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생활임금제, “박원순 경제민주화 시즌2” 대대적 홍보..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서울시가 법률이 정한 최저임금제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서울형 생활임금제’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목적으로,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시행한다며, “생활임금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이은 박원순 시장의 경제민주화 시즌2”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서울형 생활임금제’는 발표와 동시에 위법성 시비에 휘말렸다.

    ‘서울형 생활임금제’는 최상위 규범인 법률에 바탕을 둔 최저임금제를, 이보다 훨씬 규범력이 약한 조례를 통해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법률이 아닌 조례를 근거로, 시와 거래관계에 있는 민간기업들을 구속한다는 것 자체가 초법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우선 시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에게 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럴 경우, 일반 사기업 근로자와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용역 혹은 위임계약의 형태로 시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민간기업에, ‘가산점’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 적용을 유도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제도 적용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갑질’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형 생활임금제’에 따르면, 근로자의 시급은 법률이 정한 최저임금보다 1,107원이 높은 6,687원이다.

    ‘서울형 생활임금제’는 지난해 9월 서울시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도입 의사를 밝힌데 이어,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2일 제도의 법적근거인 조례를 제정·공포하면서 윤곽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생활임금위원회를 구성, 올해 최저시급을 심의한 뒤 25일 제도 시행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시가 밝힌 ‘서울형 생활임금제’ 우선 적용 대상은 시와 직접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다.
    서울시는 현행 법령상 즉시 적용이 어려운 민간위탁·용역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수는 지난해 추정치를 기준으로 266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를 기준으로 할 때 직접채용 근로자는 266명보다 많은 300~400여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방침을 따르는) 민간위탁·용역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제도가 적용되는 근로자 수는) 1,000여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적용하는 우수 민간기업을 ‘서울시 노동친화 기업’으로 인증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발주한 구매 혹은 공사 입찰이나 재계약 심사에서,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채택한 민간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서울시와 거래관계에 있는 민간기업이 제도를 채택하도록 사실상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민간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를 적용하는 기업을 ‘노동친화적 기업’으로 인증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이 상위법에 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제처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법률이 정하지 않은 조건을 붙여 계약 상대방인 민간기업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인센티브 제공 방침은 법률이 정하지 않은 조건이 될 수 있어 위법 소지를 확인해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런 방침이 ‘계약대상자를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한’ 지방계약법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위법성 논란과 함께 역차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와 일부 민간기업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제’를 적용하면, 사실상 이들의 급여를 올려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경우, 여전히 최저임금제를 적용받은 대부분의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소외감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 공동대표 이헌 변호사는, ‘서울형 생활임금제’가 노사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헌 변호사는 “자신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서울시 근로자들을 보는 민간 근로자들의 기분이 어떻겠느냐”며,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노사분쟁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경비원 대량 해고와 같은 극단적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가산점’ 혹은 ‘인센티브’ 부여와 관련된 위법성 논란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와 계약관계에 없는 민간기업의 경우는 제도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인정했다.

    “민간 업체와 계약을 맺는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어떤 가산점이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완전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하겠다고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