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어린이', 창간 12주년 기념 특별 토론회 개최"청소년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주체로서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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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창비 어린이'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사회에서 차지하는) 청소년의 위치와 정체성을 고찰해보는 토론회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오세란 창비어린이 편집위원이 사회를 맡고 문화학자 엄기호, 아동문학평론가 김윤·김지은 등이 발제자로 나선 이번 토론회에선 "청소년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주체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엄기호는 '열정페이' 문제와 관련 "청소년을 노동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담론이 오히려 청소년의 노동과 노동 착취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돌변할 수 있다"며 "근대 사회가 청소년의 노동을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본질적으로 '노동하는 존재'가 아닌 '배우는 존재'기 때문에 이들의 노동은 배우는 과정으로 착취를 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알바생, 수습생, 견습생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어른들이 노동하는 청소년을 '배우는 과정' 속에 가둬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을 독립적인 온전한 '노동자'로 취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잘 놀지 못하는 10대'란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윤은 사회가 청소년을 '주체'로 보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청소년이 과도한 학업으로 인해 놀 권리를 빼앗겼고,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했다는 논리를 전개한 것.

    김윤은 "수동적으로 변한 청소년들은 한사람을 따돌리는 '왕따놀이', 목을 졸라 죽음 직전의 쾌락을 느끼는 '기절놀이', 죽은 척하는'시체놀이'등 엽기적인 놀이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동적인 청소년이 스스로 지배 세력의 질서와 규칙을 따르며 놀지 못하는 청소년으로 변해 가고 있다"면서 "청소년 문학속에서 청소년이 제 몸을 사랑하고 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은 '10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주제로 청소년들이 '로미오와 줄리엣' 만큼도 사랑을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교적 성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그런 사랑을 해선 안된다는 '감시의 시선'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역시 "사회가 청소년에게 주체성을 부여하지 않아, 청소년들이 수동적인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김윤과 마찬가지의 논리를 전개했다. 

    김지은은 "'사랑'은 한 사람의 온전한 성장을 돕고 절망 속의 삶을 일으킬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앞으로 청소년들이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오세란은 "청소년들의 주체성을 인정해주는 어른들이 생겨나면,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