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날아들면 중국이 막아줄까? 구멍난 대미외교-한심한 로비력, 여실히 드러나
  • 웬디 셔먼 美 국무부 정무차관. ⓒ조선일보 DB
    ▲ 웬디 셔먼 美 국무부 정무차관. ⓒ조선일보 DB


    미(美) 국무부 내 서열 3위인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過去事) 발언을 놓고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미국 정부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2일(현지시간) 외신기자클럽에 전달한 논평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성적인 목적으로 여성을 인신매매한 것은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극히 이례적인 논평이었다. 미 국무부가 정례 브리핑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논평을 낸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셔먼 차관의 발언은 결코 미국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며 어떤 개인이나 국가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셔먼 차관의 발언이 한-미 외교관계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해 미국 정부가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외교부도 "군(軍)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미가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통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국내 정치권에선 셔먼 차관의 발언 배경과 관련해 미국 정부 내 주요인사들의 편향적 인식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셔먼 차관은 1990년대 클린턴 정부에서 현 오바마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에서 중용돼 온 외교 전문가다. 한반도 문제나 한-일 관계에 관한 식견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셔먼 차관이 동북아 과거사에 무지한 인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비단 이번 만이 아니다. 집단적자위권이 한일 간 최대 현안임에도 미국은 2013년 우리 입장은 아랑곳 없이 동북아 안보에 필요하다며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일방적으로 공식 지지한 바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5일 방한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식환영식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뉴데일리 DB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5일 방한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식환영식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뉴데일리 DB


    '한치의 빈틈도 없다'던 한미동맹(韓美同盟)을 뒤흔들 수 있는 파문이다. 이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양국의 공조관계를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안보-외교-경제' 등 복잡한 함수관계가 빚는 세계 열강들의 갈등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스탠스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주요인사들이 왜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지 본질적 문제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지나친 친중(親中) 노선이다. '친중 일색'이었던 외교 노선을 박근혜 정부가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제기돼 왔다.

    경제적 관점을 떠나 당장 '북핵(北核) 위협'을 눈앞에 둔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야 함에도 최근 박근혜 정부는 이상하리만큼 중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안보(安保)가 전제돼야 경제(經濟)도 있을 수 있다"는 기본적 틀을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6.25 전쟁이 휴전(終戰이 아닌 休戰)된 지 62년이나 지난 지금도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와 북한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금이야 경제적 협력을 위해 양국이 손을 잡고 있지만, 만약 최악의 사태가 발발할 경우 중국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드(THHAD) 배치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이 연일 날선 신경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어느 쪽에 서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깡통진보 세력의 친중사관에 영향이라도 받은 것일까. 그럼에도 청와대는 주야장천(晝夜長川) 친중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방향 자체가 잘못 설정돼 있다.

    청와대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 갈수록 잘못된 길로 빠지고 있는 컨트롤타워에서 주철기 수석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엉뚱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지 마냥 답답하기만 하다.

  • [시진핑 친서 받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2년 12월 30일 방북한 중국 공산당 대표단의 단장 리젠궈(李建國·오른쪽)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조선일보 DB/ 조선중앙통신
    ▲ [시진핑 친서 받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2년 12월 30일 방북한 중국 공산당 대표단의 단장 리젠궈(李建國·오른쪽)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조선일보 DB/ 조선중앙통신

    "박근혜 정부 집권 1년간의 정책은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안보위기의 극복을 우선시하고 한미동맹의 강화를 축으로하는 외교와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작년 후반기부터 갑자기 감지되기 시작한 중국에 대한 과공시비, 실익이 없는 일본과의 역사논쟁의 확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원칙에 어긋나는 비굴한 자세와 대화구걸에 이어 새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이르러서는  한마디로 정책의 우선순위와 전략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 이재춘 前 주러시아 대사


    두 번째는 로비(Lobby, 막후교섭)의 차이다. 여의도 주변에선 셔먼 차관의 발언 배경에 강력한 일본 로비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본에 우호적인 인사들, 이른바 '국화클럽'의 힘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70여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미국인의 눈에 일본은 욕심많은 전쟁광일 뿐이었다. 그러나 불과 수십년 만에 일본인들은 훌륭한 국민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며 미국의 최고 우방국이 됐다.

    바로 이런 배경에 '국화클럽(친일그룹)'으로 불리는 이들의 적극적인 로비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데니스 블레어 일본 사사카와(笹川) 평화재단 워싱턴 사무소 대표는 지난 1월 8일 "일본이 과거에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전쟁 당시 아주 무자비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대표는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로 통한다. 

    A급 전범 용의자 출신인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가 설립한 사사카와 재단은 워싱턴 싱크탱크를 주무르는 '큰손'으로 꼽힌다. 이 재단은 각종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주관하면서 친일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샤피로 전 미국 상무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샤피로의 발언'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현재 한-일 갈등은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인 전쟁 희생자들에게 8억 달러를 지불했지만 당시 박정희 정부가 위안부로 불리는 피해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오래된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주재 일본대사관은 위안부, 독도 등 이슈별로 나눠 집중적으로 담당하고 로비하는 팀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의 로비력(돈과 사람)이 한-미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국가 3대 과제 중 하나인 '전략적 대외 홍보' 예산에 520억엔(약 4,774억원)을 책정했다. 반면, 우리의 대미 로비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외교부의 홍보 예산은 50억원, 국제교류재단의 싱크탱크 지원예산은 22억원, 일본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쯤되면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역할과 책임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로비력에 의해 한-미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는데도, 무슨 생각으로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바짓가랑이만 붙들고 있는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주철기 수석은 셔먼 차관의 황당한 발언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이제라도 정신차리길 바란다. 

     

  •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연합뉴스 DB
    ▲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연합뉴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