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상급식·혁신학교 예산↑..저소득층 급식 예산은 깎아
  •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선언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선언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정부가 취약계층 가정 자녀들의 학교 수업료와 급식비 등을 지원하는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서울교육청의 이중적 행태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소득수준과 관계없는 이른바 ‘보편적 무상급식’과 진보교육감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혁신학교 관련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복지 예산은 오히려 깎였기 때문이다.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을 살핀다는 진보교육감의 공언과, 실제 예산의 쓰임새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에서, 조희연 교육감 취임 2년차를 맞는 서울교육청을 바라보는 학교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서울교육청이 저소득층 교육비는 감액하면서, 전에 없던 혁신학교 홍보예산까지 편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지역 초중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전년에 비해 185억원 증액했지만, 실제 수혜대상 학생의 수는 3만2천명이나 줄어든 사실도,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의회,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저소득층 교육부 지원신청 기간은 다음달 2일부터 13일까지다.

    저소득층 교육비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자녀에게, 정부가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급식비와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인터넷통신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한 반값식당, 무상고시원 등 무차별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도,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복지만큼은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정책이다.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은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보장한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을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제도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이렇게 볼 때, ‘민중’과 ‘민주’를 강조해온 진보시장과 진보교육감에게 있어, 이 제도는 자신들이 말하는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스스로를 민주진보교육감이라 자처한 조희연 교육감과 진보적 정치인임을 부인하지 않는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의 저소득층 지원기준과 관련예산이, 전국 꼴찌라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는 모순이다.

    서울지역의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이 줄어든 사실 못지않게 당혹스런 것은, 보편적 복지라는 허울 아래 시행되고 있는 무상급식과, 좌파교육계의 상징과도 같은 혁신학교 관련 예산은 급증했다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의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지난해 5,403억원에서 185억원이 증가한 5,588억원이다.
    혁신학교 지원예산도 지난해 46억9천여 만원에서 67억6천여 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교육혁신지구 운영비를 포함한 전체 혁신학교 관련 예산 역시 지난해 63억원에서 12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는 혁신학교 홍보예산(1억원)도 포함됐다.

    반면, 서울시와 교육청의 절대적 도움이 필요한 ‘굶는 아이들의 밥값’ 예산은 줄어들었다. 돈이 없어 학원을 가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교육예산도 가위질을 면치 못했다.

  • 천안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저소득층 초·중·고교생을 위한 점심 도시락. 천안시가 방학으로 점심을 먹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배달하는 도시락으로 단무지 3조각, 김치 5-6조각, 감자튀김 7-8개, 잘려나간 귤 1개가 반찬의 전부다. 2013.1.15.ⓒ 사진 연합뉴스
    ▲ 천안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저소득층 초·중·고교생을 위한 점심 도시락. 천안시가 방학으로 점심을 먹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배달하는 도시락으로 단무지 3조각, 김치 5-6조각, 감자튀김 7-8개, 잘려나간 귤 1개가 반찬의 전부다. 2013.1.15.ⓒ 사진 연합뉴스

    서울교육청의 올해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은 지난해 402억원에서 381억원으로,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지원 예산은 314억여원에서 255억여원으로 줄었다.

    서울은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기준에 있어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과 대구를 제외한 15개 교육청의 저소득층 지원 대상은 최저생계비 150% 이하다. 대구는 최저생계비의 140% 이하, 서울은 이보다 낮은 130%이하다.

    다른 시도에서는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저생계비 130%~150% 가정의 자녀가, 서울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무상급식 대상 학생수가 3만2천명이나 줄었는데도, 예산은 185억원 늘어난 사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학생 수가 줄었어도 급식단가가 크게 올라 급식의 질이 좋아진다면 예산 증액을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경기교육청을 비롯해 급식 대상 학생 수가 줄어든 시도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산도 함께 줄였다.

    3만명이 넘게 급식 대상 학생 수가 줄어든 서울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증액한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희연 교육감이 각별한 공을 들인 혁신학교 관련 예산은, 두 배 가까이 늘어 분명한 대조를 보였다.

  • 혁신학교 지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현직 교사들의 집회 모습.ⓒ 사진 연합뉴스
    ▲ 혁신학교 지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현직 교사들의 집회 모습.ⓒ 사진 연합뉴스

    혁신학교는 재학생들의 학력 퇴행과 좌편향 수업 논란 등으로 학교 안팎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혁신학교 교사들이 지원예산을 여행경비나 단체복 구입 등에 사용하는 등 예산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혁신학교는 많은 학부모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조희연 교육감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혁신학교 관련 예산을 큰 폭으로 증액했다.

    결국 올해 서울교육청 예산은, 철저하게 ‘진보교육’을 위해 편성됐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화면 캡처
     
  • 조희연 서울교육감 트위터.ⓒ 화면 캡처
    ▲ 조희연 서울교육감 트위터.ⓒ 화면 캡처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이 땅의 ‘좌파’는 유독 ‘사람’을 강조한다. 진보로 포장된 종북인사들의 ‘사람 사랑’도 유별나다.

    북한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라고 선전한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한 주사파에 ‘사람 사랑’이란 분파가 존재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스스로를 ‘Social Designer’라고 부르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우선인 서울을 만드는 꿈을 꿉니다”라는 소개글을 올려놨다. ‘혁신 미래 교육’을 내 건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도 사람이 먼저!”라는 글귀를 트위터 인사말로 올렸다.

    그러나, 진보시장과 진보교육감이 손을 맞잡은, 서울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