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병력 80% 전개…이집트, 파키스탄, GCC 국가 참여, 미국도 후방지원
  • ▲ 예멘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아파 후티 반군 공습에 나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의 F-15S 전폭기. ⓒ이스라엘 하레츠 보도화면 캡쳐
    ▲ 예멘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아파 후티 반군 공습에 나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의 F-15S 전폭기. ⓒ이스라엘 하레츠 보도화면 캡쳐

    지난 25일(현지시간) 아델 알 주베이르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美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멘에 대한 다국적 군사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하루가 지난 지금, 알 아라비야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육군 병력의 80%에 해당하는 10만 명의 지상군 등 총 15만 명의 병력과 걸프만협력회의(GCC) 등 다른 9개국에서 온 공군기들이 예멘 정부를 전복하려는 ‘후티’ 반군을 공격 중이라고 한다.

    공격은 공습으로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의 F-15S 등 GCC 회원국 공군에서 합류한 100여 대의 전폭기가 ‘후티’ 반군이 점령 중인 예멘 서부 지역을 맹폭격했다.

    카타르의 알 자지라 방송은 예멘의 수도 사나에 있는 알 다일라미 공군기지와 사나 국제공항, 대통령궁, 대도시 아덴 주변에 있는 알 아나드 공군기지 등이 공습을 당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등 오만을 제외한 GCC 회원국들은 “예멘의 합법적인 정부를 공격 중인 ‘후티’ 반군뿐만 아니라 아라비아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알 카에다, 대쉬(Daesh, 테러조직 ISIS를 낮추어 부르는 말)도 모조리 소탕하겠다”는 공동성명까지 내놨다.

    GCC 회원국들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켜 달라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의 요청에 응하기로 했다”며 예멘 내전 개입의 명분을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의 예멘 내전 개입이 눈길을 끄는 점은 GCC 회원국은 물론 북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이집트, 모로코, 수단까지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알 아라비야 방송에 따르면, 이집트와 파키스탄, 요르단은 지상군 파병까지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실제 파키스탄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현지 일간지 던(Dawn)은 카와자 아시프 국방장관, 사르타지 아지즈 외교안보 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보내 현지 상황을 파악한 뒤 예멘 후티 반군 격퇴작전에 동참하겠다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발언을 전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긴급대책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영토에 어떤 위협이 가해진다면 우리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 세계 시아파 국가들이 예멘 정부를 돕겠다고 나서자, 얼마 남지 않은 예멘 정부군도 고무된 분위기라고 한다.

  • ▲ 예멘의 대도시 아덴 인근에 있는 알 아나드 공군기지에서 진격 준비 중인 예멘군 탱크들. ⓒ캐나다 CTV 보도화면 캡쳐
    ▲ 예멘의 대도시 아덴 인근에 있는 알 아나드 공군기지에서 진격 준비 중인 예멘군 탱크들. ⓒ캐나다 CTV 보도화면 캡쳐

    예멘 ‘후티’ 반군 격퇴에 아라비아 반도 국가에다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모로코, 수단, 서남아시아의 파키스탄까지 합류한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번 전쟁은 ‘수니파 대 시아파’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 메디나 대학 등의 교육기관과 사우드 왕가가 내놓는 풍부한 후원금을 통해 전 세계 수니파 무슬림의 종주국 역할을 맡고 있다. 파키스탄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매년 10억 달러가 넘는 원조를 받고 있다. 같은 수니파여서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에 걸쳐 있는 GCC(걸프협력회의) 회원국 6개국 또한 수니파 왕가가 집권하고 있다.

    이집트도 대다수 국민이 수니파 무슬림이다. 모로코, 수단도 마찬가지다. 세계 무슬림의 90%인 15억 명이 수니파로 알려져 있다.

    반면 ‘후티’ 반군은 시아파 무슬림이 이끌고 있다. 시아파의 종주국은 이란(페르시아). 최근 이라크에서 테러조직 ISIS가 점령한 티크리트 일대에 파병된 군인들도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특수부대원들과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다.

    최근 티크리트에서 ISIS를 격퇴한 이란 혁명수비대 특수부대와 시아파 민병대가 ISIS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했다고 알려지며 갈등을 빚는 것도 이 같은 ‘수니파 대 시아파’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을 진압하려는 이유에는 이들 반군 세력이 테러조직들과 함께 중동의 수니파 왕조 타도를 내세우고 있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국경선이 1,000km에 달해, 이들이 자국내로 들어오면 안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알 카에다나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호라산 그룹, 알 누스라 전선, 이라크와 시리아를 점령한 ISIS 등 무슬림 테러조직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GCC 국가 정부를 전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통치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미국 또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다국적군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공습이나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정보 제공 및 군수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다국적군의 공습 이후 주민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이스라엘 하레츠 보도화면 캡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다국적군의 공습 이후 주민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이스라엘 하레츠 보도화면 캡쳐

    한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다국적군이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음에도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들이 대거 전쟁에 참여했다는 탓에 국제 금융계와 에너지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예멘 후티 반군 공습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美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5월 인도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3.5%씩이나 올랐고, 뉴욕과 런던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