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저금통 등 몸에 밴 검약정신 보여줘 뭉칫돈 썼다면 어딘가 기록 남겼을 가능성 높아
  • ▲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뉴데일리DB
    ▲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뉴데일리DB

    9천5백억원대 분식회계 지시 의혹과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지난 9일 서울 북한산 매표소에서 숨진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로비장부의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평소 돈 씀씀이에 철저했던 성 전 회장의 습관에 비춰 볼 때, 그가 실제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뭉칫돈을 건넸다면 그 내역을 꼼꼼히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로비장부 확보를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경남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건물 3층에 위치한 성완종 전 회장의 집무실에서는 뜻밖에도 원통형 모양의 철제 저금통과 1만원대 스킨로션 세트, 저가 브랜드 안경, 볼펜, 만년필 등이 발견됐다.

    특히 철제 저금통의 경우, 성 회장이 생전에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을 모으는 용도로 사용됐으며, 겉면에는 ‘회장님 저금통’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 성완종 회장 집무실에서 발견된 철제 저금통 그래픽 ⓒ TV조선 캡쳐
    ▲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 성완종 회장 집무실에서 발견된 철제 저금통 그래픽 ⓒ TV조선 캡쳐

     

    성 전 회장의 지인들과 경남기업 직원들은 입을 모아 “성 전 회장이 평소 돈을 아끼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입고 다니던 양복도 5만원대 기성복만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돈 씀씀이에 철저했던 성 전 회장의 평소 성격과 습관을 고려할 때, 그가 측근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추가자료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지난 17일 경남기업과 성 전회장 측근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진술을 통해 ‘성완종 로비’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부에는 성 전 회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떤 명목으로 얼마의 금품을 건넸는지에 대한 내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A4용지 30장 분량의 이 장부에는 여야 정치인 14명의 이름과 함께, 성 전 회장이 이들을 만난 일시, 장소, 이들에게 건넨 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수성가형 인물인 성 전 회장이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갖고 있었던 만큼, 정치권에 대한 로비 내역도 기록으로 남겼을 것으로 본다”면서, 로비장부의 존재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른바 '성완종 로비장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성 전 회장 측근인사들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정치권에 대한 로비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면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여야 정치권 전체로 넓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