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쓴 '노무노무'라는 단어와 '음주운전'이 같은 사회적 물의"
  • ▲ 윤완주 선수.ⓒ기아 타이거즈
    ▲ 윤완주 선수.ⓒ기아 타이거즈

    【뉴데일리 스포츠】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가 SNS에 '노무노무'라는 표현을 쓴 선수와 형사처벌 대상인 음주운전을 일으킨 선수에게 동일한 징계를 내렸다. 기아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자격 정지 3개월과 1,000만원 벌금이라는 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최근 2군 선수인 윤완주가 자신의 SNS에 '노무노무'라는 글을 올린 사건에 대해서도 3개월 자격 정지와 벌금 875만원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결정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SNS에 '노무노무'라는 네 글자를 올린 것과 '음주운전'이라는 같은 네 글자지만 그 잘못의 깊이가 확연히 다른 두 사건에 대한 징계는 하늘과 땅과 같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기아 타이거즈의 징계위원회는 '노무노무'와 '음주운전'을 같은 네 글자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광주를 연고로하는 자신들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용어인 '노무노무'는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 젊은이들은 '노무노무'를 '너무너무'의 재미있는 표현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윤완주도 그런 젊이들 중 하나다.  

    지난 7일 윤완주는 자신의 SNS에 '노무노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7일 저녁부터 8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윤완주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윤완주의 개인 신상은 물론이고 그의 주변인들의 신상까지 파악해 욕설을 퍼부었고 급기야 기아 타이거즈 구단 홈페이지에 윤완주를 방출하라는 내용의 글로 도배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게시판이 세상의 전부인 양 9일 윤완주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기아 징계위원회는 윤완주에게 3개월 자격 정지, 급여 미지급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7일부터 9일까지 원정 경기를 치른 윤완주는 10일 오전 징계가 결정된 상태에서 기아 타이거즈 오현표 운영 실장과 마주했다. 윤완주는 별다른 항변을 하지 못하고 3개월 자격 정지, 급여 미지급을 받아들였다. 

    현재 윤완주는 모교인 부산 개성고등학교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피트니스(헬스장)에서 무료로 운동하고 있다. 윤완주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입대를 예정하고 있는 윤완주는 어떻게든 몸 상태를 유지해 경찰청, 상무 등의 테스트를 치르고 싶어했다.    

  • ▲ 윤완주 선수.ⓒ기아 타이거즈
    ▲ 윤완주 선수.ⓒ기아 타이거즈

    야구 선수들의 노동조합인 '선수협회'는 안타까운 윤완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기아 타이거즈에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며 재고해 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기아 타이거즈는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답답한 선수협회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부장에게 연락했지만 정 부장은 "기아 타이거즈 구단의 결정에 대해 KBO가 뭐라고 할 수 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선수협회 김선웅 변호사는 서재응 선수협회장과 박충식 사무총장을 대신해 윤완주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개월 자격 정지를 받아들인다 해도 875만원의 벌금은 너무 가혹하다는 게 선수협회의 입장이다. 김선웅 변호사는 "야구 선수들은 윤완주에게 기아 타이거즈가 내린 징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윤완주 선수에 대한 징계를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수협회는 이번 사건에서 윤완주 선수의 억울함을 공감하면서 구단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선수협회는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이다. 피고용인으로 을의 입장에 있다. 선수협회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희생을 당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최동원, 양준혁, 마해영 등이 있다. 이들은 선수협회를 구성하려다 당시 소속 구단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