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 프로세싱 첫 단계 ‘전해환원’ 승인 가능성 높아…“핵무기 개발용 아냐”
  • 국제사회에서 자주 논란이 되는 북한 영변의 핵시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시설이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 국제사회에서 자주 논란이 되는 북한 영변의 핵시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시설이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美전문가들이 美정부가 한국의 핵 재처리 과정 가운데 첫 단계는 ‘연구개발’ 명목으로 허용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3일(현지시간), 美카네기연구소의 김두연 연구원과 마크 힙스 연구원은 이날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美정부가 ‘연구개발’ 차원에서 한미 양국이 공동연구 중인 핵재처리 기술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핵물질 재처리)의 첫 단계인 ’전해환원‘은 한국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으로 본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두연 연구원과 마크 힙스 연구원은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갱신할 때 한국이 우라늄 농축이나 핵물질 재처리를 허용하도록 하는 조항은 넣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래의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 미국이 단계별로 한국에게 핵물질 재처리 기술개발을 허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연구원은 또한 미국이 한국의 핵물질 재처리를 허용하지는 않겠지만, UAE나 대만에 대해서처럼 모든 핵물질 재처리 기술을 포기하라는 ‘골든 스탠더드’를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 미국이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을 매우 중요하게 봤다.

    이들 연구원은 한미가 공동연구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의 성공 여부가 향후 한국에게 핵재처리를 허용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향후 이에 대한 양국 간의 고위급 협의체 또는 위원회를 세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미래형 핵재처리 기술'로 불리는 파이로 프로세싱 요약설명.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 ⓒ美국립 아르곤 연구소 자료 캡쳐
    ▲ '미래형 핵재처리 기술'로 불리는 파이로 프로세싱 요약설명.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 ⓒ美국립 아르곤 연구소 자료 캡쳐

    美카네기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한국의 핵물질 재처리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평가한 ‘파이로 프로세싱’은 지금까지는 실제 성공한 적이 없는, 미래의 핵재처리 기술이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모두 연소된 뒤에 꺼낸 ‘사용 후 핵연료’ 속에 있는 우라늄을 다시 모아 ‘고속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흔히 ‘핵연료 건식재처리’라고도 부른다.

    ‘사용 후 핵연료’는 보통 우라늄 96%, 플루토늄 1%, 이밖에 미량의 넵트늄, 아메리슘, 큐리움, 세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이 있다. 이 중 우라늄을 재활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핵 전문가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의 실용화에 성공할 경우 한 번 쓰고 버리는 우라늄을 여러 차례 재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져 핵연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환경 문제로 논란이 되는 ‘사용 후 핵연료’의 부피를 기존의 20분의 1, 발열량은 100분의 1,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무기용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현재의 핵 재처리 기술과는 달리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매우 부합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美카네기 연구소 연구원들이 “미국이 허용할 것”이라고 한 ‘전해환원’이란 산화된 ‘사용 후 핵연료’에 전기를 흘려 산소를 분리시킨 뒤 금속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이는 ‘파이로 프로세싱’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한미 양국은 4월 중 서울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의 타결을 위한 최종 회의를 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한미 양국이 체결하려는 한미 원자력 협정은 20년 기간으로 5년의 자동갱신 기간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