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DJ 정신 상실한 문재인호 새정치가 비난할 자격 있나"
  •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자신의 현수막에 DJ와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한 것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천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7월 12일 DJ와 독대하고 있는 천정배 후보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자신의 현수막에 DJ와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한 것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천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7월 12일 DJ와 독대하고 있는 천정배 후보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정승·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무소속 천정배 후보 간의 3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과 천정배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사진을 선거에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후보 측은 과거 새정치국민회의 시절 DJ와 천 후보가 손을 맞잡고 치켜드는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지역구 곳곳에 내걸었다. 천 후보 측은 이 현수막에 '서구민의 힘으로 호남과 야권을 살리자'는 구호도 담았다.

    그러자 새정치연합이 발끈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17일, "천정배 후보가 현수막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신이 같이 찍은 사진을 사용한 것은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라며, "천정배 후보는 광주시민에게 사과하고 즉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해당 현수막에 사용된 사진을 유심히 살핀 새정치연합은, 이것이 사진이 과거 천정배 후보가 15대 총선에서 경기 안산을에 출마할 때 찍었던 사진이라는 알아내고, 이 점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18일 "혹시 천정배 후보는 안산과 광주를 헷갈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20여 년 전에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안산에 출마했을 때 김대중 총재와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게재한 것은 번짓수가 틀린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천정배 후보 측은 "답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다.

    천정배 후보 측 설성현 대변인은 이날 한 통신사와의 통화에서, "선거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DJ 정신을 상실한 문재인호(號) 새정치연합이 이를 비난할 자격이 있겠는가"라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천정배 후보의 DJ 사진 사용을 놓고, 마치 자신들이 DJ 사진 사용권을 전세(傳貰)낸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지난 2·8 전당대회로 출범한 친노(親盧) 문재인 지도부가 실제 DJ와 이렇다할 접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호남 유권자들이 문재인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문재인 대표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를 끌어들이는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동교동계 지도부가 "4·29 재보선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음에도, '밑바닥 당심'은 계속해서 동요하는 상황이다. 지난 7일 동작동 국립현충원 DJ 묘역에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모였을 때, 서울 관악을 지역의 새정치연합 권리당원들은 "친노를 돕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이라며 거세게 항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