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간호사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게 해야"
  • ▲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주최해 26일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파독광부·간호사 입법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주최해 26일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파독광부·간호사 입법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들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선장이 돼 바다를 활보하고 싶던 꿈, 대학교에 가서 캠퍼스를 누비고 싶던 꿈도, 동생의 등록금과 가족의 생계 앞에 설 자리를 잃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악조건을 딛고 본인의 신념을 굳건히 다져나간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의원회관을 가득 메웠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26일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파독 광부·간호사 예우와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해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의견 수렴 당사자인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모여 120석 규모의 자리를 가득 채웠다.

    박명재 의원은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한국의 경제발전과 한·독 우호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했으나, 합당한 예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영화 '국제시장'으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들을 기억하고 예우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안에 파독 광부·간호사의 날 제정, 명예와 공로를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 수행 및 교육·홍보, 건강검진 등의 지원에 관한 내용 등을 담을 예정"이라며 "법안을 속히 제정해 조국이 어려울 때 헌신한 파독 광부·간호사들에 대해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감사해하고 가슴에 영원히 기억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재 의원은 파독 광부 123명이 서독 뒤셀도르프에 첫 발을 내딛은 1963년 12월 21일을 기념해, 매해 12월 21일을 파독 광부·간호사의 날로 정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박 의원의 축사 도중 좌중의 파독 광부·간호사들은 "맞습니다!"를 외치며 박수와 환호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청회에는 영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 정우택 정무위원장, 서상기·김성곤·심윤조·양창영·김진태·김동완·이강후·임내현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하대경 한국파독연합회장과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윤제균 감독은 축사를 통해 "탄광 안은 탁한 공기와 열악한 환경으로 솔직히 1시간 이상 촬영을 할 수 없었고, 1시간 촬영을 하면 밖에서 20~30분을 쉬어야 했다"며 "1시간 촬영하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아버님·어머님들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황정민 씨와 이야기하며 가슴이 짠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명재 의원이 여러분의 노고를 법안에 발의한다고 해 참석하게 됐다"며 "박명재 의원을 도와 여러분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제균 감독은 전날까지 외국에 있다 입법공청회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 ▲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주최해 26일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파독광부·간호사 입법공청회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감독한 윤제균 감독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주최해 26일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파독광부·간호사 입법공청회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감독한 윤제균 감독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축사가 끝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파독 광부·간호사의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입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영석 경상대 교수는 '파독 근로자의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 담론과 국가적 예우'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영석 교수는 "독일에 광부를 파견한 지 50년 만에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가발전에 대한 이들의 공을 인정하고 치하했다"면서도 "이런 공적 치하는 공치사에 머물 뿐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예우나 혜택은 제공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파독 광부 간호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자식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파독 근로자에 대한 명예 부여 △복지 및 사업지원을 들었다. '명예 부여'는 파독 근로자들을 국가 유공자로 지정한다는 방안이고 '복지 및 사업지원'은 이들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독광부 출신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와 이진영 인하대 교수,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의 한인상 법학박사, 강성철 연합뉴스 기자는 법제정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지원내용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파독 근로자 기념관 건립 △파독 광부 복지사업 지원 △법안 정의 및 검토 등이 다각도로 다뤄졌다.

    특히 파독광부 출신 이진영 교수는 "우리들의 인생은 앞으로 길어야 20년, 짧으면 10년에 끝난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광산에 오셔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주겠다'는 약속이 52년이 지난 지금 현실화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빠른 시일 내에 법안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말에 몇몇 백발의 노구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흠뻑 젖은 소매자락에 60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는 상처가 느껴졌다는 지적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2시간에 걸쳐 펼쳐진 파독광부·간호사의 이야기는 사회 일반의 마음을 두드리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는 평이다. 박명재 의원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