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남편 박철에게 간통죄로 피소된 옥소리, 위헌법률심판 제청당시 헌법재판소,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 "간통죄는 선량한 혼인제도 보호"

  • 지난 1953년에 만들어진 간통죄가 62년 만에 폐지가 됐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번에 걸쳐 "간통죄는 합헌"이라고 밝혔던 헌법재판소가 지난 27일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 이에 따라 지금껏 간통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람들은 물론, 현재 동일 혐의로 소송이 진행 중인 사람들까지 모두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단 지난해 5월에 개정된 헌법재판소법 47조 3항에 따라 (헌법재판소)합헌 결정이 내려진 2008년 10월 30일 이후부터 최근까지 간통죄로 처벌 받은 사람들은 재심 및 형사보상 청구가 가능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당시 배우 옥소리의 위헌 소송 제기로, 간통죄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사한 바 있다. 당시 남편 박철로부터 간통죄로 형사 고소당한 옥소리는 "배우자와의 성생활 불만족으로 부부간 신뢰를 잃어버린지 오래"라며 "보호해야 할 신뢰 관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간통죄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는 선량한 성도덕과 혼인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며 위헌 요소가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4번째 위헌법률심사에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5번째 심사에서 종전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한 마디로 시대가 달라졌다'는 뜻"이라며 "불륜 관계는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세계적인 입법 추세를 따른 결과"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2008년 옥소리의 제청으로 야기된 심사에선 합헌 4, 위헌 4, 헌법 불일치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으나, 이번 심사에선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밝혀 '압도적인 표차'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그만큼 개인의 사생활과 성적 자유를 존중해 주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옥소리는 2008년 12월 간통죄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옥소리의 유죄 판결은 합헌 결정(2008년 10월 30일) 이후에 나온 판결이므로 재심 청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단, 간통 혐의로 구속 영장이 발부돼 수감된 사실이 없으므로 형사보상청구는 할 수 없다.

    오래 전 옥소리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간통제 폐지에 대한 여론이 조성됐고, 이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간통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옥소리의 과거 사건을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8년 전 그녀는 무슨 이유로 이같은 법률 다툼에 나섰던 걸까? 일개 배우에 불과한 신분이었지만, 톱스타였던 박철과의 이혼 소송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면서 옥소리의 기막한 사연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개인의 사랑'이 우선이라는 신념이 강했던 옥소리는 자신을 옭아매는 간통죄야말로 사라져야할 악법이라고 여겨 이를 무효화하는 투쟁을 벌였다. 이같은 옥소리의 행동은 일부 여성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박철과의 법적 다툼 중에 낯뜨거운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남성들로 하여금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들의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자료는 온라인상에 모두 공개가 된 상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생활이므로 법적 시비의 대상이 될 순 없지만, 도덕적으로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는 이미 가려진 상태다. 다만 여성으로서 모든 창피를 무릅쓰고 남편과의 성관계 횟수를 언급한 옥소리의 행동은 '시대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당시만해도 이런 일을 공개석상에서 얘기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남녀간의 성생활 얘기가 안방극장에서도 거론될 정도로 너무나 흔한 '일상'이 돼 버린지 오래다. 서로가 약속한 가정의 규율을 먼저 깨뜨린 옥소리의 행위는 지금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만약에 오늘날 이같은 기자회견을 옥소리가 열었다면, 대중의 분위기는 당시와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간통 혐의를 다투는 공개 재판에서 "죄값은 달게 받겠다. 그러나 죄송하고 창피한 일이지만 박철 씨와 자동적으로 이혼이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옥소리의 진술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갓 남성과의 외도로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옥소리는 이제 전과자가 아니다. 당시엔 죄인이었던 자를 이젠 죄인이 아니라고 풀어줘야하는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녀는 무죄일까? 아니면 유죄일까?

    [사진 제공 = 옥소리 미니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