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 형제, 포브스 선정 세계 10대 부자 중 2명…재산 합치면 800억 달러 넘어
  • 지난 2일(현지시간) 美포브스가 발표한 '2015 세계 억만장자 순위'. 아래 공동 6위가 코크 형제다. ⓒ美포브스 보도화면 캡쳐
    ▲ 지난 2일(현지시간) 美포브스가 발표한 '2015 세계 억만장자 순위'. 아래 공동 6위가 코크 형제다. ⓒ美포브스 보도화면 캡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소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美포브스는 ‘2015 세계 부자 리스트’를 발표했다. 1위는 792억 달러를 가진 빌 게이츠, 2위는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3위는 버크셔 헤더웨이 오너 워렌 버핏, 4위는 ‘자라’ 브랜드를 소유한 의류기업 인디텍스의 오너 아만시오 오르테가였다.

    국내 언론들은 이후 순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순위 변동만 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이 전하지 않은 세계 10대 부자들의 재산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이들 중 공동 6위를 차지한 2명이 지난 1월 말 “2016년 美대선과 하원의원 선거, 상원의원 선거에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원하는데 9억 달러(한화 약 1조 원)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인공은 찰스 코크(79세), 데이비드 코크(74세) 형제다.

    골수 우파 성향을 가진 코크 형제는 미국 2위의 비공개(비상장) 기업 ‘코크 인더스트리’의 오너들이다. 찰스 코크는 회장을, 데이비드 코크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 코크 형제가 2016년 美대선과 하원의원 선거,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원하기 위해 9억 달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코크 형제는 1980년 이후 공화당만을 지지해 온 ‘골수 우파 재벌’로, 2012년 대선 때도 오바마 대통령의 낙선을 위해 4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코크 형제가 사용하겠다는 9억 달러는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2016년 선거를 위해 모금, 사용하려는 선거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규모여서, 양당은 이제 코크 형제의 활동을 주시하는 수 밖에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코크 형제가 2016년 선거에 이처럼 많은 돈을 퍼붓는 이유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신념, 즉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 선택권 확장 등 보수우파적인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 보수우파인 코크 형제는 엄청난 재산 가운데 일부를 헤리티지 재단, 카토 연구소 등 보수우파 싱크탱크 후원에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코크 형제를 비판하는 소위 '진보진영'이 만든 로고. ⓒ美폴류트 워치 화면 캡쳐
    ▲ 보수우파인 코크 형제는 엄청난 재산 가운데 일부를 헤리티지 재단, 카토 연구소 등 보수우파 싱크탱크 후원에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코크 형제를 비판하는 소위 '진보진영'이 만든 로고. ⓒ美폴류트 워치 화면 캡쳐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코크 형제는 북미 지역에서는 유명한 보수우파 재벌이다. 네델란드계 유대인 집안이라고 한다.

    코크 형제는 1940년 부친 프레드 코크가 설립한 ‘코크 인더스트리(Koch Industries)’를 물려받았다. ‘코크 인더스트리’는 세계 최대의 곡물기업 ‘카길(연 매출 1,366억 달러)’에 이어 미국 내 비공개(비상장) 기업 2위다.

    미국과 전 세계 59개국에서 활동하며 종업원은 7만여 명이다. 북미 지역에만 6,400km 길이의 송유관을 운영하는 등 5개 계열사에서 나오는 연간 매출은 1,150억 달러(한화 약 126조 2,355억 원)에 달한다. 형제 각자의 재산은 약 430억 달러로 이건희 삼성 회장보다 4배 더 많다.

    부친과 형제 두 사람 모두 MIT를 졸업했다. ‘코크 인더스트리’의 산업 분야는 석유화학 산업 전반. 석유 개발부터 정제, 운송까지 모든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코크 형제는 이런 재산을 미국 내 보수우파 씽크탱크나 논객, 연구원 지원, 공화당 선거자금 지원,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 로비 등에 사용해 왔다. LA타임즈 등 8개 매체를 인수해 보수우파 진영을 지원하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 내 보수우파 진영에서 코크 형제가 갖는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찰스 코크 회장의 경우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종종 칼럼을 기고하기도 한다. 그는 칼럼을 통해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다.

    이런 코크 형제들이 보기에 현재 오바마 행정부나 민주당의 세금 인상, 복지 강화 정책, ‘물렁한 대외정책’과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화당이 ‘빌빌거리는’ 것 등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 전반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하다.

    때문인지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9억 달러의 거금을 ‘정치자금’으로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코크 형제의 ‘정치자금 계획’이 나오자 민주당과 미국 언론들은 난리가 났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코크 형제의 자금계획은 공화당 후보를 돈으로 사는 행동”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성향의 언론들은 코크 형제의 선거 지원계획을 가리켜 ‘코크 형제 신드롬’이라며 “극소수의 억만장자가 미국 정치를 휘두른다”는 비판을 쏟아 붇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코크 형제의 ‘돈’을 막을 적당한 수단이 없다. 미국에서는 기업이든 노조든 자금을 모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후원하는 게 합법이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美대통령 선거와 함께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3분의 1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세계의 이목은 이때 코크 형제의 ‘자금지원’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