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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창재

    사진작가 최창재의 개인전 [Nothing... Everyting(아무것도 아닌, 그렇지만 모든 것)]이 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A1갤러리에서 열린다. 

    최 작가는 전시 [Nothing... Everyting]에서 주변의 자연인 나무를 관찰함으로써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작업에서 작가의 역할을 '있는 그대로의 재현'이 아닌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다음은 전시서문 전문(全文)이다. 

    아무것도 아닌, 그렇지만 모든 것


    전시 공간을 고려하여, 두 작업을 가지고 전시를 갖고자 한다.

    나누어진 두 공간에, 두 가지 다른 방법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한다고 해서 

    ‘A+B=C’라던가 또 각각의 다른 주제를 표현 한 것도 아니다.

    두 가지 작업이라고 하지만,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 적외선 촬영한 차이가 있을 뿐,

    두 작업 모두 나무를 소재로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하였다. 방법론을 달리하여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진가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하는

    나만의 방법론을 찾아가는 과정쯤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작가라면 전시되는 공간도 읽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진가가 기술을 발휘하는 예술가라면, 사진작가는 기술과 함께 공간까지 읽어야 한다.

    전시되는 공간이 책이라면, 사진은 명사이고,

    사진과 사진사이의 간격은 접속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시라는 것은 전시되는 책이라는 공간에 내가 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작업을 10년 이상 해온 덕택에 단체에서 기금을 받아

    몇 달간은 걱정을 조금 덜어 작업을 하였다.

    일주일에 4x5inch 대형필름을 6박스 정도는 썼으니, 신나게 한 듯하다.

    하지만 10년 이상하다보니 다른 것에 대해서는 바보가 되었다.

    늘 곁에서 밀어주고 지켜주는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나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했었다고... ...


    전시회를 초대 받고부터, 한동안 작업노트를 썼었다.

    몇 가지 사상과 철학적 배경을 적었는데, 내가 적었지만 영 불편하였다.

    내가 몸소 체험하지 않은 내용이니,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였다.

    이렇게 간단한 내 생각과,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며 글을 쓰니

    이제야 ‘나’ 답다는 느낌이 들어 홀가분하다.


            “Nothing, Everything” - 킹덤 오브 헤븐(2005), 살라딘


    돌이켜보니 이 모든 것이 ‘(내겐)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내)전부’이다.


    2015년 1월. 28일     최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