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이번 사건은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 결코 용납될 수 없어"
  • ▲ 좌파 인사인 김기종씨에게 피습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YTN 방송화면
    ▲ 좌파 인사인 김기종씨에게 피습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YTN 방송화면

     

    '사상 초유'의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이 5일 오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선혈(鮮血)이 낭자할 정도로 주한 미국대사가 심각하게 공격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리퍼트 대사는 올 초 출산한 막내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미들네임을 붙이기도 한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인사다. 한-미 외교의 가교역할을 해온 핵심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가차 없었다.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온 깡통진보 세력의 민낯이 드러난 최악의 테러다.

    리퍼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하는 최측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피습 소식을 전해듣고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빠른 쾌유를 빈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미 국무부는 리퍼트 대사에 대한 '폭력 행위(act of violence)'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교가를 강타한 칼부림 난동 소식에 여권 내에선 이번 사건이 그간 쌓아온 한미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종북(從北) 좌파들이 동맹국 대사에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며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이 굉장히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밝혀진 테러 행위자의 과거 행적이나 구호 등을 봐서 친북 내지 종북 성향의 사람임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우리가 동맹관계가 좋다고 겉으로는 그랬지만, 최근 사드(THAAD) 같은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여러 가지 한미관계에 잡음이 있었다. 지금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피습 사건의) 수사에 여러 노력을 다해야 한다."


    외교부는 좌불안석이다. 윤병세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수행차 외국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사건이 터졌고, 또한 며칠 전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過去事) 발언을 놓고 적지 않은 외교적 논란이 있었기에 당혹감을 더욱 크게 느끼는 분위기다.

  • ▲ 좌파 인사인 김기종씨에게 피습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YTN 방송화면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명확하고 단호했다.

    현재 중동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의 피습은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짓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5일(현지시간) 중동 3번째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서 긴급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이다.

    "오늘 리퍼트 대사의 피습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에 대해 철저한 수사 및 경계태세 강화 등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실을 중심으로 빈틈없이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사건을 보고받은 후 "진상파악과 배후 규명을 철저히 하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라"고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과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에게는 "미국 정부 측에 현 상황을 신속히 설명하고 미국과의 협력관계에 문제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 사건을 수습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있음은 물론 자칫 반한(反韓) 감정까지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 간이 미국을 상대로 한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악재(惡材)가 터져 일본의 입지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공격당한 뒤 피를 흘린 흔적이 세종문화회관 앞에 남아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공격당한 뒤 피를 흘린 흔적이 세종문화회관 앞에 남아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한편, 피의자 김기종(56)씨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새정치민주연합
    은 이번 사건을 개인적 돌발행동으로 규정하며 서둘러 선긋기에 나섰다.

    성균관대 81학번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기종씨는 제가 잘 아는 선배로 극단적 민족주의자이며 개인적 돌출행동을 반복해 왔다"고 주장했다.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이라고는 하지만 정치권의 특성상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여느 때와는 달리 비슷한 성향의 좌파인사라도 단칼에 내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