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앵커 출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실무 최고 책임자, 박선규 전 문체부 차관美연방 하원의원 보좌관, 종군기자 두루 거친 미국통..그가 분석한 운명공동체론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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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갈등·테러 등 모순과 약점이 많은 나라, 미국

    그들은 왜 강한가? 어떻게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는가?

  • ◇ 지금도 계속되는 '2014년 4월 세월호', 어떻게 넘어야 하는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9개월이 지나고 2015년이 되었지만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어처구니없는 사고, 안타까운 어린 희생들 앞에서 다지고 다졌던 수많은 약속들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선장 등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재판 과정에서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에 관한 문제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그를 근거로 재발방지대책과 가슴 아픈 어린 희생들을 기리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런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지금 얘기되는 문제들만 고쳐진다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까? 더 이상 이런 터무니없는 사고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이 갈등하는 안타까운 일들은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단순히 몇몇 사람의 실수나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된 문화’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따라서 그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지 않는 한 안타까운 사고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몇십 년에 불과한 근대화 과정을 거쳐 빠른 성장을 이루어낸 우리에게 닥쳐온 부작용이다. 이 책은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서도 거대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어낸 미국의 문화와 역사를 통해 우리가 가야 할 지향점을 모색한다.

    비극 속에서 단합하고 전진하는 지혜를 탐구하며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 이후의 미국, 그들이 그럼에도 강한 이유》는 종군 기자, 청와대 대변인,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저자가 특유의 시각으로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찾아낸 그들의 생활 문화에 관한 관찰의 기록이다. 특별히 ‘세월호 사태’를 바라보며 그와 같은 비극을 근원적으로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심한 일종의 제안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부제를 ‘세월호, 어떻게 넘어야 하나?’로 붙여도 무방할 것 같다. 책 전반을 통해 저자는 거의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사고와 사건을 대하는 미국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런 비극 속에서 분열하고 갈등하기보다는 오히려 단합하고 한발 더 전진하는 미국 사람들의 지혜와 그 배경을 예리하게 탐구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9․11 테러 상황에 그들은 어떻게 대처했나?
    엄청난 후유증은 또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날 무모한(?) 구조 명령에 따랐다 숨진 343명 소방관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그렇게 의연할 수 있었을까?
    테러 참사 1년 뒤, 어떻게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1년 전보다 더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을까?
    초대형 태풍 카트리나로 도심의 80% 이상이 물에 잠겼던 뉴올리언스는 어떻게 최악의 위기에 대처했고 그들은 치명적인 흑백갈등의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친구 32명을 살해한 조승희를 또 다른 희생자로 추모할 수 있었을까?
    테러와의 전쟁 이후 12년 동안 사망자만 7천여 명, 매일같이 10여 명의 젊은 병사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미국 사회는 어떻게 저토록 차분할 수 있을까?


    이같은 주제들 속에서 저자는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엄청난 피해를 당했지만 불필요한 정쟁 등의 소모전을 피하면서 건설적 대안을 찾는 노력에서 바로 강한 미국의 비결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운명공동체론’의 핵심

    저자는 ‘아프다고 피하지 않고, 불편하다고 덮어버리지 않고, 여론을 덮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 삼지 않고 아픔 그 자체에 당당하게 맞서는 미국인들의 정신’을 가장 주목해야 할 요인으로 강조한다.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아픔과 희생을 기억하면서 역사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노력,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딛고 일어서려는 미국인 특유의 의식과 문화’를 그 비결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지도자들과 그런 지도자들을 믿고 따르는 국민, 특히 지도자가 흔들릴 경우 국가도 자신들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는 공동운명체론이 깊이 자리하고 있음도 포착한다.

    그런 당당함, 의연함과 운명공동체론을 바탕으로 한 국민적 일체감, 지도자와 국민 사이의 신뢰야말로 숱한 위기 속에서 더 단결하고, 오히려 그 위기를 한 단계 더 전진하는 계기로 만들어 온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결론을 그저 막연하게 주장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과 사례들을 들어 하나하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문화․역사․정치․사회 등 다양한 모습에서 드러나는 미국과 미국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

    《미국 이후의 미국, 그들이 그럼에도 강한 이유》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책은 아니다. 2004년 출간한 《미국, 왜 강한가》를 기본으로 세월호를 포함해 현재 시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들을 많이 추가하고 보완한 것이다.

    저자는 시차만 있을 뿐 비슷한 유형의 사고들이 계속 반복되는 현실을 보며,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기보다는 더 큰 분열과 상처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그런 고민이 자신을 또 한 번 미국에 매달리게 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 책이 세월호 참사 이후 분명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있는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는 길에 도움이 되기를, 대한민국이 지금의 문제를 뛰어넘어 미국보다 더 강한 나라가 되는 데 적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이 책 속으로

    「2014년 12월 9일(현지시간)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상원의 정보위원회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CIA가 자행한 잔인한 고문사실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고문사실을 공개했을까? 그것도 외부의 폭로나 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조사를 주도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정보위원장의 얘기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는 “CIA의 고문 프로그램은 미국의 가치와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보고서 공개는 미국의 가치를 회복하고 전 세계에 미국이 정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조치이다”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개했다는 말, 감동적이지 않은가? 국내외에서 닥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보고서 공개를 지지한 오바마 대통령의 말도 의미심장했다. 

    “어느 국가도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을 특별히 강하게 만드는 힘 가운데 하나는 과거를 솔직하게 직시하고 결함을 인정한 뒤 더 좋게 변화시켜 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이다.” 」

    - 아프고 부끄럽지만… 바로 세우기 위해 공개한다 (27쪽)


    「6.25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녘 땅에 있는 미군 유해를 찾는 미국 사람들의 정성은 바로 이런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냥 찾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실종 미군으로 확인되면 건 당 수천 달러의 비용도 지불한다.

    그리고 그렇게 확인된 유해는 바로 가족에게 전달되고 성대한 의식을 거쳐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미국은 그렇게 해서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6·25 당시 실종된 8,177명의 유해를 모두 찾겠다는 자세다.

    이런 사실을 보고 우리는 그저 대단한 미국인들이라는 말만 한다.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따라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한 통계를 보면 휴전 이후 2002년 10월까지 확인된 납북자만 487명에 달한다. 물론 전쟁 당시의 납북자 8만 5천여 명은 제외된 숫자다. 

    그들 가운데 일부가 북한 주민의 자격으로 이산가족 찾기라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세계적인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도 우리는 그저 그 현실을 당연히 여길 뿐이었다. 」

    - 그들 모두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35쪽)


    「특이한 것은 미국 어느 지역을 가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중심부에는 그 지역 출신으로 전쟁터에서 숨진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의 MIT 공대 중앙 현관에도 1차대전 때부터 참전해 숨진 학생들의 명단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그 한쪽편에서 한국전 참전 희생자 8명의 명단을 발견하고 그 학교에 괜한 친근감을 갖게 됐다. 하버드대 캠퍼스 안에 있는 교회에도 한국전 참전 동문 18명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고 관광지로 유명한 워싱턴 근교의 루레이 동굴에는 이 지역 출신 한국전 참전자 23명의 명단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그들 가운데 5명은 사망자로 따로 표시되어 있다. 학교와 가족들, 주민들에게 이들은 영웅이자 자부심의 배경이 되고 있다. 정말 이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역사를 위해 애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말로만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항상 기리는 것이다. 」

    -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43쪽)


    「1995년 미국 의회가 장장 9개월에 걸쳐 클린턴 대통령의 주지사 시절의 의혹을 파헤치는 화이트워터 스캔들을 보며 또 이어 터진 르윈스키 스캔들과 이에 따른 탄핵 절차를 보며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을 느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법의 엄정함’이었다. 

    누구에게도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고집스런 원칙주의였다. 솔직히 그를 둘러싼 수많은 스캔들의 진실이야 제 3국인인 우리에게 한낱 얘깃거리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의 부정을 파헤치는 법의 준엄함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특별검사까지 임명해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까지 벌인 진실 확인 노력은 어떤 면에서 ‘미국이 왜 미국인가?’를 분명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소하고 작은 규정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나라, 그렇다고 지위를 내세워 불평하거나 큰소리치지 않는 나라, 그것은 미국이 강한 나라라고 불리는 한 가지 조건일 것이다. 」

    - 현실을 따르는 법, 원칙을 따르는 법 (97쪽)


    「나는 교육과 훈련을 구별한다.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이다. 훈련은 그렇게 배운 것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내가 우리 국민의 수준이 높다고 하는 것은 교육을 통해 ‘아는 것’에 국한한 얘기다. 아쉽게도 훈련을 통한 ‘실천’까지 말한다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전체 국민의 ‘아는 것’의 수준은 많이 떨어지는 나라다.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역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도무지 관심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실천’을 얘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말 배운 대로 행동하려는 순진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나라다. 그리고 그런 실천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런 훈련을 통해 이뤄진다. 」

    - 훈련은 배운 것을 몸에 배게 하는 것 (150쪽)




  • ■ 저자 소개 - 박선규

    KBS 앵커 출신으로 걸프전과 소말리아 내전 등 5군데의 전쟁터를 누빈 종군 기자였고 각종 사고와 재난 때마다 가장 열정적으로 현장을 지키며 기록한 현장 기자였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에드워드 로이스(현 하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으로 탈북자 이슈를 미 의회에 연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청와대 대변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공직도 지냈다. 특히 차관 시절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실무 최고 책임자로 2전 3기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으로 ‘독선적 주장과 비아냥거림’이 판치는 정치토론 무대에서 상대를 존중하며 논리 대결을 펼치는 진지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기록’을 근거로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에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정치토론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인수위 시절 박근혜 당선인의 대변인까지 마친 그는 지금은 장애인들과 소외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법인 ‘더불어 꿈’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