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산림 황폐화, 부실공사 등 책임 물어 주요 간부들 해임 조치 '쇼'
  • 최근 김정은이 北선전매체에 나와 정책 실패를 공개하면서 “이게 다 우리 잘못”이라고 말하며 간부들을 질책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속뜻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 ▲ "글쎄, 내 말대로 안한 당신 잘못이지…." 김정은의 '잘못 시인' 정치가 사실은 "모두 남 탓 화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글쎄, 내 말대로 안한 당신 잘못이지…." 김정은의 '잘못 시인' 정치가 사실은 "모두 남 탓 화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北선전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 2월 26일 김정은이 노동당 간부들과 함께 북한의 산림 황폐화와 복구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산림을 남벌(濫伐)한 것이 원인이라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사람들이 식량과 땔감을 해결한다고 하면서 나무를 망탕 찍은 데다(마구잡이로 벌목한데다)….”


    그런데 김정은이 노동당의 잘못을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정은은 2014년 11월 평양 순안 비행장을 찾아 설계 잘못을 따져 마원춘 노동당 설계국장을 해임했고, 2014년 4월에는 681군부대를 찾아 “전쟁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해당 군단장을 해임하기도 했다.

    같은 달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 때는 노동당 간부와 군 건설부대 지휘관을 평양 시민들 앞에 나오도록 해 공개사과 시키고 총책임자인 최부일 인민보안부 부장을 상장에서 소장으로 강등시키기도 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모습을 놓고 국내 언론들은 “김정일 때와는 다른 통치 스타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집권 때에는 ‘북한이 세계최고’ ‘노동당과 수령에는 오류가 없다’는 식으로 잘못을 모두 숨겼는데, 김정은이 집권한 뒤에는 이런 점을 주민들에게 모두 공개하는 것이 ‘변화’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이런 행동이 ‘보여주기식 선전’이라고 분석한다. “이게 모두 우리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실무자와 담당자 등 ‘아랫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주민들에게 고발하는 방식으로 자신은 그 책임에서 빠져 나오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김정은의 행태는 과거 김일성이 냉전 시절에 했던 선전용 제스처와 매우 비슷하다. 

    실제 외부정보가 차단된 상태로 선전매체만 접하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김정은식 ‘고백정치’를 보면서 “장군님께서는 우리 삶이 엉망이라는 것을 모르신다”고 착각하며 “지금 살기 어려운 것은 모두 부패한 당 간부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