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라클리어 美태평양 사령관 “러시아 도발, 아시아 태평양서 냉전 수준 군사행동”
  • 미국과 유럽에서 보는 '신냉전 구도'. 한국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 미국과 유럽에서 보는 '신냉전 구도'. 한국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新냉전’이라는 표현이 최근 언론에서 자주 나온다. 주로 미국과 NATO 동맹국,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벌인 ‘갈등’을 표현하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新냉전’이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는 곳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그 중에서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일대로 보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새뮤얼 라클리어 美태평양 사령관(해군 대장)은 美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가 지난 몇 달 동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냉전 때 수준으로 군사행동을 늘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새뮤얼 라클리어 사령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극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배치한 잠수함 전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장거리 탄도 미사일도 개량 중이라고 한다. 러시아 군의 활동 범위도 한반도 북부 지역에 국한되던 것이 이제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일부 전략 폭격기와 정찰기는 냉전 때처럼 알래스카 일대와 美서부 해안까지 다가올 정도로 러시아 군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 日항공자위대 전투기에 포착된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최근 러시아 공군의 日영공 침범이 잦다고 한다. ⓒ日FNN의 '플래시 재팬' 보도화면 캡쳐
    ▲ 日항공자위대 전투기에 포착된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최근 러시아 공군의 日영공 침범이 잦다고 한다. ⓒ日FNN의 '플래시 재팬' 보도화면 캡쳐

    러시아의 이 같은 ‘냉전식 군사행동 확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中공산당의 군사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뮤얼 라클리어 사령관도 비슷하게 봤다.

    새뮤얼 라클리어 사령관은 中공산당 인민해방군이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과 분쟁 중인 남중국해 일대에 건설하고 있는 인공 구조물 7개가 장거리 레이더, 미사일 체계, 초계함 정박시설 등을 갖춘 ‘군사기지’로 변신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새뮤얼 라클리어 사령관은 이 인공 구조물이 완공되면, 中공산당이 이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해군력과 공군력이 약한 주변국, 베트남, 필리핀 등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中공산당 인민해방군의 이 같은 ‘남중국해 도발’은 일본 자위대에게 군사력 강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日방위성 자료를 인용해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항공자위대 전투기 긴급 출격 횟수는 943회로, 냉전이 절정에 다다랐던 1984년 이후 최다였다”고 전했다.

    日방위성에 따르면, 항공자위대 전투기의 긴급 출격은 거의 모두가 中인민해방군, 러시아 공군의 접근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아베 정권은 이 같은 이유를 내세워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러시아 정부도 주요 핵시설과 수도방어로만 사용 중인 S-400 트라이엄프 방공 미사일. 최근 러시아는 中공산당에 30억 달러 어치의 S-400 미사일을 판매하기로 했다. S-400 미사일 세트(1개 대대 분량) 가격이 약 5억 달러 선이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할 때 최소한 6개 대대급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러시아 정부도 주요 핵시설과 수도방어로만 사용 중인 S-400 트라이엄프 방공 미사일. 최근 러시아는 中공산당에 30억 달러 어치의 S-400 미사일을 판매하기로 했다. S-400 미사일 세트(1개 대대 분량) 가격이 약 5억 달러 선이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할 때 최소한 6개 대대급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중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도 1950년대 냉전 초기를 방불케 한다. 최근 러시아는 中공산당 인민해방군을 위해 S-400 트라이엄프(NATO코드 SA-21) 방공 미사일 시스템 30억 달러(한화 약 3조 3,000억 원) 어치를 수출하기로 약속했다.

    러시아가 만든 S-400 트라이엄프는 패트리어트 PAC-3에 필적한다고 평가받는 최신형 방공 미사일로, 일부 파생형은 400km 안에 있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향해 마하 6.2의 속도로 날아가 요격한다.

    러시아 또한 1999년 1월에야 실전배치를 인정한 S-400 트라이엄프 미사일을 중국에 다량 판매한다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에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中관영매체들은 中공산당 인민해방군이 S-400을 도입한 것이 ‘센카쿠 열도 방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美항공모함 요격용 DF-21 지대함 미사일과 함께 한미일 삼각동맹의 군사적 능력에 대응하려는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中인민해방군의 군사력 증강은 부동산 시장 침체,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로 알려져 있다. 현재 건조 중인 항공모함 2척과 이미 공개된 스텔스 전투기 젠-20에 이어 최신형 젠-31을 생산하겠다고 밝히는 등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대한 제국 부활’을 목표로 내건 푸틴 정권의 기조에 따라 러시아 또한 군비 증강에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의 전략 핵잠수함인 ‘타이푼’급 2척을 곧 퇴역시키는 대신 이보다 더 강력한 ‘펀치력’을 가진 ‘보레이’급 전략 핵잠수함 8척을 건조해 배치할 예정이다. 이 ‘보레이’급 전략 핵잠수함에는 신형 SLBM(잠수함 발사 탄도탄)인 ‘불라바’가 탑재된다.

  • 2014년 5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관영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 NATO가 자신들을 압살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투데이 당시 보도화면 캡쳐
    ▲ 2014년 5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관영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 NATO가 자신들을 압살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투데이 당시 보도화면 캡쳐

    SIPRI(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연례 보고서만 봐도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 증강 수준을 알 수 있다. 2014년 중국 국방비는 2,160억 달러, 러시아는 845억 달러에 달한다. 전년 대비 8~9%가 증가한 수치다. 이 상태가 10년 지속되면, 현재 국방비의 2배가 된다.

    2014년 중국의 국방비만 해도 미국 국방비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방비는 한국과 일본의 국방비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의 국방비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인건비 등 경상운영비가 매우 적게 든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中공산당이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면,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서는 中공산당을 떠받치고, 서쪽에서 미국과 NATO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러시아는 2014년 9월부터 미국과 NATO 회원국들이 경제재제 등을 시행하자 이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우크라이나 대신 북유럽과 북해 유전 인근에 전략 폭격기, 정찰기 등을 보내는 등 긴장을 조성해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와 예멘 내전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종용하고,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라고 초청하는 행태를 ‘對서방 갈등조성’ 구도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와 대응 전략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