇴 소속을 접한 무소속 변희재 후보는 '또 한 번의 먹튀'라며 마지막까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변희재 후보는 정식 후보등록자들이 발송하는 공보물이 약 17만 부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상규 후보에게 "국민혈세인 공보물 발송비부터 갚으라"라고 일갈했다.

    정식 후보등록자들은 8쪽 기준의 공보물을 유권자들의 집과 상가 등에 발송한다. 이 작업에 들어가는 금액은 1인당 약 1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비용은 선관위 예산에서 지출된다.

    변희재 후보는 이상규 후보가 애초부터 선거 완주 의사가 없는 가운데, 오직 공보물을 가가호호 발송하기 위해 후보로 등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변희재 후보는 "지난 대선 때는 당시 이정희 대선 후보가 무려 28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고 상기시켰다. 변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서의 이상규 후보의 행태를 그 때와 비교하며 "구 통진당 세력은 상습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를 자신들의 공작 자금인 양 퍼다 쓰며 튀곤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