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없어도 사람은 살아야지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지난 18일 오후로부터 심야에 이르기까지 서울시내의 교통 혼잡은
역사책에 기록될 만큼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내 동생은 광화문 근처에 사는데 딸을 데리러 떠났다가, 교통이 정상이면 5분 걸리던 길을 1시간 반이나 걸려 아파트에 들어가는 길 앞에 갔지만 경찰 버스 두 대가
가로막고 있어서 가지도 못하고 오지도 못했는데, 저녁 약속마저 있어서 죽을 고생을 하였노라고 나에게 실토를 하였답니다.

아들‧딸을 살려달라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그들과 ‘일심동체’인 것처럼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나는 그들의 진정한 동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정체불명의 인사들. 때로는 이들의 언행이 유가족들보다 훨씬 더 과격한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이 나라에 정치가 있습니까?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치안유지가 임무의 전부인 경찰에 덤벼드는 개인이나 집단은 ‘폭도’로 간주하고 가차 없이 잡아서 영창에 잡아넣는 것이 관례라기보다도 하나의 대원칙입니다. 우리는 경찰이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는 ‘민주사회’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살 수도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라는데 그 이상 더 밝힐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세월호’ 침몰의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 뒤지고 찾고 따지고 (‘세월호’는 이미 바다 밑에 가라앉았거니와) ‘대한민국호’가 현해탄에 가라앉을 때까지 결사(決死)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겁니까? 그 짓은 내가 죽은 다음에나 하세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불가(不可)’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을 그렇게 쉽게 내맡길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나만은 아닙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는 열두 명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나오라’고 하면 아마 120명은 될 것입니다. 

비겁한 자여, 갈 테면 가라
우리들은 태극기를 지킨다

대한민국을 위해 죽을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없다고 나는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