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헌재 결정 강제력 있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대통령제와 어울리지 않아"
  •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일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병석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일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병석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농어촌 국회의원 선거구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1일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농어촌 선거구 조정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의원 정수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와 관련해 의원들의 비명이 쏟아진 만큼 향후 논의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개특위는 이날 첫 번째 안건으로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와 정당·정치자금법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한 뒤, 곧바로 김용희 중선관위 사무총장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앞서 중선관위는 지난 2월 25일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중선관위는 이 개정 의견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확대해 지역구(200석)와 비례대표(100석)를 2대1로 조정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석패율제 도입 △지구당 부활 등을 건의했었다.

    이 중 의원들의 질의는 외견상 비례대표 의석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집중됐으나, 속내는 농어촌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에 집중돼 있었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상한과 하한의 인구비를 2대1 이내로 할 것을 결정한 것을 거론하며 "선거구 하한 인구에 미달하는 곳 대부분이 농어촌"이라며 "이대로라면 7개 군(郡)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일 수도 있는데 이것이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같은 당의 김상훈 의원도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획정에 인구 외에도 행정구역·지세·교통 등도 따지도록 돼 있는데 헌재 결정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수도권의 어느 자치구는 지역구 의원이 3명이고, 서울 전체보다 면적이 더 넓은 6개 군에 지역구 의원이 1명 밖에 없을 수가 있는데, 표의 등가성만 따져서 이런 결과가 나와도 불가피하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단원제 국회에서 표의 등가성만 따지다보니 지역대표성이 굉장히 급격히 위축된다"며 "표의 등가성 때문에 대의제 하에서 수도권이 과다대표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김윤덕 의원도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해서 지역구를 200명으로 줄이면 농촌 지역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획기적으로 지역주의를 완화하려다 농촌 지역의 지역대표성이 획기적으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추궁했다.


  •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1일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1일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 김용희 중선관위 사무총장은 "의원 정수 300명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수를 2대1로 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OECD 국가에 비해 의원 정수가 적다는 것은 선관위도 인지하고 있지만 국민 감정이 아직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면 국민을 설득해 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만 놓고 보자면, 공직선거법상 행정구역과 지세를 감안하게 돼 있더라도 인구비가 2대1을 넘을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기속력 △표의 등가성과 농어촌 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대통령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거론하며, 향후 정개특위에서 전개될 험난한 법리 논쟁을 예고했다.

    박범계 의원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올해 말까지 최종적인 결론을 못 내리면 어떻게 되는가"라며 "헌재 결정에 법률적 강제력이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재판소법에 존재하지 않는 결정 형식으로, 단순위헌 결정과는 달리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기속력에 있는지에 관해서는 법조계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특히 대법원은 헌법불합치·한정위헌·한정합헌 등 변형 결정에 대해서는 그 기속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 서 있다. 법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이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박범계 의원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대통령제와 친화성이 있는 제도"라며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해 소수 정당이 나오는 것은 대통령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치 체제로서의 대통령제는 정당 제도로서는 양당제, 선거구제로는 소선거구제와 연결된다는 것은 헌법학의 상식이다. 반면 중선관위가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독일과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두 나라 모두 다당제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물론 비례대표 의석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공화당~민주당의 거대 양당제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이와 같은 모순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용희 사무총장은 법리 논쟁은 삼가고 "19대 국회에서 최종 막판까지 1석을 합의하지 못했는데, 지역구 의석을 1석도 아니고 40석 이상 줄여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지난한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말로 의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