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2월 임시국회에서 끝내 통과되지 못한 가운데 '조금이라도 빨리 FTA를 비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재협상론은 대안이 아니라 어떤 사회 운동의 연장선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한미 FTA표류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한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한미 FTA는 공들여 협상했고 상당히 균형 맞춘 협상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FTA를 비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미국이 먼저 FTA 비준하기를 기다리자는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신중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한국이 수용하고 재협상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며 "국내에서 먼저 FTA 문제를 종결시키는 것이 현재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 때문에 국회가 비준을 마냥 미뤄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이 나서서 미국에게 재협상요구를 하라는 자충수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먼저 FTA를 비준하면 미국은 자동차 재협상을 요구해야 할 것인가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인가 고민에 빠져 재협상을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미 FTA 비준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바른FTA운동본부 상임대표),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허윤 교수는 "재협상론은 아무리 뜯어봐도 정책대안이 아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재협상론은 정책대안론이 아니라 어떤 사회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쇠고기 촛불파동에 이은 재협상론은 상당히 국익을 외면하고 국내 상황을 벼랑으로 끌고가는 측면이 있다"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다시 감당할 수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초기에 촛불에 데여서 시기를 놓친 일들이 많아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며 "이 정부는 한나라당과 함께 이번 한미 FTA를 풀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교 교수는 "재협상 주장하는 분들이 '우리도 불만 있는 부분이 있는데 고치면 좋지 않느냐'고 한다"며 "하지만 미국 경제상황도 어려운 현 시기에 미국이 한국의 편의 봐주기는 제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는 최소한 4월 국회에서는 비준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법 하나만 통과시키면 끝이지만 우리나라는 FTA 관련법도 개정해야 비준 절차가 끝나기 때문에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준규 팀장은 "경제가 안 좋은데 뚜껑(재협상)을 열어서 과거와 같은 균형된 협상을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20여개의 FTA 관련법 개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비준할 수 밖에 없다"며 "한미 FTA를 누가 먼저 하느냐로 국론 분열이 안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자동차 부분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면 우리가 당당히 거부해야 되고 미국에 '자유무역'이 뭔지를 가르쳐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기운 논설위원은 "국내에서 한미 FTA를 먼저 비준 시켜논 상태에서 미국이 재협상 요구해 올 경우 정치권에서는 비준을 반대했던 세력들이 엄청나게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4월 처리론에 반대하며 "적절한 시점을 관망하면서 미국 입장을 더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