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모스크바서 살해된 보리스 넴초프 前부총리 모친에게 전보…살해범 체포 약속
  • ▲ 암살당한 보리스 넴초프 前러시아 부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암살당한 보리스 넴초프 前러시아 부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지난 27일 오후 11시 40분경(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에서 괴한들의 총격에 살해된 보리스 넴초프 前러시아 부총리 사건과 관련해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암살배후’로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보리스 넴초프 前부총리의 모친에게 전보를 보내 “범인을 반드시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크렘린궁 측은 “푸틴 대통령은 ‘비열하고 냉소적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계획한 사람들이 반드시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넴초프의 모친 디나 에디만에게 전보를 보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크렘린 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넴초프 前부총리가 러시아 역사, 정치에 족적을 남겼으며 항상 자신의 관점을 정직하게 지켜왔다”는 평가도 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이 넴초프 前부총리 암살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범인 체포를 다짐한 것은 러시아 국민들이 이번 일 또한 지금까지 숱하게 일어났던 자신의 반대파 숙청처럼 보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넴초프 前부총리가 암살된 뒤 연방검찰, FSB 등 각 기관에 사건 수사를 지시했다. 러시아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사건 장소 등을 조사한 뒤 “정교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 의견을 펼쳤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넴초프 암살에는 마카로프 권총이 사용됐다. 발사된 탄환은 6발. 이 권총은 주로 러시아 군, 경찰이 사용한다. 문제는 탄피들이 각각 다른 회사 제품이어서 추적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푸틴 대통령이 “범인을 꼭 잡겠다”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는 넴초프 추모시위가 열리는 등 정국은 점점 불안해지는 분위기다.

  • ▲ 親서방 성향의 보리스 넴초프 前부총리가 암살당하자 유럽 전역이 들썩거리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24' TV의 생방송 장면. ⓒ프랑스 24 TV 보도화면 캡쳐
    ▲ 親서방 성향의 보리스 넴초프 前부총리가 암살당하자 유럽 전역이 들썩거리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24' TV의 생방송 장면. ⓒ프랑스 24 TV 보도화면 캡쳐

    한편 푸틴 대통령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우크라이나는 “이번 암살 배후는 푸틴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넴초프가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증명할, 설득력 있는 증거를 공개하기 직전 암살됐다”고 주장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언론에 “이 증거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한 누군가에 의해 넴초프가 살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또한 자신의 SNS에 넴초프 前부총리를 가리켜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잇는 가교 같은 역할을 했다”며 추모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을 당황케 만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언론들을 까지 나서게 한 보리스 넴초프는 1990년대 후반 옐친 정권에서 부총리를 역임한 親서방 인사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집권한 2000년부터 푸틴과 메드베데프 정권의 부정부패, 이들의 무능력과 권위주의 성향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넴초프 前부총리를 매우 꺼려했다고 유럽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넴초프 前부총리는 지난 27일 오후 11시 40분경(현지시간) 24살의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모델과 함께 크렘린 궁 인근의 다리를 걸어가다 흰색 차량을 탄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