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을에서 번지는 '질문있어요!' 싸움… 확전 여부 주목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사진 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정재훈 기자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사진 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정재훈 기자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예비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예비후보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오신환 후보가 정태호 후보를 향해 과거 행적을 지적하자, 정 후보 측이 아닌 새정치연합 중앙당이 나서 외려 오 후보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이에 발끈한 오 후보 측이 칼을 뽑아들었다. 양 후보 사이의 '질문 있어요!' 싸움이 당 차원의 '제1차 질문대전(大戰)'으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첫 펀치를 날린 쪽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였다. 오 후보 측은 지난 16일 "2012년 구 통진당 이상규 후보의 선대위원장이었던 정태호 후보의 출마는 정치적 신의도 없는 이율배반"이라며 "이상규를 계속 지지하든지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든지 선택하라"고 정 후보를 쏘아붙였다.

    이어 "정 후보는 2012년 총선에서 이상규 후보 지지에 올인했다"며 "통진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작 사건으로 '친노 지도부'에 의해 무소속 출마로 내몰린 자기 당 김희철 후보를 '가짜 민주당 후보'라며 공격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적이 잘한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하는가"라며 "어물쩍 넘기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태호 후보는 오신환 후보의 공개질의를 받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가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공격을 받고도 반박을 하지 않자 엉거주춤 넘어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 후보의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오 후보 역시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고 선거 준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휴전은 11일 만에 끝났다.

    새정치연합이 27일 '오세훈에게 듣고, 오신환에게 묻는다'는 제하의 논평으로 공개질의를 던진 것이다. 총대를 매고 나선 강희용 부대변인은 오신환 후보를 지지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강 부대변인은 "오 전 시장이 '통진당이 국회의석을 갖도록 어깨동무를 같이한 정당이 있는데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며 '야당 심판'을 주문했다"고 지적했다. 또 "철 지난 '색깔론'과 '종북몰이'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저급한 속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세훈 전 시장은 무상급식을 저지하겠다며 시장 직을 걸고 수십 억 혈세를 들인 주민투표 도박을 벌였던 당사자"라며 "오신환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색깔론'과 '종북몰이', '무상급식 반대'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성의 있는 답변이 관악을 유권자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오신환 후보 측은 같은 날 오후 논평을 내고 먼저 "새정치의 무례함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오세훈에게 듣고, 오신환에게 묻는' 형식에 유감을 표한 것이다. 오 후보 측은 "오세훈 전 시장과 오신환 후보가 '오 브라더스'라 불릴 만큼 친분이 깊다 해도 오세훈 전 시장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당사자에게 답변을 구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오 후보 측은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돕기 위해 대답하겠다"며 "오세훈 전 시장은 색깔론을 편 게 아니라 엄연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3년 전 총선에서 정태호 후보가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을 했음을 들어 '어깨동무'를 했다는 오세훈 전 시장의 발언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질문에 답변한 오신환 후보 측은 "정태호 후보에게 직접 묻는다"며 "3년 전 이상규 지지를 외쳤던 일이 잘한 일이라면, 이번엔 왜 계속 이상규를 지지하지 않고 독자 출마했는가"라고 다시 포문을 열었다.

    특히 "당 대변인실이 아닌, 정태호 후보의 직접 답변을 기다린다"며 "후보는 당의 병풍 뒤로 숨고, 당이 나서서 다른 당 후보를 대신 공격하는 행위는 국민을 모욕하는 몰상식한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관악을 보궐선거에서는 자신을 향해 직접 날아든 상대 당 후보의 공개 질의에는 답하지 않고, 그를 지원하러 온 다른 인물의 발언을 문제 삼아 중앙당 부대변인이 대신 나서서 공격해주는 기이한 모습이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연출되고 있다.

    정태호 후보가 이번 재(再)공개 질의에 입장을 표명해 이같은 이상한 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오는 30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관악을에서 열 계획이다. 관악을 전(戰)에 장수(將帥)들이 몰리고 있다. 일찌감치 울려대는 포격음으로 관악을이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