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기회주의 철새의 비행', 정태호 '기억 안나는데?', 오신환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유력 후보들이 저마다 아픈 과거사를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은 네 번의 지역구 변경이 큰 걸림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예비후보는 구 통진당 이상규 후보의 선대위원장 출신 이력으로 경쟁자들이 쏴대는 화살을 맨몸으로 맞고 있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80년대 학생운동권 조직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연루 의혹이 순항 중의 백파(白波)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악을 보궐선거의 3강인 이들 예비후보들이 닥친 난항을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동작에 뼈를 묻겠다… '철새' 정동영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감행했던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은 결국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본인을 "일관된 정치 노선으로만 날아가는 철새"라고 자평한 정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출마를 결정했다.

    정동영 위원장은 "많은 번민이 있었지만 무엇이 되기보다 밀알이 되겠다는 약속, 그 약속의 무거움을 알았기에 고민했다"며 "현실을 바꾸라는 요구에 고민했고 결심했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관악을에 자리를 편 정 위원장에 대해 경쟁 후보들은 '철새'라는 별명을 붙이며 공격하고 있다. "같은 정치 노선으로 날고 있다"며 해석을 달리하려 애쓰지만, 자신도 철새 명칭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동영 위원장에게 이번에 도전장을 낸 관악을은 1996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네 번째 지역구다. 15대 총선으로 처음 전주 덕진에 정치살림을 차린 정 위원장은 서울 동작을과 서울 강남을을 거친 후 현재 서울 관악을 지역을 유랑하고 있다.

    특히 정 위원장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할 때에는 "동작을과 연애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중매로 만나도 백년해로하고 가약을 맺듯 이 곳에서 뼈를 묻겠다"고까지 했었다.

    어떻게든 동작을 지역구와 자신을 연관짓기 위해 "(동작을 지역구에 속한 사당동이) '동래 정씨'인 정승 5명을 모신 사당이 있어 사당동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들었다"고 무리한 연결짓기를 행하기도 했지만, 이 모든 발언이 이제는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정동영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이동한 것을 철새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철새라고) 말해도 된다"면서도 "나는 약자와 서민을 지키는, 하나의 노선을 가는 정치인"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위원장은 한동안 경쟁 후보들의 '기회주의 철새 정치인' 낙인찍기 공세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정 위원장 스스로 내뱉은 "동작에 뼈를 묻겠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이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이 탄로난 탓이다.

     

  •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예비후보.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예비후보.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내가 그랬다고?… '망각'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예비후보는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구 통합진보당 소속 이상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과거 전력이 지속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19대 총선 당시 관악을은 야권단일화 지역으로 선정돼 민주통합당이 구 통진당에 '양보'했는데, 민주통합당 소속이던 정태호 후보는 이 지역에서 야권단일후보가 된 이상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번 4·29 관악을 보궐선거 자체가 구 통진당의 해산에 따른 이상규 후보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만큼, 정태호 후보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론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형편이다.

    이와 관련, 정태호 후보는 지난 1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지난 19대 총선에서 구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력에 대해 "제 기억에 없는 직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정당간의 연합은 늘 있는 것"이라며 "연대를 문제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정 후보의 답변은 해명이 아닌 변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 상대인 오신환·변희재 후보가 공개질의한 '구 통진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상규 전 의원을 당선시킨 점, 위헌 판결로 통진당이 해산됨에 따라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 발생 책임, 이에 따른 사과' 등 본질로부터 비켜난 답변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에게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태호 후보는 보궐선거 발생의 원죄를 안고 있는 이상규 후보의 선대위원장 출신이라는 이력이 뒷덜미를 잡아끄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대대적 지원과 야권 지지층이 단단한 지역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새누리당 오신환 예비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새누리당 오신환 예비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난 전대협 몰라요!… '억울?' 오신환

    새누리당 오신환 예비후보는 특별한 흠이나 과거 전력이 부각되지는 않고 있지만, 과거 대학 시절의 행적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NL 성향이 짙은 대학생 운동권 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와의 연루 의혹이 문제되고 있는 것.

    오신환 후보는 지난 2012년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자신의 입으로 "전대협에서 게릴라극을 한다거나 농활에서 문선대를 맡았다"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일부 유권자들은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 소속인 오신환 후보의 이념적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오신환 후보는 2일 〈뉴데일리〉 취재진에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

    오신환 후보는 "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전대협을 지지한 적이 없다"며 "내가 전대협 출신의 종북 세력이라는 황당무계한 비방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어 "전대협에서 활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건대극장 연극반 활동을 하던 당시 전대협에서 각 대학 동아리를 대상으로 주관한 프로그램에 참석해 게릴라 극 기법을 수강했던 경험과, 건대극장 연극반원 전원이 연극을 통해 농활에 참여했던 경험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전대협 연루 의혹은)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라며 "대응하기도 창피해서 안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오신환 후보의 해명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렇다면 오신환 후보는 왜 보도 직후에 인터뷰 내용이 오보라고 바로 지적하지 않았느냐"며 "보궐선거를 앞두고 반박에 나선 모습은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신중치 못했던 처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