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을 현장최고위 어수선, "자기가 나오면 될 줄 아나" 격앙된 반응도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 관악을에서 연 현장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이 지역에 출마할 정태호 후보에게 운동화를 신겨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 관악을에서 연 현장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이 지역에 출마할 정태호 후보에게 운동화를 신겨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이 텃밭이자 보루로 여기던 서울 관악을에서 위기에 빠졌다.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로 야권 표 분산이 예상되는데다, 전통시장에서는 심상찮은 민심을 마주해야 했다.

    새정치연합은 30일 오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관악을에서 열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자당의 정태호 후보를 총력 지원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정동영 위원장이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핵심당직자가 다른 의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뭐야, 자기(정동영 위원장을 지칭)가 나오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며 외치기도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분열은 곧 패배"라며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우려가 있으니 이를 잘 헤아려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정동영 전 의원은 말로만 박근혜 정부를 심판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심판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며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이 지지세력을 모으지 않고 쪼개고 나누는데 앞장서서는 너 죽고 나 죽자로 귀결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오전 11시 예정대로 진행된 정동영 위원장의 관악을 출마 선언을 접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혹과 긴장, 분노와 우려가 교차했다. 정동영 위원장이 "나를 국민의 도구로 내놓고 정면승부를 벌이겠다"고 한 것에 대해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같은 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통해 "개인의 영달을 국민의 이름으로 포장하지 말라"고 곧바로 일갈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대표가 찾아나선 전통시장에서는 심상찮은 민심과 마주해야 했다.

    "전통시장에 고통을 주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무능과 실패를 심판해달라"며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세 좋게 관악구의 전통시장인 신원시장을 방문했으나, 전국시장상인연합회(연합회)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 관악을 지역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신원시장을 정태호 후보와 함께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 관악을 지역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신원시장을 정태호 후보와 함께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개인적으로 꼭 대통령에 당선되셔서 국민의 지갑을 지켜달라"는 연합회 관계자의 기분좋은 덕담을 들은 문재인 대표는 "반갑고 고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참여정부 때 전통시장육성법을 만들었는데 어렵기는 매일반인 것 같다"며 "중산층과 서민이 너무 어려워서 소비 여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 때 자신이 전통시장을 위했음을 내세움과 동시에, 최근 자당의 트레이드마크인 '소득주도성장론'을 들어 현 정부를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동석한 연합회 관계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건의해도 반영되는 게 없다" "말로만 서민정당이라 하지 말고 소통하라"며 일제히 서운함과 섭섭함을 피력했다.

    정태호 후보가 "동네 주민들이 와서 물건을 사줘야 하는데 주민들이 대개 빚이 있어 돈을 쓸만한 여유가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부자 위주 경제 정책이 수정되지 않으면 서민경제는 절대 풀릴 수 없다"고 문재인 대표의 말을 되풀이했으나, 연합회 관계자로부터 도중에 말을 끊기고 "서민 지갑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서민이 쓸 돈이 없어서 전통시장에 못 온다면 대형 마트에는 왜 사람들이 득실득실한가"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간담회를 시작할 때와는 달리 표정이 굳은 문재인 대표는 쓴소리를 늘어놓은 연합회 관계자들을 달래기 위해 △전통시장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대형마트 입점시 매출영향평가 제도 시행을 통한 입점 규제 등을 서둘러 약속했다.

    이날 신원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주민들의 새정치연합에 관한 시각도 엇갈렸다.

    한 주민은 "나는 이승만 때부터 민주당만 찍었다"고 밝힌 반면, 다른 주민은 "문재인이 돼도 바뀔 것 같지가 않다"며 "누굴 찍을 것인지는 부부 간에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