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서독은 보존소 설립해 동독의 인권 유린 기록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근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지를 두고 정치권에 의구심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4일 비공개로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서 "(북한인권법은)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체는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표가 국회 쟁점법안인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을 둘러싼 국회의 지지부진한 논의 과정을 지켜본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것이 과연 태도 변화인지에 관해 의문을 표한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는 "북한인권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안 되는 부분은 놔두더라도 할 수 있는 건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안 되는 부분'을 둘러싼 여야 간의 견해 차이로 지금까지 입법이 안 된 것이니만큼 대단한 입장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적 제스처를 취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표의 이날 발언의 맥락은 "우리 당이 마치 북한인권법을 막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가 26일 연합뉴스와 가진 취임 인터뷰에서도 이 점은 두드러진다. 문 대표는 이날 "대북전단활동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는 독소조항만 빼낸다면 여당과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세계 최악의 인권 환경에 처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정권 때문이라는 것은 정설이다.

    대북전단활동은 이 세습 정권을 붕괴시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항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활동인데 이를 '독소조항'이라고 치부하는 것에서 전혀 전향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수석사무부총장 등 핵심 당직의 친노 편중과 관련해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도 이 점에 있어서는 문재인 대표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도 북한인권법 처리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2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자리에서 "(북한인권법은) 여야가 내놓은 법이 각각 다르게 있다"며 "대북전단활동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우선 여야가 뜻을 같이 하는 부분은 같이 가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문재인 대표가) 말씀하신 것 같고 나도 동감"이라고 밝혔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언급한 '야당이 내놓은 북한인권법'이란 새정치연합 심재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말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 없이 단순 물자 지원을 통해 민생, 이른바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자칫 '대북 퍼주기' 법으로 변질 운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에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북한인권재단 출자·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 문재인 대표가 가리킨 이른바 '독소조항'을 빼고 나면 새정치연합의 법안이 남게 되는 만큼 이는 전혀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북한인권법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서독은 동독의 인권 유린 상황을 기록하는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