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순신만 있는 광화문-숭례문 거리...조선왕조는 있고 대한민국은 없어"
  •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데일리 창간 10주년 기념강연회에 참석한 김문수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데일리 창간 10주년 기념강연회에 참석한 김문수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광화문광장에 ‘대한거리’를 만들어, ‘National Founder’ 즉 국부(國父)의 동상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오면서, 이런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정치인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國父 동상 조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온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은, 27일 열린 <뉴데일리> 창간 10주년 기념강연회에 참석해, “광화문광장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을 세워, 대한거리로 명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광화문 광장에 國父의 동상을 세워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광복 후 좌우대립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만이 우리가 강해지는 길이란 신념을 가지고, 숱한 반대 속에서도 일관되게 한 길(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걸었으며, 북한의 남침을 막고 나라를 지켰다.

    식민지 시절의 암울한 가난과 소련·중공·북한 등 공산주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은 한강의 기적을 어린 학생들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김문수 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운 광화문 광장 구역을 대한거리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작심한 듯, 國父를 외면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이승만 박정희 동상 건립이) 선거에서 표가 된다면 모든 정치인들이 달려들어 경선을 치러야 했을 것. 이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자 슬픈 정치.

  •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데일리 창간 10주년 기념강연회에 참석한 김문수 위원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데일리 창간 10주년 기념강연회에 참석한 김문수 위원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문수 위원장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반정부 운동에 오랫동안 투신했던 자신의 과거를 더듬으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저서 ‘독립정신’을 읽고서야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역사를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김문수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유통일 기상을 모아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 ‘압록강과 두만강의 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대표적 저서 가운데 하나인 <독립정신>은, 1899년 1월9일 박영효 일파의 고종 폐위 음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한성감옥에 수감돼,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이승만이, 옥중에서 집필한 한국인 최초의 근대적 정치철학서이자 국민 계몽서이다.

  • 청년 이승만이 사형선고를 받고 한성감옥에서 수감 중, 집필한 저서 독립정신. ⓒ 뉴데일리DB
    ▲ 청년 이승만이 사형선고를 받고 한성감옥에서 수감 중, 집필한 저서 독립정신. ⓒ 뉴데일리DB

    청년 이승만은 <독립정신>에서, 한국의 미래를 예견하면서, 독립정신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독립정신이 깊이 박혀, 한 사람이라도 대한독립을 지키겠다는 정신만 살아있다면, ‘독립’이라는 말이 없어져도 두렵지 않다.

    오로지 백성들의 정신 속에 독립의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이 책을 황급히 쓴다.

       -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집필한 <독립정신> 중 일부.

  • 한성감옥 수감 당시의 청년 이승만. ⓒ 뉴데일리DB
    ▲ 한성감옥 수감 당시의 청년 이승만. ⓒ 뉴데일리DB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치인 김문수’가, 좌파 정치권 및 언론의 역공 위험에도 불구하고 ‘國父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이면에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부국을 이끈 國父를 3류 양아치 정도로 치부하는 비뚤어진 국민의식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그것이다.

    이런 의기의식은 ‘정치인 김문수’의 것만은 아니다.

    이미 언론과 시민사회, 학계의 일부 뜻있는 인사들은 國父를 조롱하다 못해 부관참시(剖棺斬屍])하려는 왜곡된 여론에 맞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을 이끈, 두 전직 대통령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8월15일을 앞두고 시민사회가 몇 년 전부터 열고 있는 건국절(건국기념일) 기념식은, 이런 지식인 사회의 움직임이 구체화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김문수 위원장의 ‘대한거리’ 및 國父 동상 조성 주장은,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게 ‘친일’과 ‘독재’라는 주홍글씨를 찍은 친북 혹은 종북좌파 세력이, 여전히 정치권과 언론, 법조계, 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 스며들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의미가 매우 크다.

  •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데일리 10주년 창간기념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데일리 10주년 창간기념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아직도 공식석상에서 이승만 박정희를 말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주장만 해도, ‘친일 독재 미화’라는 낙인이 찍히는 현실에서, “이승만의 <독립정신>을 읽고서야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역사를 깨달았다”는 김문수 위원장의 고백은, 신선한 파격이다.

    김문수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새누리당 당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김문수 위원장은 조선시대 위인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동상은 광화문과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에 있지만, 조선시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을 세우고 발전시킨 이들을 기억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며, 國父 동상 건립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위원장은,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이란 표현을 빌려,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을 이야기하고 그 역사를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바로 참교육”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가보면 왼쪽에는 이순신 장군, 오른쪽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데, 지금은 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 시대다.

    대한민국의 학교라면 대한민국을 누가 세웠고, 누가 발전시켰는지를 항상 기억하고 그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대를 멀리 꿰뚫어보는 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지난해 11월 25일 당원 대상 강연에서


    특히 김문수 위원장은 “비가 와도 안 와도 모두 대통령 잘못”이라는 좌파의 비뚤어진 선전선동을 신랄하게 꼬집으면서,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위대한 나라를 만들었는데, 우리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책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하는 얘기밖에 없다. 이 나라를 가장 위대하게 만든 사람을 욕하는 이런 상태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비가 안 와도 대통령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사고가 나도 대통령이 뭘 잘못한 거 아니냐. 전부 대통령한테 (잘못했다고) 그런다. 대통령이 하나님은 아니지 않느냐.

       -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지난해 위 같은 강연에서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 움직임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서거를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리콴유는 말레이시아에 맞서 싱가포르의 독립을 지켜내고, 평생에 걸쳐 공산주의의 악마성을 경계한 아시아의 위대한 반공지도자이다.

    리콴유가 생전에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존경을 표한 일화는 유명하다.

  • 1979년 박정희 대통령과 리콴유 전 총리의 모습. 이날 정상회담때 박근혜(왼쪽) 대통령이 당시 영애시절 통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사진 제공=한국정책방송원)
    ▲ 1979년 박정희 대통령과 리콴유 전 총리의 모습. 이날 정상회담때 박근혜(왼쪽) 대통령이 당시 영애시절 통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사진 제공=한국정책방송원)

    리콴유가 현대 아시아의 거인이라면, 소련의 위성국가 야욕을 물리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한 이승만 대통령과, ‘한강의 기적’으로 가난을 극복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근현대 아시아史’가 기억해야 할 거인이다.

    같은 반공지도자인 리콴유에 대해선 입이 닳도록 칭송을 바치는 이들이, 리콴유 전 총리가 아낌없는 존경을 나타낸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을 폄훼하는 행태는 명백한 모순이다.

    문화평론가 조우석씨는 이런 행태를 “남의 나라 지도자를 그렇게 떠받들며, 이 나라 건국대통령과 부국의 지도자를 독재자로 매도하는 못된 풍토가 기막히다”고 비판했다.

    조우석 씨는 리콴유를 칭송하면서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을 비하하는 현재의 모습을 “한국사회 특유의 고약한 이중성 혹은 허위의식”이라고 표현하면서, 특히 정치권의 천박한 처신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 조우석 문화평론가. ⓒ 뉴데일리DB
    ▲ 조우석 문화평론가. ⓒ 뉴데일리DB

    이 나라에선 이승만을 말하고 박정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로 통하지 않던가? 장관 청문회 때면 "5,16이 쿠데타냐 혁명이냐?"를 물으며 굴복을 요구하는 국회가 존재하지 않던가?

       - 조우석 문화평론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 수도의 중심 광장에는 ‘영웅’을 기리는 동상이나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수도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 잡은 ‘영웅’의 모습은 다양하다. 외침에 맞서 나라를 구한 영웅, 독립을 이끈 國父,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대 예술가나 정치인 등 ‘영웅’의 칭호를 받는 이유도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그 나라를 건국한 國父를 ‘영웅’으로 기린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특히, 오랜 식민지배의 억압에서 독립을 쟁취한 국가나, 외세의 침략을 겪은 나라일수록 國父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유별나다 싶을 만큼 각별하다. 외세의 침략과 억압으로부터 주권을 지켜낸 역사를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國父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國父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유서 깊은 서부유럽의 국가이든, 이제 막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신생독립국이든 다르지 않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이란 신생독립국의 건국과 부국을 이끈, 두 명의 國父에게 친일과 독재라는 낙인을 찍어 멸시하는 우리의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낯선 풍경일 수밖에 없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직도 조선시대의 영웅을 ‘국가적 영웅’으로 기리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國父들이 천대받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광화문에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고, ‘대한거리’를 만들자는 김문수 위원장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한민족의 영웅, 우리 국민들이 존경하는 역사 속 위인이지, 대한민국의 위인이나 영웅은 아니다.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자유민주주의 사상에 터잡은 민주공화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와, 전쟁의 참화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부국의 아버지를, 조선시대의 성군·명장과 함께 기리자는 의견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지나치게 늦은 제안이다.

    김문수 위원장의 27일 발언 직후, 트위터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짓고,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직도 한국사회의 여론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國父 동상의 필요성을 얘기했다고 해당 인사를 상종 못할 패륜아쯤으로 취급하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정치인 김문수’의 발언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