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트랙 공조, 朴대통령에 직접 전화걸어 상황보고..'한미동맹 공격' 포인트 대응 주효
  • 검거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살인미수 테러 용의자 김기종 씨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검거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살인미수 테러 용의자 김기종 씨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살인미수 테러'가 벌어진 이후 청와대는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리퍼트 대사의 상태 파악부터 용의자의 인적사항과 배경에 대한 정보가 곳곳에서 보고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파장과 대응 방침을 논의하는 회의가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으로 출국한 상황에서 청와대 총 책임자는 취임한지 불과 5일된 이병기 비서실장.

    박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UAE로 이동한 직후 맞은 새벽 3시13분(현지시간)에 첫 상황 보고를 받았다. 계속된 해외 일정이 이어진데다, 곧바로 이어질 UAE 일정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지 대통령 수행단이 혼란스러워질수 있는 순간이었다.

    리퍼트 대사의 생명이 위독하진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대통령이 뭘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분석해야 하는 일이었다.

    UAE 현지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주철기 외교안보 수석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같은 시각 청와대 내부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는 이번 테러 사건이 한-미 관계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함께 철저하고 단호한 후속 대응조치를 논의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국내에 남은 수석비서관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오전 7시40분께 벌어진 사건 이후 이어지는 국회 여야 반응을 취합하고, 외교부를 통한 외교적 대응 방향도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외교적 파장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을 지시하고 이를 현지 대통령 수행단에 최우선적으로 전달했다"며 "외교관 출신으로 상황 판단이 상당히 발 빨랐다"고 말했다.

    이병기 실장은 이 같은 보고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통화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동 4개국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 중동 4개국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상황을 보고받은 박 대통령은 사건이 벌어진지 3시간30분 가량이 지난 오전 11시20분께 현지에서 입장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의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란 말은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던 국내 언론 뿐아니라 해외 외신들로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는 박 대통령의 상황 표현은 국회로 다시 이어졌다.

    여야는 이날 오후 외교부의 긴급현안보고 간담회를 열고 역시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현지 오전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2시께(한국시간 오후 7시) 리퍼트 대사와 전화통화를 하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소식을 접하고 놀랍고 마음이 매우 아프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말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서 연락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퍼트 대사도 "의사로부터 대통령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은 바 있어 오늘 통화가 더욱 특별한 대화로 느껴진다"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답했다.


    미국 국무부가 "한미 동맹은 공고하다"고 분명히 말한 것은 박 대통령과 리퍼트 대사가 통화를 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빠른 쾌유를 빌었다"며 "리퍼트 대사가 다시 업무에 복귀해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양국관계 강화는 물론, 지역 및 글로벌 도전과제의 해결을 위해 함께 논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 뉴데일리
    ▲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 뉴데일리


    긴박했고,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었던 사건이 발생 하루만에 미 국무부의 긍정적 입장표명으로 다소 정리될 수 있었던 데는 청와대의 발빠른 대처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독 박 대통령 해외 순방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던 청와대는 순방 징크스에 늘 시달렸다.

    첫 해외순방이었던 2012년 미국 방문 때 윤창중 전 대변인 사태부터 중국 순방 당시 벌어진 남북정상회의록 공개 파문, 러시아와 베트남 방문 때 터진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등이 잇따랐다.

    그때마다 늘 대두됐던 것이 청와대의 느린 상황 판단과 부족한 정무적 감각이었다.

    상황에 직면한 국내에 남은 청와대 직원들은 '혹여나 대통령의 해외 일정에 방해가 될까'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못했고, 이 문제는 현지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셈이다. 이번 리퍼트 미국 대사 살인미수 테러사건도 자칫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더욱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불편하게 여기는 주변 국가들이 이번 사건을 '한국의 반미감정이 일으킨 사태'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많았는데, 이렇게 됐을 경우 자칫 한미 동맹을 깨뜨리려는 테러범과 음모세력의 전략에 우리가 당할 수 있었다"며 "우리 정부와 국회가 잘 대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