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93차 월례 토론회-문화유산의 세계화>
    '문화유산 세계화' 전담 부서 꼭 필요하다
     
    신숙원 (서강대. 명예교수)
  • *들어가기
  발제자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세계화‘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세계는 마치 한 나라 인것처럼 실 시간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사회가 된지 이미 오래고 단일만족임을 내세우던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사회의 대열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날 ’세계화‘는 그 어느 나라도, 개인도 피할 수 없는 세계인 모두의 현실이며 과제다. 개인이나 나라나 정체성과 품격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므로 우리의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통하여 우리의 고유한 정체성과 향기로운 문화유산의 품격이 세계문화유산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토론의 장을 열고자 한다.  

  발제자께서 ‘문화유산의 세계화‘의 정의와 그 중요성, 그리고 우리문화유산의 현황에 대하여 심도 있게 논의하였기에 토론자는 그 실천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문화유산의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대략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오늘의 토론 주제와 같이 ‘문화유산의 세계화’로서 우선 우리문화유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 세계에 홍보하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일차적으로 세계인들이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그 것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 현대적 가치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들이 그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문화유산이 품고 있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공감하게 됨으로써 우리 문화유산의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둘째는 우리문화유산의 ‘선도화’이다. 이는 ‘문화유산의 세계화’의 범위에 넣을 수 있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전통과 가치관, 그리고 지정학적인 환경에 따라 고유한 문화유산이 생성되고 축적된다. 어느 한 문화유산이 다른 문화유산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또 그렇게 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선택하여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도록 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 금융위기 때 온 국민이 힘을 합해 나라를 살리고자 가지고 있던 금을 내놓아 경제위기에 도움을 주었던 일은 전 세계에 유래가 없던 일로서 많은 세계인들에게 회자되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틀림 없이 역사적으로 축적된 우리문화유산의 한 특성에서 나왔을 것이다. 우리 문화가 덕목으로 삼았던 이러한 가치관을 발굴하여 세계에 알림으로써 세계문화를 선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셋째는 ‘우리문화 유산의 선진화’이다. 우리의 좋은 문화유산이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만능주의와 무한경쟁의 목표를 향하여 질주하면서 많이 훼손되고 선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향은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배려와 나눔이 많지만 지인관계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는 예의와 배려가 부족함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인 점을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을 선진화 교육을 통해 개선시켜 나가는 일이다. 

* 토론 열기
  이 토론에서는 시간 관계상 우리문화유산의 ‘세계화’의 실천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우선 ’우리문화 유산의 세계화‘라는 주제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외국인에게 ’대한민국‘하면 금방 떠오르는 하나의 대표적 이미지가 있는가? 하는 의문 이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하면 그곳을 방문해본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에펠탑,‘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 ’중국‘은 ’만리장성,‘ 또는 ’자금성,‘ 일본은 ’눈 덮인 후지산,‘ 또는 ’벚꽃이 드리워진 오사카 성,‘ 이집트는 ’피라미드‘ 등을 즉시 떠올릴 것이다. 
   이와 대적할 만한 예술적 창의성과 탁월성을 지닌 문화유산이 우리에게도 많이 있지만 아직 우리 문화를 총체적으로 대표하는 시각적 이미지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Korea"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Korean War,‘ ’삼성,‘ ’IT 강국,' ‘전쟁 후 극적으로 발전한 나라‘ 같은 물리적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그 어떤 문화유산으로 우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만들 것인가? ‘불국사, 8만 대장경, 첨성대, 서원, 한옥’ 등 여러 문화유산이 떠오른다. 그들 중 어떤 문화유산이 세계인들에게 인류보편적인 가치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할 것인가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고심하여 대표적인 이미지를 조속히 생성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품격 높은 문화적 존재와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2.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의 이미지를 만들 때 유의할 점은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차별화된 문화유산의 특성을 확고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서양 문학에 나오는 “China" 라는 말은 중국을 지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시아 전체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중국문화의 일본문화와 우리 문화 사이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3.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자료를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 인터넷과 SNS, 즉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세계와 공유하는 일이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이 작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자료목록뿐만 아니라 원문 자체가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이미 사이버 공간에 ctext.org 라는 이름으로 그 방대한 중국 고전을 다 올려놓아 누구나 손쉽게 이들 자료를 읽을 수 있다. 

  4. 사이버 공간에 우리 문화유산 자료롤 올리는 동시에 이들 자료의 영역본을 보급하는 일 또한 필요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고전번역원,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기관이 우리의 고전을 공동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보다 많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번역본을 만드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의 문화유산 자료들, 각 박물과 자료,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영어번역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만 우리의 문화유산이 세계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려질 수 있다. 일본 문화가 짧은 시기에 세계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왕성한 번역문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5. ‘세종학당’을 세계 곳곳에 그리고 국내에도 더 많이 설립하여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실시하여야 한다.  (예. 중국의 공자학원) 

  6.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 프로그램이 주로 서울 중심의 문화유산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인도 지역의 문화유산에 문외한일 뿐만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제는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곳곳에 숨어있는 많은 문화유산들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발굴하여 이를 널리 홍보하여야 한다. 이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일에는 정부와 지역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의 협력 작업이 필요하다. 
  
  7. 우리 문화유산의 원활한 세계화는 Global manner 를 익히는데서 시작된다. 한 때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려져 왔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다반사로 벌어지는 상황, 예를 들어 불법 주정차, 아무데나 마구 버려진 쓰레기, 공공장소에서의 시끄러운 소음과 싸우는 모습 등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든다. 기초적인 차원에서 global manner 란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고 배려함으로써 그 어느 누구에게도 불쾌감을 주지 않는 행동을 말한다.

  더 나아가서 진정한 global manner 는 표면적인 예의나 배려를 넘어서 인간존중의 가치관이 있을 때 진정성이 드러난다. 즉 나와 내 가족, 친척, 지인이 아닌 타인, 타민족, 타문화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는 매너가 참 global manner 이다. 이는 요즘의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치이고 삶의 태도다.  
  단일민족의 국가에서 다문화사회로 변화한 오늘의 우리나라는 여러 다른 문화유산을 지닌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해야한다. 이를 위해 타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름’은 옳고 그름이 아니고 ‘특성’일 뿐이다. 남과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통해 우리 문화와 타문화를 깊이 이해하며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종교차별주의 등이 설 땅은 이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고 또 있어서는 안된다. 

 *끝맺기
  위에서 언급한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1.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전담할 부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문화재청 등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융합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이 거대한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부서가 지속적으로 보다 조직적이고 섬세하게 계획에서부터 관리, 감사 등 문화유산 세계화의 전 분야를 책임지고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각 부처에서 중복된 일을 하는 것은 크나큰 국력의 낭비다.

2.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화는 장기, 중기, 단기적인 계획과 여러 차원에서 진행시켜야 한다. 사안에 따라 국가, 지역자치기관, 시민단체, 각 기관, 개인적 차원에서 협력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청결하고 깨끗한 지역을 만드는 일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의식만 가지면 얼마든지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지역문화의 세계화는 지역자치단체와 정부, 그리고 문화단체가 협력하여 발전시킬 수 있다.  
  
3. 위에서 제시한 여러 문제점과 실천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교육’이다. 언제부터인지 ‘공부’와 ‘무한경쟁’이 모든 것을 우선하는 절대가치가 되어버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밥상머리교육’이나 ‘가정교육’을 받는 대신 ‘과외’로 내몰렸다.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Robert Fulghum)라는 책은 우리의 어린이들 한테는 해당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친다는 일본교육과 달리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남보다 뛰어나고 ’1등‘이라는 목표를 향한 과정에서 배려, 나눔과 같은 정신적 가치는 목표달성에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온갖 종류의 비인간적인 행위와 범죄를 보면서 이제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하여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다운 가치관을 갖도록 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절히 든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중시해온 정신적 가치에는 자랑할 만한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충효사상, 어른과 웃 사람을 섬기는 예의 범절, 아랫사람을 감싸주는 배려의 문화, 자연과의 공존 등 훌륭한 정신문화의 전통 들이다. 이러한 가치들이 자본주의와 무한경쟁의 질주 안에서 짧은 시간 안에 사라져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비인간적인 범죄들을 보면서 인성교육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가정교육은 물론 유치원을 비롯한 모든 단계의 공공교육에서 ‘개인의 존엄성, 선한 공동체, 자연보호’의 가치를 존중하고 타인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인성교육과 역사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다양한 다중매체를 통하여 다양한 사람과 공동체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인간존중의 심성을 키워주고 공공질서를 지키는 교육을 지속해야한다. 그래야만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합리적이고 공평한 시각을 갖을 수 있게 되고 우리의 문화유산은 진정한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