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출신으로 로스쿨 만든 文에 대해 고시생들, 애증의 감정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후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해 고시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문재인 대표 뒷쪽의 푸른 자켓을 입은 사람은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후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해 고시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문재인 대표 뒷쪽의 푸른 자켓을 입은 사람은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 관악을 지역에서도 가장 야권 성향이 강한 곳으로 평가받는 신림동 고시촌에 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위력은 강렬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출마할 정태호 후보의 득표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남겼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30일 정오 무렵에 신림동 고시촌을 전격 방문했다. 정태호 후보와 함께였다. 일주일 전 고시촌을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행보에 대한 '맞불'의 성격도 엿보였다.

    때마침 고시촌은 점심시간이라 거리에는 고시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쏟아져 나온 젊은 고시생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대체로 문재인 대표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야, (문재인) 맞아!"라는 외침과 함께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고시생들도 눈에 띄었다. 김무성 대표가 방문했을 때 "김무성이다!"라는 외침과 함께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가 달아나던 한 고시생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한 여성 고시생은 문재인 대표와 악수한 뒤 "기를 받았다"고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가 사시 22회, 연수원 12기 출신의 변호사라는 점도 이 지역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가 한 카페에 들어간 사이, 그와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카페 앞에 구름처럼 고시생들이 몰려 기다리는 모습은 그가 태어난 곳이 거제인지 이곳 신림동 고시촌인지 헛갈리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고시생들의 감정은 엇갈리기도 했다. 한 남성 고시생은 "(문재인) 대표께서 여기 청년들과 이야기는 안 나누시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김무성 대표는 일주일 전 구 통진당 세력과 연루돼 있는 시위대의 고성과 야유 속에서도 청년들과의 타운홀 미팅인 '청춘무대'를 꿋꿋이 마친 적이 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악수와 기념 촬영에는 열심히였지만, 고시생들과의 대화의 시간은 따로 없었다.

    "문재인 대표와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다면,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고시생은 "본인이 고시 출신인 문재인 대표가 로스쿨을 만들었다"며 "자신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로스쿨의) 문제점을 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격정을 토로했다. 그는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다들 느끼고 있는 감정을 대표께 전달해드리고 싶었다"며 "문재인 대표께서 이 점에 대해 고민을 좀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나는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대표를 찍었고, 다음 대선 때도 지지할 것"이라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고시촌 젊은 고시생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감정은 애증이 혼재돼 있는 듯 보였다.

    그 외에도 문재인 대표에게 '사시 존치'를 부탁하려는 민원 고시생(?)들은 적지 않았다. 한 고시생은 김현미 대표비서실장에게 "사시·행시 폐지를 다음 번 대선 때 꼭 막아달라고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후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해 고시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문재인 대표 뒷쪽의 푸른 자켓을 입은 사람은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후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해 고시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문재인 대표 뒷쪽의 푸른 자켓을 입은 사람은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문재인 대표가 군중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며 고시촌을 종횡무진했지만, 그가 내뿜는 빛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오히려 부각돼야 할 정태호 후보는 가려졌다.

    문재인 대표가 고시생들과 악수하며 "우리 정태호 후보 잘 부탁한다"고 일일이 당부했지만, 문 대표와 악수한 뒤 정태호 후보 수행인이 나눠주는 명함은 받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 주민은 "문재인 대표 팬인데, 테레비(TV)로 볼 때보다 실제로 보니 실물이 훨씬 낫고 푸근하고…"하면서 찬사를 늘어놓다가 "그런데 오늘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가 한 카페 앞에서 사람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을 때, 이 카페 2층 테라스에 있던 고시생들도 난간에 몸을 기대고 이를 내려다보다가 누군가가 갑자기 손뼉을 치자 너나 없이 따라해 뜬금없이 큰 박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태호 후보 수행원들이 이를 "정태호!"의 연호로 이어가보려 했지만 아무도 따라 외치는 사람이 없어 금방 사그러들기도 했다.

    해가 뜨면 달은 그 모습이 사라진다. 문재인 대표의 이날 고시촌 순회는 분명 강렬했지만, 이것이 정태호 후보에게 어떤 득실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