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 탄생 140주년에 생각해 본다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 / 객원기자) 

    2008년 광화문 광장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현장에 유모차를 끌고 참석한 엄마들과 이승만 탄생 140주년 기념행사에 나선 엄마들을 보면서 무엇을 느껴야 하나

    지난 3월26일은 대한민국 서해 북방한계선을 수호하던 우리 해군 천안함이 북한 황해도 비파곶을 비밀리에 출항해 백령도 근해로 잠입한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피격돼 채 피지도 못한 꽃다운 젊은  해군 장병 46명이 전사한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일이었다.   

    이 날은 역사적으로도 여러 의미가 함축된 날이기도 하다. 이 땅을 강제로 빼앗고자 국권을 침탈한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히로부미(이등박문)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사살하고 의연하게 러시아 헌병에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장군이 뤼순 감옥에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염원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날이다.

    3월26일, 이 날은 또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음에도 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로 어쩔 수 없는 약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미, 영, 중, 소 세계 강대국에 어떤 꿀림이나 비굴함도 없이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자주권 확립을 위해 담대하고도 옹골찬 소신과 지략을 발휘한 독립운동가이자 노련한 외교술의 정치가로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을 창조한 초대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탄생한지 140년이 되는 날이다. 
  • 이 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탄신 140주년을 기리고 그의 생애를 오늘의 시대상황에 반추하고 조명하는 특별강연회가 창간 10년을 맞는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대표 인보길) 주관으로 열렸다. 필자도 초청을 받아 행사에 참석했다.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은 참석자들로 대만원이었다. 직무상 여러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에 어느 곳, 어떤 모임으로 열리느냐 하는 행사의 성격에 따라 얼마나 사람들이 모이고 안모이고 할 것이라는 걸 대략 가늠할 수 있지만 이 날은 참으로 달랐다. 넓은 홀 안은 물론이고 로비에까지 꽉 들어찼다. 근래 보기드믄 대성황을 이뤘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고, 대표할 수 있는 대표주자【‘이승만 박정희 자유통일’-해방70년-대한민국건국67년-우남 탄생 140년】주제에 걸맞게 이름만 대면 내로라하는 많은 보수애국진영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고, 연세 지긋한 분들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그 중에는 어린 자녀들을 대동한 젊은 엄마들도 끼어 있어 매우 이례적이고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이유는 한가지였다.

    2008년 5월 당시 필자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수개월 지속된 미국산 쇠고기 반대 불법 시위현장을 취재했다. 수만 명이 거리를 장악했다. 불법에 무법, 떼법이 횡행했다. 법은 실종되고 사라졌으며, 법치국가 대한민국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시위현장 데모 대열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참가하거나 유모차에 간난 아이들을 태운 속칭 ‘엄마 유모차 부대’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이들 엄마들은 피켓을 거머쥔 손을 흔들며 “우리 아이들을 죽일 수 없다”며 “이명박 OUT” “명박아 방빼”와 같은 구호로 목청을 돋으면서 불법진입을 막아서던 전경들의 방패 앞에서 끄떡하지 않았다. 전사(戰士), 투사(鬪士) 같은 그 엄마들의 행동을 눈여겨보면서 자식을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과 함께 또 다른 이면에 똬리를 튼 현상을 목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4월 우리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 세월호 참사와 이후 벌어진 촛불문화시위에서도 비슷한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발생해선 안 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적인 참사 앞에 전 국민은 애통과 비분강개로 할 말을 잃었다. 사고 발생 직후 촌각을 다투며 구조해야 할 구조본부와 관계당국의 무능한 대처, 또 다시 수습과정에서 보여진 일탈된 언행과 면피성 행동들은 다시금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두 번 울리고 아프게 했으니 국민의 질타와 엄중처벌로 다스려져야 할 것임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하지만 엄연히 사고를 일으킨 주범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데도 그 책임전가와 불똥은 이번에도 그 직접적인 당사자 사고 유발자들을 비켜 대통령과 정부를 향했다. 천금 같은 시간을 제대로 사용치 못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당국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비난 받아 마땅하고 추궁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밤이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은 촛불이 불야성을 이뤘다. “박근혜 퇴진” “박근혜가 책임져” 피켓이 난무하고, 급기야 청와대 앞 농성장에선 “박근혜가 범인이다. 살인자를 처벌하자” 구호가 떼를 잇기도 했다. 

    2008년 당시와 엇비슷하게도 빗나간 어른들의 잘못으로 안타깝게 숨져간 어린 학생들을 추모하는 촛불행사가 반정부 시위현장으로 뒤바뀌곤 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 손에 섬뜩한 문장의 피켓과 구호가 뒤를 받쳤다. 자녀들의 손을 잡은 엄마, 아이들을 태운 유모차도 한데 어울렸다.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 비명횡사해간 현실 앞에서 눈을 돌릴 자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허나 곳곳에서는 “박근혜 퇴진” “박근혜 OUT” “죽일 X” 욕설로 전도되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와는 달리 경찰과의 드잡이가 눈에 띄지 않았을 뿐 동일 유형의 현상은 그들 주모자들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3월26일 그날, 프레스센터에서 유모차 아이들과 함께 몇몇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2008년 광화문 광장 일대를 광란의 광장으로 몰아가던 당시와 그 때의 유모차 엄마들 행렬, 그리고 대한민국의 거친 바다 해역을 지키다가, 적국의 침략 원흉을 응징하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고 독립된 나라에 대한민국을 건국한 주역의 탄생을 기리는 행사에 함께한 젊은 엄마들을 대하면서 마음 한편이 싸해짐과 동시에 서로 묘한 대비가 어우러짐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이승만 탄신140주년 특별강연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 이승만 탄신140주년 특별강연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이 날 강연회 모두(冒頭)에서 뉴데일리 인보길 회장은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사랑이 차고 넘쳐 이 순간 행복 합니다”는 말로 식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아직 우리사회가 李 대통령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날선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의 탄생 140주년이 되는 날이지만 이 자리를 제외한 어디에서도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없는 것은 새겨봐야 한다”며 우리사회 국가반역 세력의 준동을 방관하거나 그대로 놔둬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5년째 이승만 포럼을 개최하며 李 대통령의 나라사랑정신, 독립정신을 일깨우고 있는 그는 이 날도 “이제야말로 제2의 광복을 서둘러야 할 때”라며, 정부에 대해서도 “‘통일 대박’을 논하기 전에 반역세력을 없애고 해방해야 한다”면서, 이승만 박정희 정신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광복, 자유통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묻고 답을 구해야 할 때인가 한다. 천안함 용사들이, 안중근 장군이, 이승만 대통령이 국가 위한 일념으로 생각하고 행동 했듯이, 위기에서도 본을 보이고 처연하게 임한 이분들의 행동에서 답을 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올해는 46명의 용사를 앗아간 북한의 천안함 도발 5주기가 되는 해다. 북한 김정은 집단은 천안함 폭침 이후에도 달라진 게 전혀 없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과 관계가 없다”며 5·24 조치 해제만을 요구하고 있다. 침략자 이토히로부미를 응징한 안중근 장군 순국 105주기가 되는 오늘임에도 아직 우리는 장군의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방치되고 있는 유물과 유족들의 건사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해방과 동시에 찾아온 사회혼란, 자유민주주의를 뿌리 내리지 못할 뻔한 나라, 신탁통치행사로 자주권이 무너질 뻔 했던 나라, 전 국토가 공산화 위기로 절박했던 나라, 이런 위기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건국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그런데도 변변한 동상이나 기념관 하나 없다.
    왜? 무엇 때문인가? 국가가 그를 잊고 방치하고 있음이다. 이제라도 나서야 한다.
    그게 최소한 오늘의 우리 국가가 해야 할 의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