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언론인회 -6.25참전언론인회 대토론회 /토론문>

    국민의 깊은 감사와 존경이 보훈의 정신적 근간  
                           
                             문 명 호(대한언론인회 주필)

     유영옥 원장께서 집필하신 발제문 ‘광복 70주년 한반도 안보와 국가보훈’을 통해 국가의 보훈이 곧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깊이 깨닫게 됐습니다. 논문에서 지적 하신대로 “국가보훈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주장에  동감하며 바로 그 때문에 또한 논문에서  “요즘 나라와 민족을 위한 호국정신이 부족한 우리 민족정신으로 볼 때 국가안보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지적에도 동감을 표합니다.

     꼭 한 가지 아쉽다면 우리 민족이 역사적으로도 호국정신이 부족했는지, 그렇지 않고 역사적으로 어느 민족보다 강한 호국정신을 갖고 나라를 지켜 왔다면 오늘날 왜 이렇게 부족하고 해이하게 됐는가를 몇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여 주셨으면 더욱 공부가 되고 경각심을 일깨우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 됩니다. 
저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닌 한 언론인의 시각에서 생각되는 몇 가지를 말씀 드리려합니다.

 1997년 10월 24일 유럽의 룩셈부르크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창설한 아시아-유럽재단(ASEF)의 제1차 언론인회의가 열렸을 때 였습니다. 호텔에 여장을 푼 후 잠시 거리로 산책을 나갔는데 가까운 어디에선가 우리나라 애국가 연주가 들려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도 놀랍고 반가워 소리 나는 곳으로 달리다시피 찾아 가니 바로 중심가에 있는 전몰용사 기념탑에서 유엔 데이인 이날 한국전 참전 전사자들에 대한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추모식엔 47년 전 한국전 참전 룩셈부르크군 중 생존자 43명과 육군 참모총장 등 2백여 명의 장병들과 문창화 주벨기에 한국대사 한국교민들이 참석했는데 군악대가 먼저 애국가와 룩셈부르크 국가를 연주한 것입니다. 룩셈부르크군은 한국전에 1개 소대 89명이 참가해 벨기에 대대에 편입돼 1951년 임진강 전투 등에서 중공군과 격전을 벌였으며 15명의 전사상자가 났습니다.

그 날 룩셈부르크 공원 추모식에 참석한 루디 루티 예비역 대령 등 한국전 노병들은 한국전에 참전해 공산주의를 물리친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둘러보니 길 가던 룩셈부르크 시민들이 함께 다가와 묵념하며 추모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들은 우리 애국가 연주 중 그때 룩셈부르크 공원 한국전 추모행사에서 룩셈부르크 군악대가 연주한 애국가를 들은 것이 가장 감명 깊은 애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룩셈부르크의 참전 노병들은 국가로부터 취업과 생활연금 등 적지 않은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전몰장병기념일 (The Memorial Day)엔 2차세계대전 참전 노병들과 한국전 참전 노병들이 옛 군복을 차려 입고 트라팔카광장에서 버킹엄 궁전을 돌며 그 유명한 ‘노병들의 대행진’을 벌였습니다. 노병들은 그렇게 당당하고 명예스러울 수가 없는 모습들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시민들 모두가 이 나라를 지킨 노병들에게 최대의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전에 미국 다음으로 5만7천명을 파견한 영국의 한국전참전향군회(BKVA)는 1999년 참전 21개국 1천5백 명이 참가한 한국전참전향군회 국제재회대회를 런던에서 개최, 세인트 폴 성당에서의 추모식과 런던 대행진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그 유명한 영국 ‘노병들의 행진’은 이 분들의 연세가 너무 많아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5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한 미국에서도 5월 현충일의 노병들의 행진은 워싱턴뿐 아니라, 거의 미국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이들 노병들에게 최대의 존경과 감사를 나타냅니다. 하버드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메모리얼 교회에서도 총장을 비롯한 교수 학생들이 동판에 새겨진  1,2차 대전, 한국전 참전 학생 전사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추모 예배를 갖습니다.    

제가 오늘 외국에서 직접 보고 겪은 얘기들을 하는 것은 보훈은 물질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깊은 감사와 존경이 보훈의 정신적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유영옥박사께서 발제 논문에서도 지적하셨듯이 지금 우리에게는 ‘호국의 정신’이 크게 부족해 국가안보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입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무엇보다 첫째 역사교육의 부재입니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같은 1948년 디아스포라에서 돌아 온 유대인들이 나라를 건국했습니다. 이스라엘인들이 자손들에게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의 고난의 역사와 유대인 경전인 탈무드입니다. 역사 교육을 통해 다시는 민족이 흩으러 지지 말고 나라를 잃지 말자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교육과 법질서를 읽어 보면 이스라엘의 건국 아버지 벤 구리온은 물론 건국을 위해 희생한 모든 선인들을 추앙하고 있을 뿐 더러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어떤 세력도 끝까지 색출해 내 단호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후손들에게 우리의 고난의 역사도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을 뿐 더러 대다수 역사 교과서들이  이른바 좌파 학자들에 의해 우리 역사가 비뚤어지게 기술되어 이를 가르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6. 25전쟁을 북한의 공산화를 위한 남침전쟁이 아닌 ‘민족해방전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게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후세대들이 어떻게 올바른 국가관과 호국보훈 의식을 갖게 되겠습니까. 

두 번째로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해 이 나라 지도층에 거의 애국자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예전, 그러니까 건국 초기엔 지도층에 애국자들이 계셔서 이 나라를 이끌어 가셨습니다.
이승만, 김구, 김병로, 신익희 같은 인물이 그 분 들입니다. 국민은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이 분들의 국가관과 지도력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사회 지도층이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여러분들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 입니다. 이렇게 나라에 존경받는 인물이 없으니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호국선열들에게도 자연 존경과 감사가 줄어들고 소홀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대오각성 해야 할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에 예를 표하지 않고 아직도 공식 국가 (National Anthem)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국가나 다름없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잘못되어도 크게 잘 못되어 가고 있는 사회라는 것 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인 이상 어떻게 태극기를 보고 예를 표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 하물며 이들이 그 태극기와 애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친 호국선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겠습니까. 하루 빨리 애국가의 국가 지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호국 보훈정신은 호국 선열들에게 물질적 지원은 물론 국민 모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하는 국민정신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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