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지도자, 거리시위 이틀 앞두고 살해당해”
  • 생전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던 보리스 넴초프. ⓒ지지자 트위터 캡쳐
    ▲ 생전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던 보리스 넴초프. ⓒ지지자 트위터 캡쳐

    ‘올리가르히’ 세력의 수장 푸틴 대통령의 반대세력 암살이 도를 넘어서는 걸까.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지도자가 대통령궁 인근에서 암살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타르팍스 통신 등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지난 27일 오후 11시 40분경(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宮) 인근에서 보리스 넴초프(55세)가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보리스 넴초프는 24세의 우크라이나 여성 모델과 함께 크렘린궁 인근의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 위를 걷던 도중 지나가던 차량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러시아 내무부는 “괴한들이 흰색 승용차를 타고 보리스 넴초프에게 접근, 6발 이상을 쏘았고, 넴초프는 그 중 4발을 맞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무부는 “현재 넴초프와 동행했던 여성을 조사 중이며, 이 여성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보리스 넴초프는 親서방 경향이 강했으며 보리스 옐친의 잠재적 후계자로 인정받아왔다. 2000년부터는 푸틴-메드베데트 정권의 권위주의, 우크라이나 침공, 부정부패를 강하게 비난해 왔다.

    그런 그가 오는 3월 1일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 반대 대규모 거리 시위 이틀 전에 살해됐다는 점 때문에 러시아 야권은 “이것은 정치적 암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보리스 넴초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난 자리. 보리스 넴초프는 옐친 대통령의 후계자로 인정받아 왔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보리스 넴초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난 자리. 보리스 넴초프는 옐친 대통령의 후계자로 인정받아 왔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야권은 보리스 넴초프의 살해 배후에 푸틴 정권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야당 ‘야블로코’의 당수인 그레고리 야블린스키는 넴초프가 살해된 것에 대해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푸틴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야권 지지자들은 “넴초프 살해는 야만적인 도발이며 정치테러”라고 주장했다.

    주요 야당인 '야블로코' 당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도 "최악의 범죄이며 할 말이 없다"면서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현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야권이 넴초프 살해를 놓고 푸틴 정권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푸틴-메드베데프 정권을 비판하거나 반대한 사람들이 숱하게 살해되거나 실종된 사실 때문이다. 러시아 야권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언론도 푸틴-메드베데프 정권이 반대세력과 폭로자를 ‘제거’하기 위해 ‘암살자’를 전 세계로 보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06년 11월, 영국 런던에서는 망명 중이던 前FSB 요원 알렉산더 루트비넨코가 한 호텔에서 차를 마신 뒤 병원에 실려갔다.

    검진 결과 그는 ‘폴로늄 210’이라는 방사능 물질을 흡입, 신체 조직이 점차 파괴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폴로늄 201’은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물질로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英언론은 “누군가가 루트비넨코가 마시던 차에 ‘폴로늄 210’을 몰래 넣었다”고 보도했다. 英언론은 그 범인이 러시아 FSB(연방보안국) 소속 암살자일 것이라고 봤다.

    2012년 5월 런던에서 망명 생활 중 숨진 러시아 은행가 게르만 고분초프 또한 러시아 정보기관 SVR(대외정보국)이 보낸 ‘암살자’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보도도 최근 나왔다. 지난 2월 22일 英언론들은 국내정보국 MI5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정보국이 보낸 망명자 암살단이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英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국 소속 암살단은 미인계를 사용대 '목표'를 독살하거나, 추락사, 교통사고 등으로 위장해 ‘목표’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美정부 또한 푸틴 정권이 해외에 ‘암살단’을 보낸다는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英가디언은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美정부는 2010년 6월 안나 샤프만 등 10명의 ‘러시아 이중간첩’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내에서 생활 중인 ‘배신자’를 ‘제거’하는 임무도 맡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여러 가지 부분들 때문에 러시아 야권은 보리스 넴초프를 살해한 것이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러시아 정보국 소속 암살자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보리스 넴초프가 살해된 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가 “푸틴 대통령께서 이번 사건이 청부살인이자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연방수사위원회, FSB, 경찰청 수장들이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내부에서는 점차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살인사건의 배후라는 여론이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