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시 총체적 대응 부실”
  • ▲ 지난해 8월 13일 발견된 석촌지하차도 밑 동공의 내부.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지난해 8월 13일 발견된 석촌지하차도 밑 동공의 내부.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지난 설 연휴 서울 용산역 근처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도시안전’에 관한 서울시의 안이한 대처가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의 땅이 꺼진 사례는 용산 싱크홀 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견된 싱크홀 및 대형 동공은, 서울의 땅 밑 안전에 관한 시민들의 불신을 초래했다.

    석촌 싱크홀은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 시공 부실 및 발주청인 서울시의 안이한 관리감독 실태를 드러냈다. 여기에 이 지역에서 잇따라 나타난 싱크홀 및 대형 동공의 원인이 제2 롯데월드 공사와 관련돼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화됐다.

    특히 서울시는 잇따라 발견된 싱크홀 및 대형 동공의 원인을 지하철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 여론의 비난을 자초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지하철 시공사 및 감리업체의 보강공사 건의를 묵살했다는 정황도 드러나면서, 정치권도 이 문제에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새누리당 소속 조원진 의원은, 송파 싱크홀 및 대형 동공 발견과 관련돼, 서울시가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보강공사 건의를 묵살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시의 책임을 물었다.

    조원진 의원은 “시공사와 감리사가 지반침하 문제를 우려해 서울시가 지시한 수평보강 공법보다 더 안전한 수직보강 공법을 건의했음에도, 서울시가 이를 묵살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서울시의 총체적 관리부실이 싱크홀의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도 물의를 빚었다. 박원순 시장은 “지하철 9호선 공사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설계와 시공 모두를 책임지는 턴키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수평보강 공법도 시공사가 결정한 것”이라고 밝혀, 시정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서울시의 안이한 태도도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석촌 싱크홀 발생 지점에서 150~200m 거리에 있는 건물 9동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현장조사 결과 사람이 거주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지난해 12월 일본 탐사업체와 함께 5일 동안 도심지 61km에 대한 대대적인 싱크홀 탐사작업을 벌였다. 서울시는 탐사 이후 “종로3가, 교대와 같이 오래된 지하철 주변을 비롯해 탐사지역에서 모두 41개의 동공이 발견됐다”며, 그 원인으로 부실한 지하철 복구공사를 꼽았다.

    지하철 시공 뒤 되메우기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부분에서 침하가 일어났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서울시는 용산 싱크홀에 대해서도, 사고 초기 하수관 노후와 지하수 유출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석촌 싱크홀, 용산 싱크홀, 싱크홀 주변 건물 지반 침하 등에 대한 서울시의 기본적인 입장은, “사고의 근본 원인은 도심지 공사 부실 및 시설노후에 있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시공사와 감리업체 등 민간기업의 책임이나 시설노후에 따른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서울시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용산역 싱크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반불균질 신호가 확인돼 추가적인 정밀조사에 들어갔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해, 기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의 이런 태도에 대해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위기대응시스템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안이한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수곤 교수는 “서울시는 싱크홀이 발생하면 노후하수관으로 인한 지하수 유출이나 주변 공사현장의 부실한 공사로 책임을 돌린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이수곤 교수는 서울시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건물이 기울어져도 ‘주민들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고, 지반불균질 신호가 확인됐는데 ‘국민들 안심하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았는데 무조건 안심하라고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