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集 "천국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를 읽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기 어려운 ‘남한 시인’들의 현란한 시어(詩語)와 비교하면,
    탈북 여성 김수진의 시는 참 담백하다.

  [이 한 권의 책] 천국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 
                   우리의 대한민국이 천국이다         (김수진 지음 | 조갑제닷컴 펴냄)
  
脫北 女시인을 통해
깨닫게 되는 일상의 행복
  
  
  글 : 裵振榮 月刊朝鮮 기자 
  
   탈북자가 쓴 시집을 지하철 안에서읽는 게
 아니었다. 작고 얇은 책이라 틈나는 대로 읽을
생각으로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시집을 읽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혼났다. 장진성의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때도 그랬는데….
탈북자들이 쓴 시집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 것은 남성 갱년기 증상만을 아닐 것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기 어려운 ‘남한 시인’들의 현란한 시어(詩語)와 비교하면, 탈북 여성 김수진의 시는 참 담백하다. 그의 시 속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고난의 행군’ 시절의 숱한 죽음에 대한 기억이다. 옥수수 5kg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총살당한 11살 꽃제비 소녀를 기억하면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밧줄을 감을 자리가 있었더냐 / 아가의 빼빼 마른 몸에 / 수갑이 채워지더냐 / 거밋발같이 가느다란 두 손목에.〉
   
   배급이 끊기고 인민들이 굶어죽어 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자아비판, 사상투쟁, 공개처형은 계속된다. 그리고 장마당을 열어 살길을 찾은 인민들이 조금 숨을 돌리는 것처럼 보이자, 당(黨)은 갖은 명목으로 인민들을 악착같이 수탈한다. 화폐개혁도 그중 하나였다. 인민들에게 잘해 주다가 해직된 당 비서를 구명하기 위해 당 위원회를 찾아갔던 세 사람은 ‘집단정치행동’이라는 이유로 보위부로 잡혀간다. 불만에 찬 인민들을 당은 ‘강성대국’이라는 슬로건으로 달래려 든다. 시인은 이런 참담하고 황당한 북의 현실들을 모두 시로 그려낸다.
   
   장사를 하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던 시인은 결국 탈북을 결행한다. 대한민국 땅에서 시인은 〈내가 사는 아파트 / 가장 평범한 국민들이 사는 곳 / 그곳이 천국〉이라고 찬탄하다가도, 〈밥주걱으로 흰 쌀밥 풀 때면 / 찰찰 풀기가 도는 밥솥에서 / 철철 껴묻어 일어나는 / 내 고향 사람들 모습〉에 가슴 아파한다.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감사하게 된다. 이 땅에서 태어난 덕분에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아온 일상의 행복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