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내전 5년차 390여만 명 난민, 생존 위협” 지원호소에 韓정부 결단
  • ▲ 도미즈(Domiz) 난민 캠프에 있는 시리아 어린이들. 아이들은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IRC(국제구호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 도미즈(Domiz) 난민 캠프에 있는 시리아 어린이들. 아이들은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IRC(국제구호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꿈을 꾸면 저격수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어요. 저격수가 나한테 쏜 총알이 내 몸, 여기, 여기, 여기를 뚫고 지나가요.”


    쿠웨이트 왕궁에서, 시리아 알레포에 사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 ‘사라’의 목소리가 울려 펴지자 세계 78개국 외교관과 40여개 국제기구 대표는 침묵했다. ‘사라’는 태어나서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지난 5년 동안 이어진 시리아 내전은 불과 다섯 살짜리 어린 여자아이의 꿈속에 ‘저격수’가 등장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쿠웨이트 바얀 왕궁에서 열린 ‘제3차 시리아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는 전 세계 정부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다섯 살짜리 소녀 ‘사라’의 호소에 이은 난민 390여 만 명의 힘든 생활을 본 세계 각국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이 회의를 주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난민 390여만 명 외에도 시리아 국민 1,200만 명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이라크로 피난을 간 난민 390여만 명을 ‘인도적 지원’하는 주변국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5년 국제사회가 시리아 난민들을 ‘살리기 위해’ 84억 달러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을 듣고, 시리아 난민을 위해 1,000만 달러(한화 약 110억 원)의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200만 달러, 2013년 400만 달러, 2014년 745만 달러를 지원한 것까지 포함하면 2,345만 달러를 시리아 난민들에게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신동익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시리아 내전이 마무리된 뒤에도 아동 교육 등을 위한 지원을 계속 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의를 주최한 산유국 쿠웨이트는 5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5억 700만 달러, EU는 15억 달러, 일본은 5억 900만 달러, 독일은 2억 5,500만 달러, 영국은 1억 5,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쿠웨이트와 유엔이 공동주최한 이번 회의에서,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해 모으기로 한 금액은 모두 38억 달러. GCC 국가들과 서방 국가들이 대부분 부담하기로 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초, 북한 김씨 일가와 절친한 사이인 아사드 일가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내전이 일어난 뒤, 알 카에다 계열 테러조직과 ISIS, 공화정을 추구하는 자유시리아군(FSA) 간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테러조직 ISIS가 발호하면서, 시리아 주민 수백만 명이 레바논, 요르단, 터키 등 주변국으로 피난을 떠난 상태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 때문에 수십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