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의 3D직업 '잠수함 승조원'…처우개선 필요
  • 해군 209급 잠수함.ⓒ해군본부
    ▲ 해군 209급 잠수함.ⓒ해군본부

    최근 잠수함 승조원 부사관 57명이 무더기 전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잠수함 내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군은 함정이라는 특성상 타군에 비한다면 개인생활공간이 상대적으로 작다. 게다가 잠수함 승조원 1인당 평균 거주공간은 3.93㎡로 평균 15.45㎡인 수상함에 비해 4배 정도 좁다. 승조원 지원특기별로 따져보면 더욱 심각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사관의 경우 특히 힘든 분야로 알려진 전기특기는 지난해 44명을 모집했지만 6명만 지원해 무려 38명이 강제로 차출됐을 정도다.해군 잠수함은 한번 작전에 들어가면 2~3주동안 항해를 한다. 이후 1달은 휴식 및 교육 정비 기간을 가진다.

    ◇대한민국 해군 보유 잠수함의 내부 크기는?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209 잠수함.ⓒnaval technology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209 잠수함.ⓒnaval technology

    1992년 해군 최초의 잠수함인 209급 1번함 장보고함을 독일에서 인수했으며, 1995년 제9잠수함전단을 창설했다. 현재는 1,800톤 214급 잠수함 전력화에 막바지에 있다.209급 잠수함기준 침실과 휴식공간은 70㎡로 20평도 안 되는 면적이다. 

    이렇게 좁고 밀폐된 공간에 40명이 돌려가면서 사용하고 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좁은 통안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유머스럽게 서로를 ‘한 통속 사람들’이라고 호칭하는데 승조원의 애환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 214급 잠수함 시뮬레이션.ⓒ해군본부
    ▲ 214급 잠수함 시뮬레이션.ⓒ해군본부

    ◇잠수함 승조원의 조건 "숨 덜쉬고‥물 아껴라"

    스트레스는 소방관보다 높아국군간호사관학교가 2007년 발간한 ‘해군 함정 승조원의 스트레스 및 피로도 분석’을 보면 잠수함 승조원의 스트레스 지수는 31.5로 22.4로 조사된 소방공무원보다 높았다. 피로도 지수도 83.9로 이 역시 소방공무원(82.3)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콜롬비아해군 209급 잠수함 내부.ⓒ유튜브 캡쳐
    ▲ 콜롬비아해군 209급 잠수함 내부.ⓒ유튜브 캡쳐


    잠수함 함장 출신 문근식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잠수함 승조원은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근식 위원은 “(잠수함 승조원은) 모든 교육훈련은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시되고, 전투정보는 (무조건)암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승조원은 엘리트중 엘리트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서 잠수함 승조원 출신은 승진이 빠르다는 후문도 들린다.

    또 문위원은 “잠수함 출항 1주일이면 청수가 바닥 나기 때문에 말그대로 물을 아껴야 하고 산소부족으로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그나마 개인이 쉴 수 있는 침대도 2~3명이 공유해야하는 상황이다.

  • 콜롬비아해군 209급 잠수함 내부.ⓒ유튜브 캡쳐
    ▲ 콜롬비아해군 209급 잠수함 내부.ⓒ유튜브 캡쳐


    해군 잠수함에서 가장 큰 공간은 어뢰 발사실이다. 이곳은 적함을 공격하는 어뢰가 탑재된 공간이지만 평시엔 식당, 회의실로 사용된다. 그사이에 길이 180㎝, 폭 60㎝의 침대가 4겹으로 촘촘히 박혀 있다.

    불을 사용할 수 없는 식사도 불편하다. 작전에 들어가면 초기는 신선도가 빨리 떨어지는 야채위주 식단이, 중후반기로 갈수록 저장성이 육류가 제공된다. 비빔밥은 작전초기에만 볼 수 있는 메뉴에 속한다.

    이중 가장 불편한 것은 화장실을 꼽을 수 있다. 승조원 40여명에 주어진 화장실은 2개 뿐. 이화장실은 샤워실로도 겸하고 있어 아침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일을 볼 수가 있다. 이 때문에 변비에 걸린 승조원도 많은 상황이다. 

    ◇정부 '잠수함 중요 국가 전략 무기'‥승조원 처우 "예산없다!!"

  • 독일해군 209급 잠수함 조타실 내부.ⓒ유튜브 캡쳐
    ▲ 독일해군 209급 잠수함 조타실 내부.ⓒ유튜브 캡쳐


    해군은 중형급인 3,500톤 장보고-III (KSS-3) 도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보고-III는 모두 9척을 건조할 예정으로 사업비 2조5,000여억원을 들여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척을 전력화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2029년까지 6척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중형급 잠수함이 도입해도 잠수함 승조원의 불편한 생활(환경)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환경은 국가를 지키는 잠수함 승조원 몫이다.

    국방부는 지난 2월 1일 잠수함 사령부를 창설해 잠수함 전력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잠수함이 국가 전략무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같은 자부심에 걸맞는 승조원 처우가 개선돼야하는 것이 맞다.지난해 정부는 재원부족 및 수당 인상기준이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액 반영하지 않은 바 있다.

  • 독일해군 214급 잠수함.ⓒ뉴데일리 순정우기자
    ▲ 독일해군 214급 잠수함.ⓒ뉴데일리 순정우기자


    올해는 예산에 잠수함 '잠항가산금' 신설 등 총 15억 1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종 수당을 인상추진 중이다. 2016년도 예산에도 총 17억원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반영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략적 무기가 보유수가 많고 성능이 좋아도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무기다운 모습을 가진다. 잠수함은 승조원 한명에 의해 좌우될 수있을 만큼, 팀워크와 이를 받침하는 기술이 필요하는 점에서 처우개선 우선대상은 당연히 잠수함 승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