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여론조사 1위…꿈쩍않는 비노·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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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죽을 고비' 앞에 섰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제 앞에 있다. 마음을 다 비우고 정도(正道)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첫 고비를 당 대표 당선으로 넘었다면 두번째 고비는 '광주'에 있다. 그는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고 한 바 있다. 4.29 재보선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초기 관측과는 달리 정동영, 천정배 전 참여정부 장관들의 잇딴 출마 선언으로 반(反) 새정치연합 전선이 구축된 모습이다.

    문 대표는 1일에도 광주를 찾았다. 지난달 22일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 지원 차 방문한 지 열흘 만이다. 선거 구도가 박빙으로 돌아가자 '표결집'으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① 흔들리는 광주, 천정배 여론조사 1위

    재보선이 열리는 네 지역 중 문 대표에게 가장 부담되는 곳은 단연 광주 서구을이다. 지금껏 '출마 = 당선' 공식에 충실해 온 텃밭이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광주타임즈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5, 26일 양일 간 광주 서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는 천정배 무소속 후보 몫이었다.

    천정배 후보는 37.2%의 지지율로 29.9%를 얻은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를 7.3%p 차로 제쳤다.정승 새누리당 후보는 12.6%, 정의당 강은미 후보는 8.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8%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천정배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선 현재 시점에서 10% 이상 앞서야만 승산이 있는데, 현재 그렇지 못하다"고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호남 패배' 위기론이 당을 휘감고 있다.

    게다가 천정배 후보는 '호남정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정치연합의 '일당 독점 체제'를 정면으로 겨누며 야권 재편을 통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천정배 전 장관.  ⓒ뉴데일리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천정배 전 장관. ⓒ뉴데일리

    ② 호남 민심 숙제, 또 유권자 평가 '부담'

    문 대표는 이미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호남 유권자로부터 한 차례 '외면' 당했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문 대표가 박지원 후보와 불과 3.5%p 차로 신승을 거둔 데는 호남의 비노(非盧·비노무현) 정서가 뿌리 깊게 작용한 탓이 컸다. 호남은 'DJ 여론전'을 편 박지원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문 대표는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만 했다. 

    호남이 오로지 'DJ 향수' 때문에  박지원 후보를 지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산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것은 '호남'이었다. 호남은 전략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는 문호를 열고, 큰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문 대표는 이러한 '전략적 선택'에서 이미 한 차례 배제됐다.

    현재 야권 대선 후보군에서 상위권인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까지 모두 부산·경남 출신이다. 충청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텃밭인 호남을 대표할 정치인이 없다. 

    일부에서 호남이 언제든 새정치연합을 버릴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무리가 아니다. 호남을 대표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만들어진다면 호남은 힘을 결집해 몰아줄 수 있다. 문 대표가 광주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지역 토호세력들의 거센 도전을 첫번째로 맞닥뜨리게 된다.


  •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표(왼쪽)과 2위로 패배, 고개 숙인 채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표(왼쪽)과 2위로 패배, 고개 숙인 채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③  박지원, 문재인 살릴까

    문 대표의 '목숨'은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쥐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당장 호남 표심에 큰 영향력을 갖춘 박 의원이 얼마나 문 대표를 돕느냐에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연일 천정배·정동영 전 장관들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지만 비노·호남계는 관망 중이다. 천정배, 정동영 전 장관의 행보를 비판하곤 있지만 문 대표나 당 후보들을 향한 '적극적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야권의 정치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두 전직 장관은 이런 기류를 파고 들어 문 대표를 연일 흔들고 있다.

    현재로선 박지원 의원의 명확한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결국 도울 것이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박 의원이 '실익'을 따져볼 때 굳이 나설 이유도 없다는 분석 있다.

    명분·모양새가 중요한 정치판에서 '당을 도울 명분'은 충분하지만 '문 대표를 도울 명분'은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 재보선 승리가, 문 대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대선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커 박 의원의 때 이른 '정치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표가 확실한 대선 주자가 아닌 상황에서 마치 그를 '지원'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향후 정치 행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압도적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호남의 맏형'인 그의 영향력은 대선이 가까워질 수록 극대화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도에서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 섣불리 힘을 실어줄 리가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