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 전 회장 로비 장부 확보..추가 로비 장부 존재 가능성도
  • ▲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가설(假說)로만 떠돌던 ‘성완종 로비 장부’의 존재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기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의 여권 정치인들 외에,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이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간부급 검사 2명을 특수팀에 추가 합류시키면서, 수사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 확대 움직임에 야권이 ‘물타기 수사’를 주장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검찰의 칼 끝이 ‘성완종 리스트’를 넘어 여야 정치권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경남기업 및 성 전 회장 측근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숨진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야 유력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넨 내역을 담은 로비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로비 장부’에 나오는 여야 정치인은 모두 14명이며, ‘성완종 리스트’에 나오는 정치인 4~5명의 이름이 로비장부에도 등장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정치인들 7~8명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도 나와, 이들 역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그림자로 불린 이용기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측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장부를 확보했다.

    A4용지 30장이 넘는 이 장부에는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회장 및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정치인들에게 건넨 금품의 내역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장부에는 성 전 회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떤 명목으로 얼마의 금품을 건넸는지 그 내역이 매우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검찰이 소문으로 나돌던 ‘성완종 로비 장부’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로비 장부가 더 있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자수성가형 인물들이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대한 로비 내역을 기록으로 남겼을 것이란 추론이 적지 않았다. ‘성완종 비리 장부’의 등장은, 이런 추론이 허구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2, 제3의 로비 장부 존재 여부가, 검찰 수사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로비 장부에 이름을 올린 새정치민주연합 K, C 의원 등 야권 중진의원이 누구이고, 이들이 성 전 회장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들 야당 중진이 누구더라’라는 내용의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견된 로비 장부에 나오는 인물의 절반 이상이 야당 정치인이란 점에서, 이들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경남기업이 추진한 사업이나 성 전 회장의 개인비리와 관련돼 관계 부처 등에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성완종 전 회장에게 베푼 두 번의 석연치 않은 특별사면과 관련돼, 이들 야당 정치인들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론도 나오고 있다.

    앞서 성완종 전 회장은 2005년 5월, 2007년 12월 각각 노무현 대통령이 단행한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정권에서 불과 2년 사이에, 두 차례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모두 특별사면을 받은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특히 2007년 12월 말에 이뤄진 두 번째 특사의 경우, 당시 참여정부는 성완종 전 회장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파격적인 특혜를 베풀었다.

  • ▲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시절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출처 조선닷컴
    ▲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시절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출처 조선닷컴

    성 전 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특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재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재인 대표와 성 전 회장 사이의 특별한 교감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은 로비 장부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용기 실장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 운전기사 여모씨 등을 상대로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아가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전모 전 경남기업 상무와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과정과 사용내역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검찰은 이들 압수수색을 통해 성 전 회장 핵심 측근들이 보관 중이던 장부와 하드디스크는 물론 이들이 사용한 휴대전화까지 확보해,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