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일광회장, 아버지와 동석한 클라라에, '중정' 출신 들먹이며 위력 과시대종상영화제 조직위에 국방-정계-방송계 고위 인사 수두룩..대체 무슨 관계?

  • "'널 망칠수도..' 클라라 아버지도 함께 들었다"

    '방산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이 배우 클라라(30)에게 "널 망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할 당시 클라라의 아버지 이승규(64)씨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소식통은 2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에게 겁을 주는 말을 할 때 이승규씨도 옆에 앉아 있었다"며 "녹취록 원본을 들어보면 이승규씨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밝혔다.

    앞서 <채널A> '이언경의 직언직설'은 지난 17일 클라라와 이규태 회장이 나눴던 '대화 녹취록'을 단독 입수, 생방송으로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채널A>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8월 이규태 회장은 클라라와 식사를 하던 중 "(내가)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며 "법을 실행하면서 얼마나 많은 계약서를 쓰고 그랬겠나. 내가 '중앙정보부'에 있던 사람인데, 나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겠느냐"는 식으로 자신의 위력(威力)을 과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규태 회장은 클라라에게 "내가 화나면 네가 뭘 얻을 수 있겠느냐. 널 위해 쓸 돈을 널 망치는데 쓸 수 있다"는 위협적인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내가 화가 나면 너가 뭘 얻을 수 있겠니? 너를 위해서 돈 쓸 걸 너를 망치는 데 돈을 쓴단 말이야 내가. 니는 지금 몰라. 내가 누군지를 니가 몰라.

    OOO, 내하고 안 하겠다고 마지막으로 결정짓고 내가 하루 만에 딱 끝냈잖아. CJ, 로엔, 방송 다 막았잖아? 응? 그 뒤로 안됐잖아. 그 얘기하는 거야. 내가 마음먹으면.

    니가 움직이고 니가 카톡 보낸 것, 니가 다른 전화로 해갖고 해도 나는 다 볼 수 있는 사람이야.


    소식통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이규태 회장은 이승규-클라라 '부녀'를 상대로 협박성 발언을 한 셈이 된다.

    마치 클라라의 옆에 앉아 있는 아버지(이승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규태 회장은 클라라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는 폭언을 퍼부었다.

    이규태 회장이 평소에도 이승규 부녀를 '안하무인격'으로 대해왔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 소식통은 "<채널A>가 공개한 녹취록은 원본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외에도 많은 대화들이 오갔는데, 사실 대화라기 보다는 이규태 회장의 일방적인 설교였다"고 주장했다.

    원래 말투가 그래요. 대통령처럼 얘기해요. 그냥 일방적으로 나는 이렇다저렇다 자랑을 늘어놓고…. 저 말이 나올 때에도 아주 장시간 얘기를 했을 겁니다. 클라라 쪽에선 아..네.. 정도만 답을 하고, 전부 이 회장 얘기 뿐이에요.


    이 소식통은 "클라라 쪽에서 당시 발언을 근거로 '형사 고소'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파 보면 저런 류의 발언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소식통은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에게 '너를 대한민국 최고의 로비스트로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요리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 얘기를 전해들은 사람이 여럿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소식통은 "전속계약 문제는 솔직히 아는 바가 없지만, 이규태 회장에게 각을 세우는 이승규씨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개인적인 스케줄은 물론이고, 심지어 여배우의 '생리 주기'까지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열받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이 회장이 아닌 클라라와 그의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클라라와 그의 부친 이승규씨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에게 "성적수치심과 관련된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가한 혐의로 피소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10월 이승규 부녀를 형사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클라라가 이규태 회장을 협박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 16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지난해 9월 클라라는 "이규태 회장으로부터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며 몇 가지 부당한 처우 사례를 내세워 연예기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폴라리스 측은 오히려 클라라 측에서 "'전속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으면 성적수치심과 관련된 내용을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가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클라라 측은 "형사 고소는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수작"이라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거꾸로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클라라 측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장을 제출했다. 변론 기일은 내달 8일로 잡혀 있다.

  • ▲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500억원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대금 사기 사건과 관련해 27일 김모씨 등 일광공영 직원 2명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김씨 등은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이규태(66·구속) 일광공영 회장의 개인 사무실에 있는 각종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삭제하고 다른 곳으로 빼돌린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 14일 구속된 이 회장이 이후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함에 따라 25일 이 회장의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으나 이미 서류 등을 모두 치워버린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500억원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대금 사기 사건과 관련해 27일 김모씨 등 일광공영 직원 2명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김씨 등은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이규태(66·구속) 일광공영 회장의 개인 사무실에 있는 각종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삭제하고 다른 곳으로 빼돌린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 14일 구속된 이 회장이 이후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함에 따라 25일 이 회장의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으나 이미 서류 등을 모두 치워버린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전직 기무사령관과 청와대 안보특보가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에 이름 올린 까닭?


    배우 클라라와 민형사상 송사로 얽혀 있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500억원대의 방위사업 예산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구속 수감됐다.

    이규태 회장 외에도 이 회장과 범행을 공모·가담한 혐의로 공군 준장 출신의 권OO(60) 전 SK C&C 전 상무와 일광그룹 계열사 임원 조OO(49)씨도 구속된 상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구속된 이 회장 등을 상대로 가로챈 예산의 자금 용처를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이규태 회장이 빼돌인 돈은 몇 단계를 거쳐 일광그룹 계열사인 일진하이테크 등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채널A>에 따르면 이 회장이 기술 개발비 명목으로 챙긴 돈은 'SK C&C', '일진하이테크'를 거쳐 구속된 조OO씨가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넥스드림'으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넥스드림'으로 간 자금 일부가 연예기획사인 일광폴라리스(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로 건너간 사실이 확인된 것.

    이와 관련 <채널A>는 "'넥스드림'은 일광폴라리스와 미국 공연을 허위로 기획한 뒤 출연료와 공연 준비 비용 등으로 수십억 원을 지불했다"면서 "결국 여러 회사를 거친 돈의 최종 목적지는 일광폴라리스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이었다"고 주장했다.

    "해외로 빼돌린 돈을 세탁해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데 일광폴라리스가 이용됐다"는 <채널A>의 주장은 창립 이래 줄곧 무기중개업무만 맡아온 일광공영이 2000년대부터 방위산업과 전혀 무관한 '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시켜온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숨겨 놓은 각종 사업 관련 비밀 자료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수사팀은 지난 26일 서울 도봉산 인근 야적장의 컨테이너에서 일광공영측이 숨겨 놓은 방산 관련 각종 서류를 찾아냈다.  사진은 29일 오후 찾은 방산 관련 서류가 숨겨져 있던 서울 도봉구의 한 컨테이너 야적장.   ⓒ 연합뉴스
    ▲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숨겨 놓은 각종 사업 관련 비밀 자료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수사팀은 지난 26일 서울 도봉산 인근 야적장의 컨테이너에서 일광공영측이 숨겨 놓은 방산 관련 각종 서류를 찾아냈다. 사진은 29일 오후 찾은 방산 관련 서류가 숨겨져 있던 서울 도봉구의 한 컨테이너 야적장. ⓒ 연합뉴스



    지난 1985년 설립된 일광공영은 2001년부터 조금씩 다른 분야로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모 사립초등학교를 인수, 일광학원을 세운 일광공영은 2005년에는 일광복지재단을 만들더니 이듬해에는 연예기획사 일광폴라리스(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일광공영은 '일광그룹'이라는 이름 하에 ▲M아카데미 ▲대종상영화제 ▲일광폴라리스 ▲일광학원 ▲일광공영 ▲일광복지재단 ▲일진하이테크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성장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일광그룹의 각 계열사들은 이규태 회장이 챙긴 검은 돈을 지키고 부풀리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특히 이 회장의 부인인 유OO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일광학원은 마치 이 회장 측의 사기업처럼 운용돼 왔다는 게 검찰 측의 전언.

    ▲일광그룹 직원 4명을 일광학원의 회계법인 직원으로 둔갑시켜 수억원을 편법 지원하고 ▲초등학교 수업료로 모인 9억여원을 일광공영의 설비 투자에 지원하는가 하면, ▲원어민 교사를 위해 빌린 사무실 임차료 수억원을 일광공영 대표인 이OO에게 송금하고 ▲자연학습장 임차료를 명목으로 3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있다.

    그룹 산하 계열사는 아니지만 이규태 회장이 장로로 있는 삼선동 소재 A교회도 이 회장의 불법 비자금을 은닉하거나 세탁하는 용도로 쓰여 왔다. 이규태 회장이 '불곰사업'때 끌어모은 거액의 비자금을 A교회에 쏟아부어 건축자금으로 활용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이 회장이 약 100억원대의 기부금을 낸 뒤 다시 A교회가 100억원대의 자금을 변제한 수상쩍은 거래 내역도 있다.

    심지어 이규태 회장은 A교회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일광공영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보관해 왔다. 지난 25일 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정부합동수사단은 이 회장의 자금을 관리하고 사업 관련 자료를 은닉한 김OO씨 등 2명을 구속했다(증거인멸 등). 수사 결과 이들은 사무실 책장 뒤편에 '비밀 금고'를 만들어 주요 방산 자료를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합동수사단은 일광공영 측 인사들이 최근 교회 사무실에 있던 자료 중 상당수를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로 빼돌린 사실을 포착, 이곳에서 일광공영 측이 숨겨 놓은 방산 관련 각종 서류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소식통에 따르면 A교회에 입주한 일광 측 사무실은 '바른기획'이라는 광고대행사였다. 이 회사는 일광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운용하는 일종의 인하우스 에이전시였다.

    취재결과 '바른기획'의 최근 실적은 이규태 회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종상영화제 홍보 업무가 유일했다.

    대종상영화제를 소개한 웹페이지를 보면 '바른기획'이 영화제 홍보와 디자인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는 내역이 소개돼 있다.

  • ▲ 현재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는 조직위원회 명단이 포함된 <영화제와 함께한 사람들> 페이지가 삭제된 상태로 나온다.    ⓒ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캡처
    ▲ 현재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는 조직위원회 명단이 포함된 <영화제와 함께한 사람들> 페이지가 삭제된 상태로 나온다. ⓒ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 소개글을 살펴보면 '바른기획' 외에도 일광그룹 혹은 이규태 회장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대거 포함된 사실을 알 수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예기획사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맡았던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과 ▲일광그룹 계열인 청소년상담센터 '포사랑'의 이사장인 이희원 전 예비역 대장, ▲일광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김만복 통일전략연구원장 등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포진돼 있었다.

    김만복 통일전략연구원장과 이희원 (사)포사랑 이사장의 다른 직함은 전직 국정원장과 전직 청와대 안보특보다. 이들 모두 국가 안보 분야에서 최고위직에 몸 담았던 인사들이다. 이들은 <대종상영화제 조직 운영을 도와주신 분들>이라는 항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국방-안보 인사들이 대체 영화제 운영에 무슨 도움을 줬다고 조직위원회 명단에까지 등재된 걸까? 참으로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해당 명단에는 정계-방송계-경찰 고위 관계자 등 각 분야 최고 실권자들이 '영화제를 빛낸 인사'들로 기록돼 있었다. 이는 이규태 회장의 인맥이 국방은 물론 방송이나 금융계까지 뻗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리스트는 대종상영화제와는 무관하게 이규태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광대한 '인적 자산'을 과시하는 용도로 쓰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대종상영화제를 자문해주신 분들>

    ▲이경재(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남기(前 SBS사장) ▲신학용(국회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김정훈(국회의원/정무위원회 위원장) ▲김대기(前 대통령실 정책실장/前 문화부차관) ▲신계륜(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유승희(국회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이해성(前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한진희(경찰위원회 상임위원) ▲홍영기(前 서울경찰청장)

    <대종상영화제 조직운영을 도와주신 분들>


    ▲남경필(국회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오영호(코트라 사장) ▲김만복(통일전략연구원장) ▲이희원(前 청와대 안보특보) ▲김영한(前 기무사령관)


  • ▲ 현재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는 조직위원회 명단이 포함된 <영화제와 함께한 사람들> 페이지가 삭제된 상태로 나온다.    ⓒ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캡처



    대종상영화제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규태 회장

    알고보니 사상 최악의 '먹튀'


    본지는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대종상영화제 사무국과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에 문의를 했으나, 사무국은 '영화인총연합회'에, 영화인총연합회는 '사무국'에,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인총연합회' 측에 물어보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1962년부터 시작된 대종상영화제는 오랫동안 정부 주도(문광부 영화진흥위원회)로 개최되다 25회 대회부터 영화인 단체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공식 주최자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지난 2013년 일광그룹과 계약을 체결, 이규태 회장에게 대종상영화제의 운영 권한을 위임한 바 있다.

    평소 원로배우 신영균(대종상영화제 명예조직위원장·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이규태 회장은 신영균의 간곡한 부탁으로 3년간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와 아무런 접점도 없던 일광그룹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대종상영화제는 총 10개의 협찬사 중 일광그룹 계열사가 6곳이나 될 정도로 사실상 일광그룹에 편입된 모양새를 취해왔다. 조직위원회에 이희원 전 청와대 안보특보나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 등 이규태 회장과 친밀한 인사들이 들어선 것도 영화제를 일광그룹이 완전히 장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종상영화제 공식 후원사 리스트>

    ▲하나금융그룹 ▲일광그룹 ▲(주)일광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엠아카데미 ▲(주)폴라이스엠넷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롯데시네마 ▲학교법인 일광학원 ▲에코파트너즈 ▲사회복지법인 일광복지재단


    하지만 영화제에 대한 일광그룹의 자금 지원은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궁원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전 회장은 지난 1월 회장직을 사퇴하는 자리에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하는 1억원의 보조금 외에는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규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부터 받기로 한 '복지 기금' 3억원이 미뤄지면서 당장 올해 대종상영화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종상영화제는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전대 회장인 정인엽 감독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대종상영화제 행사비 명목으로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급 받은 보조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남궁원 전 회장에 따르면 대종상영화제를 진행하는데에는 최소한 6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인엽 회장이 횡령한 보조금이 4억여원에 달하고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자체 빚은 6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운영 자금인 6억원을 확보하기는 커녕, 당장 갚아야 할 빚이 1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유일한 자금줄인 일광공영마저 그룹 총수가 방산 비리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대종상영화제는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