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실, 靑외교안보수석실 ‘침묵’…외교부 “THAAD(사드) 관련해 협의 없다” 그러면 끝?
  • ▲ 2010년 한 토론회에 나온 홍용표 당시 한양대 정외과 교수. 그는 이 자리에서 "사회적 갈등을 없애려면 만연한 전쟁 위기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MBC 보도화면 캡쳐
    ▲ 2010년 한 토론회에 나온 홍용표 당시 한양대 정외과 교수. 그는 이 자리에서 "사회적 갈등을 없애려면 만연한 전쟁 위기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MBC 보도화면 캡쳐

    지난 17일 4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英옥스퍼드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양대 교수, 통일 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다. 통일연구원 시절에 통일부와 가까웠다는 평이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지냈다.

    2010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씽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맡았고, 20102년 대선 이후에는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에는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맡았다.

    우파 진영에서는 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과거에 쓴 논문과 기고한 글의 내용을 두고 “햇볕정책 지지자”라며 비판하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2005년 ‘6.15남북공동선언 재조명: 이론적 배경과 의미’라는 기고문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김대중 정부는 남한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접근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자유주의적 접근인 기능주의 및 신기능주의 이론에 기반해 햇볕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6·15 공동선언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당시 이 글에서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취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지만, 북한과 무조건 대화를 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른 글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2007년 ‘현실주의 시각에서 본 이승만의 반공노선’이라는 기고문에서는 ‘양비론’과 ‘양시론’을 섞은 듯한,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1950년대 이승만 정부의 반공정책을 비판했다. 

    “1950년대 후반 이승만의 과도한 반공정책은 1958년 국가보안법 개정, 조봉암 사형 등에서 보이듯이 자유당의 억압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됐을 뿐 국익의 관점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중략)…국제관계를 현실주의적으로 해석하며 생성된 이승만의 반러시아·반공 정책은 한국의 국가이익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승만 개인의 권력투쟁을 위해 반러·반공노선이 필요 이상으로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한국 현대사와 남북관계에 대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이런 두루뭉술한 태도는 그가 내정되는 과정에서 통일부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여론과 맞물려 청와대를 비판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 여론과 별개로 홍용표 통일비서관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한 데 대해 우려한다. 국가안보실을 포함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때문이다.

    국가안보실의 현재 책임자는 김관진 前국방부 장관. 그 아래에는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규현 제1차장과 외교통상부 평가대사를 지낸 주철기 2차장이 있다.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은 NSC 사무처장을, 주철기 제2차장은 외교안보수석을 겸직하고 있다. 1차장 아래에는 안보전략비서관, 정보융합비서관, 위기관리센터장이, 2차장 아래에는 외교비서관, 통일비서관, 국방비서관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이 있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초, 김정은 정권과의 고위급 접촉을 희망했고, 김정은 측은 국방위원회 소속 인사들을 내려보내면서 ‘카운터 파트’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지목했다.

    이때 일종의 ‘대표단’으로 김정은 정권과 접촉한 사람은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홍용표 통일비서관이다.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이 인천을 찾았을 때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마중’을 나간 것도 국가안보실 제2차장 밑의 홍용표 통일비서관이었다.

  • ▲ 2014년 초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앞둔 시기 브리핑에 나선 주철기 국가안보실 제2차장 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그의 행태를 보면 실질적인 국가안보실장으로 보인다. ⓒ당시 KBS 보도화면 캡쳐
    ▲ 2014년 초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앞둔 시기 브리핑에 나선 주철기 국가안보실 제2차장 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그의 행태를 보면 실질적인 국가안보실장으로 보인다. ⓒ당시 KBS 보도화면 캡쳐

    여기서 질문 하나. 대체 국가안보실 제2차장 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혹시 ‘공석(空席)’인가 해서 찾아보니 멀쩡히 있었다. 그런데 그의 생각이라는 게 묘했다.

    2014년 12월 8일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주최 세계정책회의(WPC)에 참석해 그가 했던 말 가운데 일부다. 

    “성공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하게 된다면, 비핵화를 더 포괄적으로 전 세계에서 추진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2015년은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한국과 주변국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년 또는 70년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창의적으로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 방한 당시 “북핵 불용”으로 발표하자던 한국의 주장을 묵살한 중국 공산당이 대신에 내놓은 ‘한반도 비핵화’를 옹호하는 것으로 오해할 뻔 했다.

    주철기 국가안보실 제2차장 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어 ‘통일환상’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통일은 핵 문제, 북한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과제 등 한반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마법의 약이 될 수 있다.”


    주철기 수석은 “6자 회담과 함께 남북 직접대화를 추진해 통일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고, 이 측면에서 강한 한미동맹 관계가 중요하다”는, 동북아 권력관계를 본다면 동시에 추진하는 게 ‘불가능’한 전략을 주장하기도 했다.

    주철기 수석은 또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6자 회담 당사국들 간의 ‘대화’를 통해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며, 이런 ‘대화’가 김정은 정권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데 있어서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철기 국가안보실 제2차장 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주장은 마치 노무현 정권 시절 아무런 전략도 없는 상태로 ‘동북아 균형자론’ 따위나 주워섬기던 일부 인사들의 발언처럼 들린다.

  • ▲ 노무현 정권이 내세웠던 '동북아 균형자론'의 도식. 당시 이를 본 군사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평가했다. "이 정권은 X신들만 모였나"라고. ⓒ재향군인회 인터넷 신문 코나스 보도화면 캡쳐
    ▲ 노무현 정권이 내세웠던 '동북아 균형자론'의 도식. 당시 이를 본 군사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평가했다. "이 정권은 X신들만 모였나"라고. ⓒ재향군인회 인터넷 신문 코나스 보도화면 캡쳐

    주철기 수석의 주장이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최근에도 매우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의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다.

    2014년 11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자회담 국가 주한대사 초청 간담회에 온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THAAD(사드)’ 미사일의 한국 배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다. 중한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15년 2월 4일 한민구(韓民求) 국방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공산당 국방부장 간 회담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다. 국방일보의 관련 보도내용 가운데 일부다.

    “…중국 측이 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사드 배치는 현재 미국 측에서 결정하지도 않았고 미국의 요청이나 한미 간 협의도 없는 등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이 한미 동맹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과 함께 한국에 대해 “양국 관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노골적인 협박을 해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청와대부터 외교부, 국방부까지 ‘찍’ 소리 하나 없이 침묵했다.

    왜 그럴까? 주철기 국가안보실 2차장 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같은 ‘외교통’들이 청와대 안보라인을 장악해서 그런 걸까?

    믿기 싫지만, ‘사드’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무렵 외교부는 “미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이나 협의를 들은 적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게 '사실'이다.

    외교부의 이 발언은 “‘사드’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안보 문제이지 외교부는 모르니까 청와대와 국방부, 니들이 알아서 하세요”라는 뜻으로 오해할 뻔 했다.

  • ▲ 중국 공산당이 '사드'를 놓고 거듭 협박을 하자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요청이나 협의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K-TV 관련 보도화면 캡쳐
    ▲ 중국 공산당이 '사드'를 놓고 거듭 협박을 하자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요청이나 협의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K-TV 관련 보도화면 캡쳐

    하지만 2014년 8월에 있었던 일을 복기(復棋)해보니, 외교부가 문제가 아니었다. 박근혜 정권의 외교안보 수장들 모두가 중국 공산당에 ‘찍’ 소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2014년 6월 10일과 11일, 한국 정부가 필리핀에 퇴역 초계함을 기증한다는 소식을 들은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이 외교부와 국방부를 차례로 찾아 ‘항의’를 했다.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 고위관계자와 주한 무관이 외교부와 국방부를 찾아와 “필리핀에 군함 기증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때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인 중국 공산당 소속 인민해방군 장성이 실제로 한 말이다.

    “필리핀에 예정대로 초계함을 기증할 경우 7월 한중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맞다. 정상회담을 빌미로 한 ‘협박’이자 ‘내정간섭’이었다.

    이때 한국 정부, 아니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에 있는 ‘외교안보수장들’의 반응은?

    “한중 정상회담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며 쉬쉬하면서 덮어버렸다. 그러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에 들킨 것이다.

  • ▲ 사드(THAAD) 고고도 방어 미사일.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 방어용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고 하자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록히드마틴 배포사진
    ▲ 사드(THAAD) 고고도 방어 미사일.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 방어용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고 하자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록히드마틴 배포사진

    다른 일도 있었다. 2014년 8월 5일 중국 공산당 매체 CCTV에 출연한 중국 공산당 소속 인민해방군 인줘(尹卓) 해군 소장이 “한국이 사드 미사일 도입을 한다면 주변국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만약 한국이 정말로 미국의 사드를 도입한다면 중한관계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참여한다면 (중국의) 핵 타격 위험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 시스템의 주요 저지 대상은 중국과 러시아의 중장거리 미사일이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는 것은 한국 스스로가 미국의 전초부대를 자처하는 것이다.”


    인줘 소장은 “한국이 러시아의 핵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주요 핵보유국인 러시아는 핵보유 국가가 다른 나라와 연합해 방어체계를 가동할 경우 선제적으로 핵 타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이 다른 나라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한국에 매우 위험하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외교안보수석실, 외교부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왜? 박근혜 대통령이 ‘친중’인가 아니면 청와대의 ‘국가안보 수뇌부’가 ‘친중’인가?

  • ▲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하는 주미 중국대사. 이것이 중국 공산당의 실체다. 하지만 청와대 외교안보수뇌부는 "중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통일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채널 Y 보도화면 캡쳐
    ▲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하는 주미 중국대사. 이것이 중국 공산당의 실체다. 하지만 청와대 외교안보수뇌부는 "중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통일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채널 Y 보도화면 캡쳐

    현재 ‘사드’ 미사일을 둘러싼 형국은 미국이 비용을 부담해 평택 미군 기지에다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사드’ 미사일 1개 대대(3개 포대)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8,000억 원, 최대 2조 원으로 추산된다는 판단에 이미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비로 ‘사드’ 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것은 상당한 ‘이익’이 된다.

    북한의 장거리 탄도탄은 물론 중국, 러시아의 장거리 탄도탄으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고고도 방어 시스템인 ‘사드’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배치하게 되는 것이다.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협박’을 뒤집어 생각하면, 중국 공산당이 함부로 한반도를 건드릴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은 왜 중국의 거듭되는 ‘내정간섭’과 ‘협박’에 아무 말도 않는 걸까. 이런 ‘수석’ 밑에서 대북협상을 맡았던 사람이 통일부 장관이 된다면, 과연 국민들이 그의 전략이나 정책, 대북관을 믿을 수 있을까?

    한반도 통일 전략을 짜고 실행하면서, 북한, 일본에만 ‘강성 태도’를 보이고,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는 ‘찍’ 소리도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중국 공산당의 이런 내정간섭 발언과 협박을 거들며 ‘사드’ 미사일 배치에 반대한 일부 새민련 의원, 일부 언론들이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를 포함,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의 행태에 ‘안도’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은 국가안보를 총괄한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에 대한 분노에 그치지 않고, 외교부, 국방부 등 국가안보 부서 전반에 대한 불신,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극단적인 실망과 분노로 이어질 것이다. 

  • ▲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쳐다보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 이런 '공식적 모습'은 안보 현실과는 다르다. ⓒ뉴데일리 DB
    ▲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쳐다보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 이런 '공식적 모습'은 안보 현실과는 다르다.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