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통일’ 가지고 말장난·사기(詐欺)치지 말자!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모르면서 남을 속이기는 어렵다. 알면서도 속이면 사기(詐欺)다.
    어떤 일을 모르고 한다면, 순진하거나 미련한 경우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면 영리(?)하거나, 딴 마음이 있는 것이다. 

      엊그제 대한민국의 10여 개 민·관단체가 북녘의 결핵(結核) 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합동 연맹을 결성했다고 한다.
    현재 북녘에는 14만여 명의 결핵환자가 있고, 해마다 11만 명 정도가 늘어난다고 한다.
    ‘무상의료의 천국’이라고 떠벌리는 곳에서 왜 그렇게 결핵이 창궐하는 지 의문이다. 
  천문학적으로 비싼 돈을 들여 핵 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가끔씩 값나가는 미사일을 바다에다 쏟아 붓는 정권이
왜 인민들의 결핵은 예방도 치료도 하지 않을까?

더욱 괴이한 것은, 그런데 왜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가 이를 지원해야 하나?
그것도 그 독재정권의 감시 하에... 

  과문(寡聞)한 탓인지 ‘인도주의’가 세습독재정권의 뒷치닥거리나 하는 것인 줄은 몰랐다.
물론 ‘인도적 지원’이라는 미명 하에 주는 밀가루·쌀·비료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못 줘서 안달한 적이 많았다.

  지난 3월 23일(현지 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국과 독일의 통일·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협력을 통한 남북통일 기반 조성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마도 국군통수권자가 지난해 독일 방문 시 발표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
즉 드레스덴 구상 발표(2014년 3월 28일) 1주년을 맞아 벌인 행사인가 보다. 
  •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 참 환상적(?)이다.
    “남북 경협이 활발해야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그래야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민족 동질성도 회복할 수 있다”거나, “북한 인권 신장을 위해서도 남북 경협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단다. 또한 “두만강 자유무역지대 건설과 함께 북한에 각종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북한판 KSP(지식공유사업)’도 적극 추진해 나가자”는 제의도 있었다고 한다.
    요약하면, “북한의 경제가 좋아지면, 북한 인민의 인권도 개선될 것”이
    세미나의 거의 전부였던 것 같다.  
      아주 화려하고 야무진 꿈을 집단적으로 꾸신 것 같다.

      과연 북녘의 세습독재정권이 인민을 위한 정권인가?
    인민을 배불리 먹이고, 따뜻한 집에서 생활하도록 하는데
    이상과 목표를 두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현재는 어린 ‘최고 돈엄(豚嚴)’과 그 패거리들을 위한 정권이 맞다.
    좃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of the pig, by the pig, for the young pig”인 체제다.
    그리고 그 인민들이 가난하고 굶주려야만, ‘백도혈통(百盜血統)’과 그 언저리들이
    대(代)를 이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   남북 경협(經協), 즉 남북 간에 경제를 협력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저들 전문가들은 분명 모르지 않는다.
    북녘의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은 결코 인민들이 부자(富者)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세습독재정권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 주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개성공단에 나와 있는,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고 있는, 중동에 파견된 북녘 근로자의 임금이 어떻게 전달되고 쓰이는 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북녘의 ‘최고 돈엄(豚嚴)’과 그 패거리들은 결코 아둔하거나 순진하지 않다.
    우리가 ‘독일 통일’을 연구하듯이, 공산독재체제 유지에 실패한 동독(東獨)의 사례를 깊숙이 연구했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또한 대한민국 산업화에 이은 민주화의 과정도 요모조모 살폈을 것이 틀림없다.
    배가 고팠던 인민들이 ‘배부르고 등 따스해지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훤히 알고 있다.
    제 무덤을 파는 일은 천하의 어떤 미물도 하지 않는다. 
  •   그간 “알아서 먹고 살든지, 아니면 굶어 죽든지 말든지...”라며
    풀어놨던 장마당이 더욱 번창하고, 인민들의 배가 적당히 불러올 때쯤이면
    벌어들인 재산을 단 칼에 압수·수탈할 수도 있다. 아마 그 시기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북녘 경제가 좋아진다면, 즉 세습독재정권의 지갑이 두둑해 지면
    인민들이 이를 나눠 갖자고 할 수가 있으니까 더욱 인민들을 옥죌 것이 틀림없다.
     또한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약에 인민들의 경제가 좋아지면,
    필경(畢竟) 인민들이 딴 맘을 먹을 수 있게 될 테니, 인민들에 대한 폭압은 더 거세질 것이 아닌가.

      매우 정교한 이론과 숭고한 철학을 겸비하신, 대한민국의 유수한 북한학자들과
    대북·통일정책 전문가들, 그리고 툭하면 남북 국회회담을 입에 올리는 정치인들은
    오늘도 뒤질세라 화려한 전략과 전술을 입에 올리신다.
    하지만 대북·통일정책의 실험은 이미 다 끝났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니다.

    경제력의 우세가 군사력이나 국력의 우세로 자동적으로 이어진다고 하는 것은
    배부른 쪽이 믿고 싶어 하는 미신(迷信)일 뿐이다.
      더구나 이 분들이 꿈을 꾸는 건 자유지만, 꿈을 가지고
    궁민(窮民)들을 대상으로 사기(詐欺)는 치지 말아야 한다.
  •   돈과 비위 맞추기, 즉 굴종(屈從)으로 평화를 유지해 보겠다는
    심오(?)한 전략이 들어있는 6·15공동선언이나 10·4선언도,
    또한 티 없이 맑고 순진(?)하면서 진정으로 북녘 동포를 위하겠다는 드레스덴 구상도 아닌,
    건국대통령의 ‘북진통일(北進統一)’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물론 전문가라는 분들이야 무식(無識)하다고 손가락질을 하겠지만...
    무식(無識)하면 단순하고 용감하다. 헌데 거기에 길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 듣고 보았던 구호들이 언뜻 생각난다.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북괴군! 속지 말자 위장평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자 삶의 지혜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