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죄 적용 여부 쟁점,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 관심
  • ▲ 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55)씨가 다리가 아프다고 주장해, 종로서에서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55)씨가 다리가 아프다고 주장해, 종로서에서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사상 초유의 주한 미국대사 테러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번 사건이 9년 전 일어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피습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마크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40분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이 단체 회원으로 알려진 김기종(55)씨가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눈썹 밑과 손목 등에 부상을 입고, 현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씨는 범행직후 주변에 있던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민화협 상임의장) 등에게 제압당한 뒤 경찰에 넘겨졌으며, 서울 종로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사건은, 범인이 범행 직전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으며, 흉기로 칼을 사용했다는 점, 리퍼트 대사가 얼굴에 자상을 입었다는 점 등에서 9년 전 발생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피습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 ▲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강연회 행사장에서 피습을 당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 사진 연합뉴스
    ▲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강연회 행사장에서 피습을 당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 사진 연합뉴스

    박근혜 대표에 대한 피습사건은 지난 2006년 5월20일 오후 7시20분께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일어났다.

    박근혜 대표는 당시 지방선거 유세 지원을 위해 전국을 돌던 중,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범인은 지충호(당시 50세)씨로, 지씨는 연단으로 접근해 미리 준비한 길이 10cm 크기의 커터칼을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박근혜 대표는 귀 아래부터 오른쪽 얼굴 턱 바로 밑까지 11cm에 달하는 자상을 입고 인근 연세대세브란스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날 테러를 당한 리퍼트 대사도 사건 발생 직후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시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있다.

    당시 범인인 지충호는 범행 직후 커터칼을 버리고 달아나다가 주변 사람들에 의해 붙잡혔다.

    사건을 수사한 합동수사본부는 지씨에게 살인미수, 상해, 공갈미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으며, 법원은 지씨에게 상해죄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지씨가 박 대표를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지씨의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부상 정도가 생명에 지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 등도 고려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이번 사건에서도 범인인 김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돼, 박근혜 대표 사건과 이번 사건은 경우가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지씨의 경우, 범행이 우발적으로 행해졌다면, 김씨의 경우 현장에 ‘키리졸브 훈련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유인물과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를 사전에 계획한 고의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가 리퍼트 대사의 목을 잡고 밀쳐 넘어트린 뒤,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김씨에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범행 직후 종로서로 압송된 김씨가 다리가 아프다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전쟁훈련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심하게 몸부림을 친 정황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김씨를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한 경찰은, 낮 12시40분께 종로서로 다시 불러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